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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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장기수의 말문을 열게 한 미술의 힘

법무부 블로그 2010. 7. 21. 17:00

나는 차가운 사람입니다.

청년기를 거의 교도소에서 생활한 장기수형자가 있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반감과 불신으로 자신의 내면을 절대 내보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몇 달간 미술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흰 도화지 위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쏟아내는 것이기에 그런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처음엔 굉장히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있었습니다. 교육을 마칠 때 쯤, 그는 스스로 다짐하면서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의 글로써 새롭게 생활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미술교육 참가 초기에는 우울증, 소극성, 거부감 등의 정서적 특징을 보이던 그는 첫 시간 자신에 대해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었는데요. 점차 미술작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자기성찰 의지가 높아지고, 감정표현도 솔직하게 잘 이루어졌으며 발표력도 증진되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주제로 표현작업을 할 때는 자신이 저지른 첫 비행에서부터 그 후 반복된 여러 가지 방황 등에 대해 상세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후, 여러 사람 앞에서 참회하듯이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치료의 힘은 실로 마법과도 같았습니다.

 

 

자기성찰의 기회를 주는 미술치료

교도소 수용자들은 자유가 제한된 구금이라는 환경에서 우울, 불안, 분노, 피해의식 등의 여러 가지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한 정서적인 장애는 육체적·정신적으로도 병약하게 하여 원만한 수용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폐쇄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수용자의 심리적 문제들을 완화시키고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예방적 차원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매우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요.

 

교정교화를 목적으로 실시되는 여러 인성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교정 미술치료는 미술이 지닌 다양한 치료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치료 받는 사람의 교정목표에 맞는 구조적 미술치료기법을 계획, 적용해 나갑니다. 예술적 표현활동을 직접 경험케 함으로써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자기표현을 활성화시켜 내면의 억압된 감정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지요.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인지행동적 미술치료기법을 적용해 자기 교정의 기회를 제공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감정통제능력을 향상시켜 긍정적 사고로 수용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개인의 정체성 확립을 통해 출소 후 원만한 사회복귀와 재범방지를 이루는 것입니다. 현재 안양교도소에서 실시하는 수용자 미술치료 프로그램은 수용자들의 관심도와 참여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미술치료교육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이미 교육이수자들에 의해 치료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루어졌고, 교육의 인지도 또한 높아졌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미술치료사로서 보람과 고마움 느껴

교정미술치료는 대개 8~10명으로 구성하여 집단으로 진행하며 수업시간은 1회 2시간씩 15회기로 하여 매주 정해진 요일에 실시합니다. 그동안 집단 미술 치료에 참여했던 수용자들의 80% 이상이 긍정적인 내면 변화를 보였으며, 창의적 예술경험을 통해 느끼는 자기성취감과 내적 풍요로움은 낮아진 자존감 회복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정기적으로 집단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책임의식을 높이고, 타인에 대한 감정배려 및 인식기능이 높아져 사회적 기능이 향상되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필요로 하는 수형자 대부분은 참가 초기에는 범법행위의 모든 탓을 타인에게 돌리고 자신은 억울하다는 식으로 원망하기도 하며, 격한 분노감을 드러내며 복수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 진행되면서 마음의 문이 점차 열리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변화하려는 의지도 높아집니다.

 

교육후기에는 그림이나 점토작업, 글 등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는 어느 회기보다도 진지하고 숙연한 태도를 보입니다.

 

 

특히 결과물을 만들고 자기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느낌을 발표할 때에는 ‘진심으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미안함, 반성, 속죄, 참회라는 단어들을 자주 표현하여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한 새로운 마음가짐과 자기격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세워나가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미술치료사로서 보람과 더 없는 고마움을 느끼게 되지요.

 

 

미술이 보여주는 변화라는 마술

앞에서 미술치료로 큰 변화를 보인 장기수형자는 출소 후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면서 그동안 비관만 하고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한 것이 미안해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글에는 본인의 각오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표현되어 있으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내면 변화는 치료교육을 통한 자기성찰 및 자기교정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왜 교도소에서 미술치료를 하느냐고. 그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나 교도소에서 수업할 때나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내 도움이 조금이나마 필요한 학생일 뿐이라고.

그동안 10년 가까이 교정현장을 떠나지 않고 무사히 미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늘 이 일은 엄마가 해야 한다며 옆에서 격려하는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 = 오민자 (안양교도소 교정위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이 글은 [월간 교정 Vol.402]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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