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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살인사건 어떻게 해결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0. 7. 14. 20:00

의문의 죽음! 자살인가 타살인가? 

 

조선시대, 전라도의 한 마을에서 강중언이라는 사람이 6개월간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를 돌본 주치의는 약이란 약은 다 써봤지만 더 이상 손을 쑬 수 없었다고 말하며

강중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중언의 부인은 남편의 죽음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남편의 죽음에 무언가 음모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부인은 관아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강중언의 죽음을 둘러싼 수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과연 강중언의 죽음은 운명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계획된 살인이었을까요?

관아에서는 그의 죽음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까요?

 

 

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두 번째 열풍을 몰고 온 미국 드라마는 CSI, NCIS, BONES 등의 추리드라마가 유독 많습니다.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을 냉정하고도 정확한 과학적 증거로 접근하여 결과를 도출해내고, 그 결과에 꼼짝 못하고 굴복하고 마는 범인의 모습은 큰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살인사건들은 과학적 증거가 없었다면 절대 범인을 알아낼 수 없는 사건들입니다. 그런 지능범죄가 조선시대에 일어났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DNA를 추출하고, 지문을 인식하는 첨단 기계가 없던 그때에는 억울하면 억울한 채로 누명을 쓰고 말았어야 했을까요?

 

과거에도 과학수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영화 [혈의누]와 드라마[별순검]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 영화나 드라마에 소개 된 사건들은 아마 [신주무원록(新主無冤錄)]이나 [증수무원록(增修無冤錄)]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은데요. 서울대학교 이윤성 교수님의 「신주무원록을 통해 본 조선시대 법의학(과학동아, 2003)」에 따르면, [신주무원록]은 세종대왕 때 중국의 검시관련 책인 [무원록]을 알기 쉬운 해석을 덧붙여 만든 것이며, [증수무원록]은 영조 때 [신주무원록]을 바탕으로 우리 현실에 맞게 논리적으로 새로 쓴 검시책이라고 합니다. 당시의 검시 방법은 현재에 비하여 미흡한 면이 적지 않지만, [신주무원록]에는 오늘날 법의학자가 실제로 적용하는 지식이 적지 않게 수록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신주무원록]을 토대로 강중언의 죽음을 파헤쳐 볼까요?^^

 

 

 

살인의 증거는 은비녀와 닭으로

(*아래 소개될 내용은 서울대학교 이윤성 교수님의 「신주무원록을 통해 본 조선시대 법의학(과학동아, 2003)을 참고로 한 내용입니다.)

 

[신주무원록]에서는 시신의 목구멍으로 은비녀를 넣었다 꺼냈을 때, 색이 푸르거나 검으면 독살로 보았다고 합니다. ‘비상’이라는 독약의 황 성분과 은이 결합하면 검게 변한다는 사실을 응용한 것이지요.

 

독극물에 의한 사망시 이를 검험하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은비녀를 조각수(쥐엄나무의 껍질을 삶은 물)로 씻은 후 죽은 사람의 입안과 목구멍에 집어넣고 종이로 밀봉하였다가 얼마 지나서 빼내 보아 그 색의 변화를 살피게 됩니다. 만약 청흑색으로 변하는 경우라면 다시 조각수로 씻어내고 이후에도 색깔이 변하지 않으면 중독사로 보았습니다. 독기가 없는 경우에는 그 색깔이 선명한 흰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독극물 사망인지를 살피는 또 다른 방법으로서 [증수무원록]에서는 반계법의 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계법은 조선판 동물실험인데요. 현대에는 실험용 쥐를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닭으로 동물실험을 했던 모양입니다.

먼저 흰밥 한 덩어리를 죽은 사람의 입안 목구멍 속으로 집어넣고 종이로 덮어, 한 두 시간 기다립니다. 그 후 밥을 꺼내 닭에게 먹여 만약 닭이 죽게 되면 이를 중독사의 경우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반계법은 독극물 검사에 사용한 닭을 나중에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죽은 사람이 있어 영조 6년부터는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쓴 경우라도 사용한 닭은 바로 폐기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조선 과학수사, 성실함의 승리인가

결국, 이 사건은 과학적인 수사 덕분에 주치의가 강중언에게 처방한 약에 독극물을 함께 섞어 마시게 한 타살임이 밝혀졌습니다. 독약의 황 성분이 은과 결합하면 색깔이 검게 변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몰랐다면, 사람의 목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독을 채취하여 동물에게 먹여보는 과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아마도 조선시대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겠지요?

 

지금처럼 완벽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나름의 생활 속 지혜를 사건에 대입하여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마도 조선시대 백성의 한을 풀어주었던 것은 ‘과학’이 아니라 ‘노력’과 ‘성실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 참고 = [신주무원록을 통해 본 조선시대 법의학],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과학동아,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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