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조금 특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천소년교도소 수형자들이 직접 뮤지컬 공연을 펼친 것이었는데요. 어떻게 교도소내에서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는지, 왜 뮤지컬 공연을 하게 된 것인지 알아보러 KTX를 타고 김천으로 향했습니다.
제로캠프 들어보셨나요?
김천소년교도소는 소년수형자에게 알맞은 개별 처우를 제공하고 성인수형자와 섞이지 않도록 소년 수형자들만을 모아 관리하는 국내 유일 19세 미만 소년범을 수용하는 곳입니다. 소년교도소에 수감되는 소년범들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갱생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일반 교도소와는 다르게 방송통신고등/대학교 교육 과정 등을 실시해 교육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이번 공연도 사단법인 제로캠프의 지도 아래 수형자의 재범방지와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공연의 주최인 사단법인 제로캠프는 대한민국 위기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법무부 허가 비영리단체로, 대한민국 어디서든 아동과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비전 아래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우 최불암 선생님은 '청소년문제는 이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아갈 주역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는 생각 아래 제로캠프의 활동에 대표이사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날 공연 현장에는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직접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소년 수형자들의 노력을 칭찬하셨습니다.
제로캠프는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소년 수형자를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뮤지컬, 악기 교육)과 인성교육을 1년 단위 상·하반기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뮤지컬 교육은 제로캠프 직원이 파견되어 뮤지컬 연기·댄스, 뮤지컬 제작 실습 등을 주 2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에는 소년수형자가 직접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을 개최해왔는데요, 201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0번째 공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교도소 안에 가두는 것 보다는 의미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용자들의 마음부터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중요해 보였습니다.
본격적으로 김천소년교도소로 향했습니다. 이날 제로캠프 뮤지컬에 참여한 수형자의 가족들도 초청받았는데요. 정문에서부터 교도관들이 친절히 안내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정본부 마스코트인 보라미, 보드미 캐릭터가 반겨주니 교도소에 왔다는 무거움이 다소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뮤지컬 공연이 열리는 교도소 대강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분 확인과 휴대물품 검사 등 철저한 보안검색이 이루어집니다. 교도소 안으로는 담배, 휴대폰, 술 등이 반입금지 됩니다. 가방과 휴대폰 등은 안내데스크에 맡기고 입장해야 합니다.
대강당으로 들어가니 많은 수형자 가족과 내외 귀빈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이날 김천소년교도소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회장, 교정위원, 뮤지컬출연 수형자가족, 유관기관 및 봉사단체 관계자 등 약 230명이 참여하였습니다.
각계의 축하 메시지 사이에 화면을 통해 최불암 선생님이 등장했습니다. 원래 이날 참석하여 소년들의 공연을 직관하기로 하셨었는데, 건강 사정으로 오지 못하셨다고 해요. 선생님은 영상으로 제로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에 올려진 ‘별의 목소리’ 공연에 참가한 수형자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공연에 앞서 내빈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국회 일정으로 아쉽게 참석하지 못한 신용해 교정본부장을 대신하여 오세홍 교정본부 보안정책단장이 참석하여 축사를 전해주셨습니다. 또한 이번 공연을 위해 많은 후원을 아끼지 않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이수경 부회장이 소년 수형자를 위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직접 나와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공연 팜플렛으로 전한 이일환 김천소년교도소장의 인사 말씀도 기억에 남아 적어봅니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꾸어라'는 말처럼,
꿈은 인생의 활력이고 꿈이 있는 사람은 희망이 있어 절대로 인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고래의 꿈을 품은 아이들의 외침에 관심을 기울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을 격려해주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오프닝 공연 첫 번째로 난타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옷을 바꿔 입으며 총 3곡의 난타 연주를 들려주었는데요.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객석에거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그 노력을 통해 소년 수형자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두 번재 오프닝 공연은 사물놀이였습니다. 신명나는 사물놀이에 객석에서는 박수로 장단을 맞췄습니다. 이어서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뮤지컬인 ‘별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펼쳐졌습니다. 이 공연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와 소년 수형자 ‘성진’을 통해 삶의 이미를 고찰해 보는 내용인데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시선을 각자의 시간 속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으로, 소년 수형자들이 6개월 동안 연습 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별의 목소리’를 보면서 마치 서울 대학로에 와 있는 듯 한 느낌마져 들었어요. 그만큼 수준이 높았고, 소년수형자들이 대단히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힘든 수형생활을 하면서 언제 이렇게 준비했는지 기특하고 대견했어요. 그리고 이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을 부모님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날의 공연을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저들은 범죄자이면서 쓰레기들인데 왜 그들을 돕느냐?", "한번 범죄자는 아무리 교화를 위해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세금이 아깝다."하지만 이들이 수형 시설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빈곤문제, 가정의 해체, 가정폭력 등을 논하지 않더라도 아직까지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인 소년 수형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갈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로캠프 활동에 참가하여 6개월 동안 뮤지컬 공연을 준비했던 한 소년 수형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해야하는 지도 모르는 뮤지컬을 화를 억누르며 6개월 간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하고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때 느꼈습니다. 나도 약한 인간이구나라는 것을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볼 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눈과 귀로 연극을 봤는데요. 이번 ‘별의 목소리’ 공연은 가슴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소년 수형자가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출소를 하여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것입니다. 그런 그들을 우리 사회 일원이 될 수 있게 돕지 않고 탓만 하게 된다면 그들이 출소 했을 때 같은 범죄 혹은 그 이상의 범죄를 또 저지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별의목소리 공연은 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그 순간, 무대가 끝난 후 받는 박수 등 많은 것들이 그들의 변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이 다시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단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취재였습니다.
취재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정건일(중등부)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이재형(성인부)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윤은파(성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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