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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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만 되면, 4개국 나라가 모이는 집?

법무부 블로그 2012. 1. 24. 19:00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서 온 ‘오가와테루요’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 다문화 가정이죠.

 

그런데 시댁은 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남편의 형제가 6남매인데, 그 중 5형제에 시누이가 하나입니다.

남편은 장남인데요,

아내인 저는 일본인, 둘째 동서가 중국인입니다.

동서들 중 2명이 외국에서 시집을 왔고,

심지어 한국 동서들도 경남 대구, 울산 출신으로 먼데에서 온 편입니다.

 

 

 

우리 시부모님은 시대의 흐름을 일찍 따른 건지, 외국인 며느리 복이 있는건지~

말도 안통하고 생김새도 다른 저희들을 좋아하셨는데요.

아쉽게도 시부모님은 2005년도에 두 분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도 시부모님의 걱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넷째 시동생이 결혼을 안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시부모님의 걱정이 우리 부부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역시 걱정이 되어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수덕사에서도 대웅전과 관음바위에서도 가는 데마다

항상 삼촌이 결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일 보다 항상 삼촌의 결혼이 먼저였습니다.

 

 

 

 

그러던 2009년 가을에 맞선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는 분의 소개로 필리핀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목포까지 갔습니다.

우리가 만난 아가씨는 키가 크고 날씬하고 예뻤습니다.

제가 향천사 천불전에서 봤던 긴 불상의 얼굴과 인상이 같아서

‘그래, 바로 이 아가씨다!’하고 느꼈습니다.

 

우리 삼촌도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았고,

저는 ‘제발 이 아가씨가 우리집으로 시집 왔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29살인데 삼촌은 40살을 넘었고

인물은 좋은데 유전이라 대머리였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노력과 삼촌의 끈질긴 구애 끝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식장을 예약하고 초대장을 맞추는 것부터 하나하나 아들을 보내는 마음이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시부모님 자리에는 남편과 제가 앉았고,

신부 쪽도 필리핀에서 오시지 못한 부모님을 대신 언니와 형부가 앉았습니다.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고 무사히 예식이 끝났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없어, 더 해주고 싶었지만 아쉽기는 한이 없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일본인 첫째 며느리와, 중국인 둘째 며느리, 한국인 셋째 며느리,

그리고 필리핀에서 온 넷째 며느리까지!

이렇게 해서 우리는 4개국이 모이는 집이 되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막내 동서가 둘째 아들을 낳았고,

구정을 지나 2월에는 필리핀 동서가 첫째 딸을 낳았습니다.

저는 큰 형님이지만 왠지 나이차도 많아

조카들이 손자 같기도 하고, 동서들이 며느리 같기도 하더라고요.

 

 

 

 

어느 날, 중국인 동서가 너무 힘이 들었는지

저에게 와서 힘들다며 남편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하는 말이,

“형님이 도망가지 않는데 저도 도망가지 못하겠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와~ 내가 정말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동서할 것 없이 모두가 고생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동서들에게 고마운 마음밖에 없습니다.

 

아마 제가 일본에서 시집을 와서 2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적응하며 고생한 체험을

중국동서도 필리핀동서도 역시 경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다문화정책이 잘되어

우리와 우리아이들에 오는 혜택도 배려도 많아졌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고 우리도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한국 며느리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겁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돌아오면,

음식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이번 명절에는 외국며느리끼리 준비합니다.

제사상에 외국 음식은 올리지 않는 말이 있던데...

‘며느리도 외제인데, 뭐 어때?’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음식만 맛있으면 되겠지요~

그리고 외제 며느리들과 다같이 모여서 한바탕 신나게 놀겁니다.

우리집 명절에는 재미있는 윷놀이를 하게 되는데,

중국과 일본의 연합군을 만들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한일연합군도 가능합니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무엇이든지 국제적입니다.

반찬도 국제적이고, 언어도 국제적입니다.

부부가 싸워도 국제전쟁이지만, 사이가 좋으면 세계평화의 지름길이랍니다~ 

 

 

 

남자 형제는 아무리 싸워도 형제지만

여자들이 사이가 안 좋으면 남남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4개국의 다문화 가정의 대장으로서, 큰형님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만,

혼자가 아닌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모두 함께 한국에서 같이 사이좋게 살아갈 겁니다.

 

 

이글은 2011년 결혼이민자 생활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일본의 ‘오가와테루요’ 씨의 글을 각색한 것입니다.  

 

 

 

편집,정리=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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