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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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고등학생 판사가 있다? 없다?

법무부 블로그 2010. 9. 29. 20:00

 

흔히 재판이라고 하면 법을 공부한 ‘어른’들 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데요. 지난 9월 초,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법학관에서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모여 재판을 했습니다. 바로 제5회 고등학생 모의재판 경연대회가 그것인데요. 전국 187개 팀에서 대본 접수를 했고, 8개 팀이 본선에 올라 최종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상까지 하게 된 팀들은 어떤 주제로 법을 표현했을까요?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으로 나뉘어 경합을 벌인 그 자리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 제5회 전국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 대회

 

 

 

 

 

경찰이 마약범을 잡다가 실명에 준하는 상해를 입혔어요!

 

서울 영동고등학교의 모의재판 현장은 마치 진짜 재판정처럼 긴장감이 돌고 신랄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마약 밀거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관과 수사관이 현장에 들이닥쳤는데요. 체포를 거부하던 마약범이 손도끼를 들고 경찰관과 수사관에게 위협을 가했습니다. 경찰과 수사관은 범임의 위협을 피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범인을 잡았는데 격한 몸싸움 과정에서 범인에게 실명에 준하는 상해를 입히고 만 것입니다. 범인은 경찰과 수사관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역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지만 범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찰과 수사관 그리고 마약 밀거래라는 불법을 저질렀지만 실명에 준한 상해를 입은 마약범 중에 판사는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재판을 참관하던 관객도 동참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판사는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경찰과 수사관은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지만, 마약범에게 실명에 준하는 상해를 입혔습니다. 이것은 생계에 지장을 주는 행위이므로 20%의 책임을 물어 1,5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합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고등학생 판사가 판결을 잘 내린 것 같나요?

 

▲ 실명된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해 안대까지 착용하고 나왔어요.

 

 

 

 

 

방송국에서 제 인터뷰 내용을 마음대로 편집해 피해를 입었어요.

 

언론사의 의도적인 편집으로 피해를 입은 여고생의 사연을 다룬 서울 효문고등학교의 모의재판도 주목 할 만 했습니다.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는 나주연양. 주연양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하루는 세종방송국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연양은 제작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얼마 후 방송을 봤는데,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의도적으로 편집되어 마치 종교 교육을 비방하는 학생처럼 방송되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주연양은 학생회장 직을 박탈당하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나주연양은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세종방송을 고소했습니다. 재판장에서 나주연양의 변호인은 세종방송국에게 정신적 피해보상과 사과 방송을 요구했고 세종방송 측 변호인은 공공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를 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이 사건을 맡은 고등학생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국민의 알권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편집을 했다는 증거가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원고인 나주연양이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은 확실합니다. 피고인 세종방송국은 정정 방송과 함께 원고 나주연양에게 위자료 7700만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결국 고등학생 판사는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나주연 양의 손을 들어주었네요. 

 

▲ 원고와 피고의 주장 내용을 꼼꼼하게 적고 있는 모습. 눈빛이 매섭죠?

 

 

 

 

 

 

저 드라마는 제가 쓴 드라마를 표절한 거예요!

 

또한 충남 아산시 충남외국어고등학교는 드라마 표절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현실 속에서도 드라마 표절 시비는 종종 일어나는데요. 충남외고 학생들은 이 소재를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내꺼야’씨는 드라마 작가입니다. 내꺼야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 극본인 <달빛 연인>을 대박 방송국의 PD인 ‘맘대로’씨에게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편성에서 제외되어 부득이 방송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내꺼야씨는 대박 방송국에서 <Moon Lover> 라는 제목으로 방송하고 있는 드라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내용은 자신이 쓴 <달빛 연인>과 너무 비슷했습니다. 거기다 맘대로 PD와 친분이 있는 ‘신들린’ 작가가 <Moon Lover>를 집필하고 있었습니다. 내꺼야 작가는 자신의 지적재산권이 침해당했다며 광고료의 일부와 작가료를 지급해달라고 맘대로 PD를 고소했습니다. 이 재판에서의 쟁점은 첫째, ‘정말 드라마를 표절 하였는가?’ 둘째, ‘맘대로 PD가 고의적으로 친분관계에 있는 작가 신들린에게 대본을 유출했는가?’ 인데요. 추리 소설을 방불케 하는 이 재판의 판결은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 모의재판이지만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연기도 한답니다^^

 

“피고 맘대로 PD는 원고 내꺼야씨의 드라마를 유출하여 드라마를 제작, 방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원고 내꺼야씨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이 인정되므로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고 맘대로 PD의 대본유출은 고의가 아닌 과실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맘대로 PD와 신들린 작가의 드라마 제작 노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요청한 손해배상금을 전액 지불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고가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금은 5억 1천만 원이 적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학생 판사의 판결은 피고와 원고 모두에게 공정해 보입니다. 그러한 점이 인정되어 이 날 모의재판의 대상은 ‘충남외국어고등학교’가 받게 되었습니다.

 

 

대상 수상자 인터뷰 ∥ 충남외국어고등학교 윤인아

 

 

1. 대상 수상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다른 팀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저희 팀이 상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믿기지가 않습니다. 우리 학교 모의재판 동아리 D.U.P.O.A.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준비해 주어 고맙고, 이번 계기를 통해 ‘법’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2. 방송국의 드라마 대본 표절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요즘 들어 저작권이나 표절에 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사례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저작권과 관련된 소재는 참신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3. 이번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다들 고등학생이다 보니 학업 때문에 많이 바빴습니다. 자습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연습을 했지요. 또 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르는 내용이나 확실하지 않는 점은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습니다. 특히 대법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주제와 관련된 판례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대본 수정을 여러 번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무려 14번의 수정 작업을 거쳤더군요.

 

4. 마지막으로 ‘법’에 대한 윤인아 학생의 생각을 말해주세요!

 

소수의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것은 법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어렵고 딱딱하게 느끼고 있는데요. 이번 대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아직 법이 멀게만 느껴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법의 혜택이 고르고 공정하게 돌아가길 바라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등학생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고등학생의 능력을 얼마나 믿고 계시나요? 고등학생 하면 대학 입시에 찌들어 공부만 하는 ‘공부 기계’로만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고등학생들은 생각보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입니다. 이번 모의재판 대회에서도 느꼈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른들 못지않게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내지요. 아마 이번 모의재판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은 스스로 그 능력을 느꼈을 것입니다. 비록 이번 대회에 수상한 팀은 8개에 불과하지만 대본 접수를 한 전국의 187개 팀 모두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법’을 주제로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드리며,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 대회가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10년 후를 기약하는 멋진 법조인 꿈나무들~

 

사진·글 = 김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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