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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가 분석한 사이코패스와 우울증

법무부 블로그 2010. 6. 28. 17:00

사이코패스와 우울증 막을 수 없을까? 

 

한동안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 영화가 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잘 알게 해준 영화 ‘추격자’인데요. 사이코패스 살인자로 분한 범인(하정우 분)이 베시시 웃으면서 “안 팔았어요...죽였어요.” 라고 말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건 저 뿐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날 극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모든 사람들은 집으로 가는 동안 몇 번 씩이나 뒤를 돌아보는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연쇄살인사건과 같은 흉악한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그 대책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과 처방도 신문·방송을 통하여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사이코패시는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고’, ‘남을 괴롭히는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으며’, ‘어린 시절부터 품행장애 증세를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사이코패시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또한, ‘사이코패시는 치료가 안된다.’라는 치료 효과에 관한 내용들도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보호정책 차원에서 볼 때 그러한 정보만으로는 선뜻 사이코패시에 대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도 우리의 자녀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그와 같은 인격의 소유자가 안 되도록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해보지만 막상 감이 잘 잡히지 않지요.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터졌을 때도 사이코패시 사건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그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다양한 처방과 더불어 연일 그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현실은 ‘우울증은 뇌질환이다’라는 견해와 ‘우울증에는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는 정도의 정보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예인이 아니라서 기사화가 안 될 뿐이지 지금도 자살 사건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우울증으로 죽고 싶다고 할 때 먼저 마음의 고통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할까요? 아니면 뇌질환이니까 검사를 먼저 서둘러야 할까요? 사이코패시는 치료가 안 된다고 하니 사이코패시를 색출해서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까요? 여러 전문가의 처방이 달라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난감할 뿐입니다.

 

 

사이코패시와 우울증, 이렇게 닮았다

강호순이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은, 부녀자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이라는 두 가지 범죄행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폭행은 성적 충동과 관련이 있으며, 성적 충동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극단적으로 왜곡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살인 행위는 극도의 분노심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갈등의 뿌리인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그것이 좌절되어 나타나는 적개심, 이 두 가지가 범죄행위에 극명하게 함축되어 나타나고 있는 정신 병리적 현상입니다. 이런 점에서 사이코패시의 증상은 우리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병리 현상이지요.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적 갈등으로 인한 병리현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자살한 연예인들의 기사를 보면 자살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항상 외로워하고 마음이 허전하다고 주위동료들에게 호소했다고 합니다. 외로움과 허전함은 결국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 생기는 마음의 현상입니다.

 

사이코패시나 우울증, 모두 공통적으로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 생기는 허전한 마음과 관계가 있는데요. 두 가지 모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좌절되어 나타나는 분노심이 생기는 것까지 비슷한 과정을 겪습니다. 단지 그 차이는 우울증은 그 분노심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해코지하여 부모나 사회에 복수를 하는 것이고, 사이코패시는 남을 괴롭혀 자신의 적개심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기대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카운슬러, 칼 로저스는 인간의 불안과 정신장애는 부모의 기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부모의 기대와 욕심은 자녀들을 항상 사랑에 굶주리는 상태로 몰게 되고, 그것이 우리 인간의 욕망과 분노심의 씨앗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날 지능지수(IQ)와는 별개로 감성지수(EQ)가 강조되고 있는데요. 감성지수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고 하며, 그것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공감을 많이 받은 자녀일수록 높다고 합니다. 부모의 기대나 행동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절대 간과할 수 없겠지요?

 

많은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시나 우울증을 산업화와 같은 환경적인 원인과 관련을 지웁니다. 그러나 사회의 문제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시각보다 오히려 각자가 성장해온 배경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가정 속에서 부모와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사이코패시와 우울증, 내 안에도 있다

더욱이 사이코패시나 자살의 문제를 극소수 특정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그러한 경향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우리는 각자 해결되지 않은 욕망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나와 무관한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사회 전체가 병들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우리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 양육 태도를 점검해야 합니다. 자살을 기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자살을 생각하는 많은 우리의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심한 사이코패시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잠재적 사이코패시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도 많은 부모들이 자기 욕심을 채우는 수단이 아닌, 그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기도 하였으니, 그 힘으로 우리 자녀들은 버텨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부모의 기대와 조건부 사랑이 모든 인간의 정신장애와 범죄 행위의 원인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이코패시나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부모로서의 우리 자신들을 점검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 각 가정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슨 캠페인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되며 쉽게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궁극적으로 개인의 욕망을 다스리는 각자의 인격 수양만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사이코패시와 자살을 포함한 우울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글 = 허찬희(국립법무병원 의료부장, 한국정신치료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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