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경찰관이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많이 듣는 대사입니다. “영장은 가져왔어?” 혹시 이 대사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드라마 속 범인이 영장을 찾는 이유는 우리 형법상 체포는 영장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긴급체포 혹은 현행범 체포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예외에 해당합니다. 체포는 피의자를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수사관서와 같은 장소에 유치하여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법한 수사절차확보를 위해선, 법관이 발부한 체포영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긴급체포와 현행범 체포와 같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체포하려면 그만큼 엄격히 법에 정해진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오늘은 이 ‘예외’ 즉, 긴급체포와 현행범 체포의 요건은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만 긴급체포 혹은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Ⅰ 영장주의의 예외 하나, 긴급체포란?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함께 법조문을 살펴볼까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긴급체포)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언제 긴급체포가 가능할까?
하나씩 요건을 살펴보면, 우선 범죄가 중대해야 합니다. 즉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행죄는 어떨까요? 우리 형법상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즉 긴급체포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어야 하므로 중대범죄가 아니어서 폭행죄는 긴급체포가 불가한 범죄입니다.
그렇다면 상해죄는 어떨까요? 우리 형법은 상해의 법정형을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죄와 달리 상해죄는 긴급체포가 가능합니다.
두 번째로 긴급체포를 할 수 있기 위해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긴급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긴급을 요한다는 것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처럼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를 말합니다.
판례를 바탕으로 한 한 가지 사례를 제시해보겠습니다.
“A가 필로폰을 투약한다”라고 제보받은 경찰관이 제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A의 주거지를 방문하였다가 현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A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 A의 집 앞에서 A에게 경찰관이니 만나자고 하는데도 A는 ‘자신은 지금 집에 없다’라며 거짓말을 하자,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침대 밑에 숨어 있던 A를 긴급체포하였습니다.
위 사례에서 경찰관의 긴급체포는 적법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대법원은 ‘경찰관이 이미 피고인의 신원과 주거지 및 전화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당시 마약 투약의 범죄 증거가 급속하게 소멸될 상황도 아니었던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긴급체포가 미리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5814). 즉 긴급성이 없었던 때 긴급체포하여 위법한 긴급체포에 해당한 것입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범인을 체포할 때 이 대사도 항상 같이 등장하는데요, 긴급체포하더라도 미리 미란다원칙을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즉,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하는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재차 긴급체포할 순 없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4에 따라 한 번 긴급체포한 뒤 석방되면 다시 같은 범죄사실을 이유로 긴급체포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갑이 경찰관으로부터 긴급체포 되었다가 갑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아서 이후 석방되었다면, 다시 동일한 범죄사실로 갑을 긴급체포할 순 없습니다. 같은 범죄사실로 갑을 다시 체포하려면 이때는 반드시 법관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Ⅱ 영장주의의 예외 둘, 현행범 체포란?
형사소송법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긴급체포 외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마지막은 ‘현행범 체포’입니다.
현행범은 누구든지 체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급체포와 구별됩니다. 즉, 일반인도 현행범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이 체포할 때는 체포를 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강제력을 행사하는 정도는 허용되나,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거나 무기를 사용할 순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현행범이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현행범인이란,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말합니다. 즉,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는데 아직 종료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사람, 혹은 범죄를 실행하여 종료한 ‘직후’의 사람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범죄 실행 후 ‘직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라고 함은, 범죄행위를 실행하여 끝마친 순간 또는 이에 아주 접착된 시간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체포를 당하는 자가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현행범인으로 볼 수 있다”(대판 2002.5.10. 2001도300).
한편, 형사소송법은 현행범인은 아니지만 현행범인으로 간주하는 자, 즉 ‘준현행범인’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1조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현행범인으로 본다.
1.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을 때
2.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나 그 밖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
3.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
4. 누구냐고 묻자 도망하려고 할 때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거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될만한 흉기를 소지하고 있거나 혹은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 또는 누구냐 묻자 도망하려 할 때 준현행범인으로 인정되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가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낸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 A의 신체나 옷에서 술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면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에 해당하여 준현행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대판 2012. 11.15. 2011도15258)
오늘은 ‘영장에 의한 체포’의 ‘예외’인 긴급체포와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알아보았습니다. ‘긴급체포’와 ‘현행범’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자주 봤던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이지만,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인 만큼 그 요건은 다소 엄격히 다루어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다룬 긴급체포의 요건들과 현행범과 준현행범인의 의미는 법률 상식으로 알고 가면 좋겠습니다.
글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이도은(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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