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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스포일러라니... 모르고 볼 권리 좀 지켜주세요!

법무부 블로그 2016. 7. 26. 11:00



최근 흥행돌풍을 몰고 온 영화 부산행이 연일 화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좀비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개봉 5일 만에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부산행이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산행 스포일러 방지 포스터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모르고 볼 권리를 지켜주세요! (사진= 네이버검색)

 

하지만 흥행과 동시에 언짢은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먼저 관람한 사람들 중에서 몇몇 사람들이 영화의 주요 장면이나 줄거리, 결론 등을 인터넷 등에 미리 공개함으로써 예비 관람객의 기대와 재미를 반감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줄거리를 예비 관객들에게 미리 밝혀버리는 것을 스포일러라고 하는데요. 그 내용이 뭐냐고 물어봐서 알려주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스포일러의 문제는 예비 관객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용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르고 볼 권리’, ‘내가 스스로 알 권리를 지킬 방법은 없는 걸까요?

 

스포일러는 영화 뿐 아니라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등장합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연예인들이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해서 토너먼트형식으로 가왕이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면 복면을 벗게 되는데요, 감동적인 노래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나중에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한 프로그램입니다.

  


복면가왕에서 복면이 포인트 입니다. 한 사람이 복면 속 얼굴이 누구라는 것을 밝혀버리는 순간, 복면가왕의 프로그램 취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사진=MBC홈페이지)

 

그런데 요즘 이 복면가왕은 프로그램 초반부터 스포일러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9연승을 이끌면서 연일 화제가 되었던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누구인지는 많은 스포일러 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 미리 방청을 하고 온 사람들에 의해 몇 대 몇으로 누가 지는지, 누가 나오는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등의 내용들이 모두 스포일러가 되어 떠돈 적이 있습니다.

 

일간스포츠에서는 복면가왕 스포일러에 대해, “복면가왕 스포일러는 사망선고다. 복면 안의 인물에 대한 궁금증, 추리 성공과 실패가 재미에 직결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복면 속 얼굴이 누구인지 이미 공개되면, 복면을 착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목도 복면가왕일 필요가 없죠. 프로그램의 뿌리가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각 출연자들은 연습을 할 때에도 본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게 복면을 씁니다. 공개방송을 찾은 판정단들은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방청을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본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의기양양하게 방송의 결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절대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무한도전 스포라고 쳤더니, 스포일러를 원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원치 않는데 왜 사람들은 미리 알려주려고 하는 걸까요? (캡쳐=네이버 검색)

 

얼마 전,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를 비밀리에 진행하다가 스포일러가 발생해 계획이 무산된 적도 있었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제작진들에게 이런 사건은, 의욕상실의 원인이 되었을 겁니다. 바로 어제는 무한도전무한상사드라마에 누가 출연하는지가 미리 공개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원치않는 스포일러는 이제 많은 누리꾼들에게 정보가 아니라 소음이 될 뿐입니다.

 

스포일러가 유출되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할 겁니다. 만드는 사람이 의욕이 없고 재미가 없으면, 보는 사람도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은 비밀이 보장되어야 재미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먼저 본 누군가 그 비밀을 말해버린다면, 이 방송을 볼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볼 의미가 없으면 보지 않게 되고,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 누군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큰 파장을 몰고 와 결국에는 의미 없는 방송을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부산행촬영현장입니다. 누군가는 밤잠을 설치며 영화를 만듭니다. 그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스포일러입니다. (사진=네이버 영화검색)

 

영화나 방송 내용을 미리 말하지 않는 것은,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어차피 알게 될 내용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 알 수 있게끔 기다려주고 배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스포일러를 법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또 누군가에게는 모를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나 방송의 내용은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어야 합니다. 비밀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단지 재미를 위해, 먼저 봤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이러한 비밀을 발설한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스포일러! 많은 사람들의 배려로 앞으로는 스포일러가 모두 사라지길 바랍니다.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연우(중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