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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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에어컨 대신 부채에 끌리는 이유

법무부 블로그 2010. 7. 22. 08:00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인 조충익 선생님. 이 분은 선자장 기능 보유자입니다. 선자장(扇子匠)이란 부채를 만드는 기술과 기능을 가진 사람을 말하지요.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어요. 남의 작품을 모작, 모사해서 학교 앞에서 팔면 그게 돈이 되었죠. 그러다 열일곱에 전주로 올라왔어요. 그리고 그때 태극선을 처음 봤어요”

 

그저 손재주 있는 한 아이에 불과했던 조충익 선생님은 전주에서 운명의 상대 ‘태극선’을 만났습니다. 접었다 펴는 부채인 합죽선도 있었건만, 선생님은 부채 가운데 태극문양이 떡하니 박혀 있는 태극선에 유난히 끌렸다고 합니다.

 

“돈벌이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그냥 태극선이 너무 좋아서 만들기 시작했죠. 제대로 된 스승도 없었고, 그냥 눈동냥 귀동냥해 가면서 한 해 두 해 혼자 만들었어요. 온전한 태극을 그리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도 겪었죠. 그렇게 지내온 게 벌써 환갑이네요”

 

선생님의 부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리 어디에서건 늘 빛납니다. 한국 홍보 상품으로 인기가 좋아 한국관광공사나 대기업 등에서 홍보용으로 주문을 많이 하고 있지요. 88올림픽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입장하며 흔들었던 부채도 바로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자기 생의 절반을 부채와 함께한 조충익 선생님은 이제 부채를 실용품이 아닌 예술작품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채를 기능적으로만 만들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에어컨을 따라갈 수 없어요. 보고만 있어도 시원한 작품으로서의 부채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덧 우리나라 부채가 예술품으로 승화되고 있었습니다.

△ 무형문화재 조충익 선생님

 

 

여덟 가지 쓰임새가 있어 ‘팔덕선’이라 불렸던 부채

 

예부터 부채는 팔덕선이라고 불렸습니다. 단순히 더위를 쫓는 도구가 아니라 태양을 가릴 수도 있고, 급할 땐 방석으로 쓸 수도 있고, 멋을 내는 장식품으로도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도 부채를 지니고 다녔다고 합니다.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인 ‘부치다’의 동사 ‘부’와 말채, 파리채, 뜰채 등과 같은 손잡이 막대를 뜻하는 ‘채’라는 명사의 합성어인 부채는 ‘손으로 바람을 일으킨다’는 낭만적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처음은 기원전 1세기 후반쯤으로 헤아려집니다. 의식을 행할 때 사용되었다는 그 시절의 부채는 주로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었습니다. 그 후 간편하게 접었다 펼 수 있는 접부채(합죽선)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종이가 보편화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매우 독창적인 소품입니다.

 

“옛날엔 부채 없이는 여름을 날 수 없었어요. 정말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선풍기며 에어컨이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그도 아니면 PVC 싸구려 부채가 판을 치고, 그 틈새로 동남아산 부채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주에서 부채 제작의 명맥이 유지되는 건 고급부채를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채는 움직이는 미술관, 예술을 담는 그릇

 

좋은 부채를 만들려면 볕 좋은 곳에서 3년여 잘 자란 대나무가 필요합니다. 이 대나무를 자르고, 쪼개고, 포 뜨고 다시 가는 살로 쪼개는 등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렇게 준비된 대나무살을 부채 크기의 백지 위에 놓고, 얇은 한지에 붙인 태극무늬를 붙이고, 부챗살이 잘 살도록 발로 밟은 후, 태극선 이외의 한지를 정리하고 그 가장자리에 테두리 선을 둘러야 비로소 부채 하나가 완성됩니다. 겉보기엔 얇은 종이판처럼 보이지만, 부채 하나를 만드는 과정은 지루한 시간과의 독대입니다.

 

“부채는 여러 예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에요. 글을 쓰면 편지가 되고, 그림을 그리면 화폭이 됩니다”

 

양기충천한 단오(음력 5월 5일)에 임금은 각궁의 신하들과 시종들에게 단오선(端午扇)을 내리고, 그 부채를 받은 사람들은 그 곱고 상서로운 화폭에 금강산 1만 2천봉을 그렸습니다. 부채는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움직이는 미술관이었다가 춤과 멋을 완성하는 예술적인 소품이 되기도 합니다. 또 부채를 쥐고 있으면 충만한 양기 때문에 ‘욱’하는 실수도 피할 수 있지요. 한 번 부치고 두 번 부치면 성격 급한 사람도 서글서글해집니다.

 

이제 더 이상 선풍기와 에어컨, PVC 싸구려 부채에 자리를 빼앗긴 존재로 우리의 부채를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손 안에서 펼쳐지는 산수화와 눈앞에서 맞닿은 태극의 의미를 품고 마음 더위를 식히는 예술작품으로서 우리의 부채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Korean Traditional Fan : Buchae Korean Fan, Buchae, consists of two words, 'bu' meaning of creating a cool breeze and 'chae' meaning of a grip. A Korean fan is made of paper-thin bamboo strips covered with paper of silk after they have been spread in a circular of semi-circular form. Korean had fans usually have a beautiful landscape like a bird-and-flower painting or a poem written in a graceful calligraphic style on paper.

 

 

 

이 글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출간하는 잡지인 ‘공존’[14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공존’이라는 말뜻처럼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서로간에 벽을 허물기 위해 출간하고 있는데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20만 명이 넘어가고 있는 요즘,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리고 친근감을 주는 것이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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