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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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남들에겐 범죄자, 내겐 영원한 친구

법무부 블로그 2009. 9. 30. 16:43

 

 

 

 

1998년 전 세계인의 마음을 감동으로 녹였던 영화, ‘굿 윌 헌팅’을 기억하시나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인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는데요, 수학천재 ‘윌 헌팅’이 심리학교수 ‘숀 맥과이어’를 만나 닫힌 마음을 열고 세상과 연인 앞에 당당해지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범죄자와 보호관찰자로 만났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숀 교수는 보호관찰 대상자인 윌의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는 김용성 보호관찰관은 2년 전 청주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30세 초반의 나이에 여전히 부탄가스 흡입을 멈추지 못 했던 이○○ 씨였습니다.

 

“부탄가스 흡입 전력이 있던 사람도 치료감호소에서 나오면 흡입을 자제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 씨는 거의 매일 가스에 취해 있었습니다. 저러다 우리 아들 죽겠으니 빨리 와 달라는 이 씨 어머니 전화에 달려가면 그의 방엔 늘 부탄가스통들이 굴러다니고 있었지요. 젊은 사람이 왜 저렇게 살까,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용성 씨는 이 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정신과적 상담이라고 판단, 정신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대한 선입견으로 이 씨는 완강히 거부를 했고, 처음 몇 번은 ‘129 중앙응급환자이송단’의 도움으로 강제 입원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김용성 씨는 끊임없이 이 씨와 대화를 시도하며 그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불우했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됐지요.

이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부모님의 불화로 어머니는 따로 살고 있었습니다. 목수였던 아버지는 이 지역 저 지역 돌아다니며 일을 했고, 이 씨를 방치한 채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없는 집에는 불량한 친구들이 자주 몰려왔고, 이 씨는 그 때 부탄가스 흡입을 배우게 됐습니다. 20대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지만 부탄가스 흡입은 멈추지 않았고, 교도소와 치료감호소를 수차례 드나들며 살았습니다. 식당일로 바쁜 어머니는 180cm에 120kg이 넘는 이 씨를 통제하지 못 하고, 보호관찰관에게 늘 도움을 청했습니다. 어머니가 유일하게 도움 청할 수 있는 곳은 보호관찰관 뿐이었습니다.

 

김용성 씨는 이 씨의 삶이 참 기구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에 종종 그를 찾아가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보호관찰소와 연계된 ‘정신보건센터’를 소개해 집안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지요.

 

 

 

“인간에 대한 노력은 나무나 숲과 같습니다. 10년 넘게 부탄가스를 흡입하여 내성이 깊게 생긴 친구가 한 순간의 상담이나 노력으로 변화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가 중독과 잃어버린 인성 속에서 고통스러워 할 때 그의 곁에 누군가가 동행하고 있음을 느낀다면 그의 인식이 바뀌고 행동이 변화되리라 믿습니다. 상담의 방법론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상호 신뢰입니다. 그가 변화되리라 제가 믿고 저와 가족이 그와 동행하며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그는 변화될 것입니다. 보호관찰은 평생과업이니까요””

 

김용성 씨는 인간적으로 이 씨에게 측은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제대로 된 아들 노릇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자주 그를 설득했는데, 이 씨가 부디 어머니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 잡아주길 바란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