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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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법무부 블로그 2018. 8. 17. 11:00



취업의 문턱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이라면 한번쯤 재력 있는 여성과 결혼해 그냥 셔터맨이나 하면 좋겠다...’라는 상상 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의존상태를 '온달 컴플렉스'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에서 유래합니다. 이 이야기는 바보 온달이 신분의 장벽을 넘어 평강공주와 혼인을 하고, 아내의 내조로 전쟁마다 승리를 거두는 훌륭한 장군이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과연 바보온달이 평강공주 없이, 이 사회에 혼자 남아있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적응할 수 있을까요


    


▲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내조로 사냥대회를 우승한 후에 훌륭한 장군이 되었습니다. (출처=쥬니어 네이버)

 

바보온달은 누굴까요?
'삼국사기''온달열전'을 살펴보면 온달은 고구려 제25대 평강왕 시절의 실존인물로 가난한 형편에 홀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매일같이 구걸하며 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허름한 옷에 밥을 빌어먹는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는데요. 고구려 도성에서 바보 온달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한편, 평강왕에게는 평강이라는 딸이 있었는데요. 평강공주가 떼를 쓰고 울 때 마다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라며 겁을 주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평강공주가 혼기가 차자 바보 온달과 혼인을 하겠다고 떼를 썼고, 화가 난 평강왕은 공주를 궁궐 밖으로 내쫓게 되었는데요. 공주는 곧장 온달을 찾아가 혼례를 치른 후,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시면서 온달에게는 글과 무예를 익히도록 내조합니다.

몇 년 후, 나라에서 열린 사냥대회에 참가한 온달은 우승을 하게 되었고, 평강왕은 온달을 장군에 임명하게 됩니다. 온달은 출정한 전쟁마다 승리를 거두게 되어 '대형'이라는 높은 관직에 까지 오르게 되는데요. 바보였던 온달은 평강공주를 만나 훌륭한 장군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 가난한 형편의 온달은 누더기 옷을 걸치고, 동네를 동냥하면서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습니다. (출처=쥬니어 네이버)



바보 온달이 범죄를 일으키면 처벌받나요?
우리가 흔히 부르는 '바보'라는 단어는 정신의학에서 '발달장애'로 분류하는데요. 장애인복지법 제21항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등, 정신 발육 등의 지체로 일상생활 혹은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적 시각에서 온달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정확한 진단은 받아봐야겠지만, 온달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바보'로 불렸다는 측면에서 증상의 정도에 따라 '발달장애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보라고 불리던 온달이 발달장애라고 가정해봅시다. 누구든 생활고에 시달릴수록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요. 가난한 형편에 있는 바보 온달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범죄를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보라는 이유로 용서가 되는 것일까요? 온달이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겠지만, 만약 '발달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 제10조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보 온달이 해당 범죄와 관련해서 발달장애 등의 심신상실이 인정된다면 형법 뿐 아니라 민법상 배상의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심신상실이 아닌 미약으로 인정된다면 면죄가 아닌 감경의 사유가 되는 것이죠. 설령, 온달이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수감 중에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가 된다면, 형사소송법 제470조에 따라서 심신장애가 회복될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하기도 합니다. 
    
평강공주를 대신하는 정부지원들
 


▲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발달장애를 앓는 온달은 사회적 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에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텐데요. 평강공주의 내조처럼 온달을 지켜주는 법은 없은 현대사회에 없을지 궁금해집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4조에는 온달과 같은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애를 조기 발견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하고, 장애 완화와 기능향상을 위해 지원해야하며, 양육부담 경감 및 장애인의 권익 옹호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문은 발달장애인 지원센터(www.broso.or.kr)’와 같이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복지지원을 통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책을 시행해야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죠. 또한 장애인서비스와 관련한 문의도 할 수 있는데요. ‘보건복지부(장애인서비스과)’ 044-202-3347를 통하면 됩니다. 이 밖에도 동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발달장애인 대상 범죄 방지에 관한 정책 수립 및 대책을 마련하도록 명문화하여 범죄에 노출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범죄 피해를 돕는 법무부의 서비스

               



▲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발달 장애인이 범죄 피해를 입게 된다면 어떨까요.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특수학교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실제 성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지난달 강원도 태백의 한 특수학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의사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우리 형법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그 죄를 엄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반 강간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지만(형법 제297),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법무부는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성폭력피해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펼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로 인해 제대로 된 진술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돕기 위한 '진술조력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요청을 하면 피해자에게 진술조력 전문가를 지원하여 사건에 대한 조사나 법정 증언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검사가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지정하여 수사 및 재판과정 전반에 걸쳐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법률지원 뿐 아니라 '스마일센터'를 통해 다양한 심리프로그램 진행으로 정신적 상처를 회복하는 의료지원도 아끼지 않습니다. 법무부의 해당 정책은 전액 무료로 지원하고 있어 피해자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 재판에 집중하도록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는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성공 사례는 발달장애가 더 이상 사회로부터 뒤쳐진다는 의미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바보에 대한 우리의 어릴 적 고정관념도 이제 무너뜨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성숙한 의식과 다양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우리나라의 모든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2의 온달장군과 같은 위인을 배출하고, 한국의 빌게이츠와 같은 훌륭한 사업가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웅철(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