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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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도 뚝딱 두달만에 만들었는데?

법무부 블로그 2009. 7. 24. 09:57

 

 

  

헌법이 법 중의 최고 법인 이유는 다른 모든 법들의 기본이 되는 가치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헌법이 나라를 세우는 기초이자 설계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이토록 중요한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은 겨우 두 달 안에 뚝딱 만들어졌답니다. 한 나라의 기반이 되는 헌법을 두 달 안에 만들다니! 너무 성의 없이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그 안에는 많은 역사와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두 달 만에 만들어 진 대한민국 헌법의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8.15 광복 뒤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작업은 바로 헌법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약 3년간 미군의 군사 통치 기간(미군정)을 거친 후 꿈에도 그리던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헌법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 임시정부 헌법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은 당시 중화민국 헌법의 내용을 뽑아서 편집하는 수준이었지만, 전문과 8장의 57개 조항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뒤, 5차 헌법까지 4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근대적 성문 헌법의 전통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갑자기 끝났고,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나뉘어 각각 미국과 소련의 군정 체제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소련, 남한과 북한의 대립, 뜻이 다른 정치 세력의 충돌이 일어나는 등 안팎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헌법제정, 각 기구들의 설립 등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를 세우기 위해 차분히 준비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1948년 5월 10일, 우리나라 최초의 총선거로 뽑힌 제헌의원들이 헌법을 만드는 주요 인물들이었습니다. 제헌 의원을 뽑기 위한 5.10 총 선거 때도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유권자의 96.4%가 선거인명부에 스스로 등록하고 95.5%가 투표에 참여해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 의식과 민주적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국민들과 제헌 의원들 모두 혼란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북한보다 먼저 정부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1948년 8월 18일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그 날짜에 맞추어 헌법을 만들다 보니 자연히 두 달 남짓의 짧은 기간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 이지만,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경험과 헌법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또 헌법학을 공부한 유진오 박사가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아 작성한 헌법 초안과 후에 법무부 장관이 된 권승렬 변호사의 헌법안, 그리고 미소 공동 위원회에 제출했던 국내 각 정당과 사회단체의 435개에 달하는 의견 등으로 짧은 시간 동안 완성도 있는 헌법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진 제헌의원들 ⓒ 연합뉴스] 

 

 

 

 

[조선일보 1948년 7월 17일자 '헌법에 서명하는 초대 국회의장 이승만']

 

이렇게 완성된 헌법은 그해 7월 12일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 되었고, 이승만 의장은 17일 국회의사당에서 헌법에 서명, 날인하고 공포하였습니다. 드디어 대한민국 헌법의 시작을 알리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