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회장은 일단 잘 생기고 봐야 한다?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 제일 중요한 것은 외모다?? 

 

▲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포스터 (출처 : 안양 범계초등학교 홈페이지)

 

 

매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는 선거 분위기로 떠들썩합니다. 각 반의 회장, 부회장을 뽑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학생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전교 어린이 회장’과 ‘전교 어린이 부회장’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교문 입구부터 선거 유세로 뜨겁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범계초등학교도 지난 9월 초에 전교어린이 회장 선거를 했는데요. 이번 선거에는 회장 후보로 5명이 출마했고, 부회장 후보로 2명이 출마했습니다. 7명이나 되는 후보자들이 피켓을 들고 교실 순회를 하며 자신의 공약을 말하지만, 과연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은 이 공약을 다 기억하고 있는지 또 투표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취재해봤습니다.

 

INTERVIEW ① ∥ 유권자 신효정 (6학년 1반)

 

Q1. 이번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 후보자는 모두 5명입니다. 5명의 후보자와 공약을 모두 알고 계신가요?

- 4명은 아는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약도 한 명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소원을 말해봐’라는 제목으로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는데 소녀시대 노래 제목과 같아서 그 공약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Q2.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제일 먼저 저는 성격을 봅니다. 성격이 좋은 사람이 어린이 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공약과 친분입니다. 이왕이면 저랑 친한 친구가 회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외모도 솔직히 무시 못 합니다.

 

Q3.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서 개선해야 될 점은 무엇일까요?

- 선거 유세 기간이 2주 정도 되는데 너무 짧습니다. 유세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연장해주셨으면 좋겠고요. 홍보물도 더 많이 제작해서 학교 곳곳에서 볼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신효정 학생은 비교적 이번 회장 선거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후보자들의 공약은 커녕 후보자의 이름조차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또 선거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투표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느냐고 물었을 때 ‘외모’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친분’을 그 다음으로 꼽았지요. 일부 학생들은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기권을 하겠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전교 어린이 회장 후보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출마했을까요?

 

그렇다면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나오게 됐을까요? 또 자신의 공약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회장 후보로 나온 학생과 과거에 어린이 회장을 이미 맡았던 학생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INTERVIEW ② ∥ 전교 어린이 회장 후보자 금도훈 (6학년 4반)

 

Q1.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전교 어린이 회장은 전체 학생들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대표자로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2.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요?

- ‘왕따 없는 학교, 폭력 없는 학교, 산소 같은 학교, 신나는 학교’입니다.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봉사하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Q3. 선거 유세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 아침 일찍 교문에서 선거 유세를 합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합니다. 또 오후에는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각 교실을 돌며 공약을 말합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유세 방법이 없습니다.

 

 

INTERVIEW ③ ∥ 전임 회장 이성은 (6학년 8반)

 

Q1. 지난 학기 동안 선거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다고 생각합니까?

- 사실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희 반 친구나 주위 친구들에게만 지켜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학업에 집중하느라 제가 소극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Q2. 전교 어린이 회장이 되어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 좋은 점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자신감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 꿈이 대통령인데 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하지만 선배와 후배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하지 못 해 아쉽고, 어린이 회장이라는 중압감을 견뎌야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학교의 명예와 전교 학생을 위해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과 선거 후보로 나온 학생들은 동상이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장 후보는 공약만 열심히 외치고, 학생들은 그 공약에 관심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어 큰 일인 것 같습니다.

 

 

 

 

 

동상이몽 선거, 학교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선거에 관심 없는 유권자와 유권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후보자. 이처럼 손발이 맞지 않는 선거가 계속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까요? 또 대안은 있을까요? 범계초등학교의 한민희 교장선생님을 만나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INTERVIEW ④ ∥ 한민희 교장선생님 

 

Q1. 학교장으로서 바라보는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의 문제점과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는 학교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자리입니다. 어린이 회장은 진정한 봉사의식을 가지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을 선생님들께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후보자들은 개인기나 쇼를 보여주는 등 ‘보여주는 선거’를 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어린이 회장 선거는 자신의 소신과 공약을 밝히고 평가받을 수 있는 ‘생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2.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를 위한 사전 교육이 있나요?

- 후보자들이 입후보하면 다 함께 모여 선거 전반에 관한 일정을 나눕니다. 또 각 선거 과정을 알려주고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후보자들에게 사전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또 후보자들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지요. 그리고 전교 어린이 회장단이 선출되면 각 반 회장, 부회장들과 함께 학기 초에 임원 교육도 실시합니다.

 

Q3. 원활한 선거를 위해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나요?

- 선거 진행의 모습을 학교 홈페이지나 신문 등을 통해 전교생들에게 알리고,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데, 좌절을 맛본 학생도 당선자를 격려하며 축하해줄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때로는 경쟁이 과열되어 자칫 선거 과정을 위반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선거의 각 과정을 진행시키기 전에 사전 교육을 하여 그런 문제를 예방하고, 만약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후보자들끼리 합의할 수 있도록 조율합니다.

 

 

한민희 교장선생님은 후보자들이 학생들에게 개인기나 쇼를 보여주며 인기를 얻는 ‘보여주는 선거’가 아닌 자신의 소신과 공약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생각하는 선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또 원활한 선거를 위해 사전 교육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계셨습니다.  

 

▲ 자신을 뽑아 달라며 유세에 나선 전교 어린이 회장 후보

 

이번 취재를 마치며 느낀 것은,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선거 교육을 받아야 어른이 되어서도 올바른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은 어린이 회장을 공약보다 재미나 친분, 외모를 기준으로 뽑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후보자들은 포스터 제작, 프로필 사진 촬영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앞으로 ‘생각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우리 학생들도 선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린이 회장은 우리를 위해 일할 봉사자이고, 우리의 의견을 대표해서 말해줄 대표자입니다. 그러므로 회장으로서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신중하게 잘 판단해서 투표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학생들은 더 많은 선거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더 중요한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선거가 무엇인지, 선거를 왜 하는지 등의 의미를 되새기며 올바른 선거를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