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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교도소에서 어떤 교육 받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0. 7. 6. 20:00

아동성폭력 범죄자!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현실

교도관으로서 아동성폭력 사범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잖은 고민이 따릅니다. 그들이 사회를 경악케 했던 지탄의 대상이고, 제 자신 역시 교도관이라는 신분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경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도관으로 재직하면서 그들을 미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을 교정하고 교화하여 출소 후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아동성폭력 사범에 대한 집중교육을 통해 출소 후 동종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하여 2008년 5월부터 잔여형기 1년 이하의 아동성폭행 사범 중 출소가 임박한 수형자를 영등포·마산·공주·순천교도소 등에 설치된 집중처우센터에 집중 수용하여 전문적인 교화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아동성폭력 사범 교화프로그램은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이 개발한 일명 솔트프로그램으로 주 2회, 1일 5시간, 18회에 걸쳐 총 90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프로그램 주요 내용은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가치 배양, 아동성폭력 폐해의 심각성 인식, 피해자의 상처 공감에 의한 자기 책임성 인식, 분노 조절, 감정 억제, 의사소통 훈련 등이며, 강의와 토론, 발표, 실습, 영상물 감상 등으로 진행됩니다. 

 

 

성에 대한 왜곡된 지식이 성범죄의 시작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 고령자이거나 학력이 낮으며, 지적장애가 있을 정도로 이해력이 부족하였고, 성에 대한 왜곡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낮은 자존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가족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들은 다른 수용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죄명 때문에 냉대와 질책을 받는 등 같이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들을 갖고 있었으며, 교육 초기에는 대부분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사건에 대해 억울해 하였습니다. 특히 친족 성폭력자의 경우 극도의 수치심으로 인해 집단 앞에서 자신의 사건을 인정하고, 드러내고,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작업을 무척 힘들어 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하였습니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사와의 라포(Rapport :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여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선결과제였습니다. 교육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교육생들이 늘어나고, 몇몇 참여자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심지어 출소 후에는 절대로 여자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어떤 참여자는 교육을 통해 무엇이 잘못이고 범죄가 되는가를 깨닫게 되었으며 교육을 일찍 받았더라면 교도소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조기 성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고,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전자장치 부착(전자발찌) 및 신상공개제도를 두려워하며 다시는 성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상처 공감하기’ 프로그램

교정시설은 뻔뻔스런 거짓이 난무하는 곳입니다. 10여년을 교도관으로 지낸 저에게도 수용자에 대해 자연스레 불신의 골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언젠가 외국영화를 보다가 ‘당신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한다(You lie like you breathe)’는 표현을 보고 폭소를 터뜨린 적이 있습니다. ‘수용자는 숨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이란 아포리즘(Aphorism)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육을 위해 이송 온 아동성폭력 사범들을 보면서 제 자신도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이 변할 수 있을까?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교육과정 중 ‘피해자 상처 공감하기’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발표자가 다른 참여자들과 강사 앞에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범죄 당시 상황을 고백하며 자신으로 인해 엄청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은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완강하게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용자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제일 난감한 것은 바위처럼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입니다. 강사의 권유와 설득에도, 견딜 수 없는 어색한 침묵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 굳게 팔짱을 끼고 먼 곳을 응시하는 이들입니다.

 

 

그에 반해 모든 것을 토해낸 참여자가 있습니다. 저렇게까지 다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속에 담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 쏟아냈습니다. 짧았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에 대해, 절망과 나락의 시간에 대해,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저질렀던 그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끝내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순간은 다른 수용자들도, 강사도, 그 자리에 있던 저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진실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저는 그의 눈물에서 진실을 보았습니다.

 

그 참여자를 보며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눈물을 쏟아내던 그 순간의 진실과 자존감을 잊지 않고 출소 후 뜻하지 않는 냉대와 환난에 부딪히더라도 부디 자신을 버리지 말고 자신의 존귀함을 지켜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단 한명이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출소 후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담당자로서 더욱 노력해야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글 | 김현식 (마산교도소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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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발간하는 [교정 Vol.403]에 실린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