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주민등록’한 노숙자가 검사에게 쓴 편지

법무부 블로그 2011. 7. 7. 08:00

 

 

 

우유 배달을 하는 만석 할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폐·휴지를 모아 생계를 이어가는 독거노인, 송씨 할머니.

 

젊은 날 한 남자를 만나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온 뒤로 다시는 가족을 만난 적 없는 송씨 할머니는 이름도, 신분증도 없이 힘겹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홀몸입니다. 생활은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주민등록증이 없는 까닭에 나라나 지자체에서 준다는 복지혜택 조차 그녀는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만석 할아버지가 나섭니다. 주민센터를 다니는 손녀딸을 찾아 그녀에게 ‘송이뿐’이라는 고운 이름을 지어주고, 주민등록증도 만들어 줍니다. 나라에서 지급되는 저소득층 생계지원금도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찍힌 주민등록증을 받아든 할머니는 벅찬 희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석 할아버지의 가슴은 가득 찹니다.

 

영화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가슴 찡한 주인공은 한 노숙자와 검사.

피의자로 수사를 받던 노숙자는 한 검사의 도움으로 생애 첫 주민등록증을 받아듭니다. 그리고 그는 그 감동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가슴 속에 흘렀습니다.”

 

어찌된 일이었을까요?

 

지난 4월 부산지방검찰청 형사1부. 수중에 돈도 없이 음식점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시켜먹은 혐의로 구속된 노숙자 이모씨가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이XX, 아니 아니 이OO이요.......”

“주민등록번호가...?”

“5X0306... 아니 아니 5X0315...."

 

전과가 두 개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하게 대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에게는 제대로 된 주민등록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가출하여 노숙자로 살아온 통에 주민등록을 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국가나 자치단체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습니다.

 

딱한 사연을 접한 검사는 그에게 주민등록을 해주고자, 피의자의 가족을 수소문 했습니다. 하지만 부친은 이미 사망한 지 오래였고, 살아있는 모친은 끝내 협조를 거부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안타까운 사정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검찰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죠.

 

검사는 우선 수감 중인 피의자를 소환했습니다. 그리고는 검사실에서 사복을 빌려주어, 주민등록증에 실릴 사진을 찍게 했지요. 주소지로 등록할 주소가 없는 노숙자이기에 부산노숙인지원센터의 협조를 받아 주소지도 만들었습니다. 이중등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에 지문감식 자료 확인도 마쳤지요.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피의자와 함께 주민센터로 갔습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드디어 지난 27일 이씨에게 생애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이 생겼습니다.

 

이로써 그는 3개월간 매월 최대 43만원의 국민기초생활지원금과 의료보호(병원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그는 ‘근로능력판정진단서’등을 제출하게 되면 등급에 따라 국민기초생활지원금(의료보호 포함) 수령을 연장하거나, ‘자활사업’에 참여하여 ‘자활급여(월 최대 60만원)’를 수령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민등록증이 생겨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주민등록’이었지만, 그에겐 너무나 소중하고, 벅찬 감격이었지요. 구치소에서 주민등록증이 발급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이 씨는 두 차례에 걸쳐 담당 검사에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꼬옥꼬옥 눌러 쓴 손글씨에선 감사와 감동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검사님, 하늘 아래 53년을 살면서 나라에서 주는 혜택도 못 받고, 여러 가지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전에 빨리 검사님을 만났으면 이렇게 전과도 없고, 국가에서 혜택을 주는 것도 받고 생활을 했으면 이렇게 많은 전과기록도 없고 진작 인간답게 성실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인생에는 터닝포인트라는 게 있습니다. 볕들 날이라곤 없을 것 같던 순간에 구원은 덜커덩 찾아오곤 하지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송씨 할머니를 구원한 것은 만석 할아버지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이름이 생겼고, 주민등록증이 생겼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은 송씨 할머니를 새로운 인생으로 안내하게 됩니다.

 

젊은 날의 가출로 노숙자가 되어 버렸고, 자포자기한 채로 살아왔던 이씨. 그에게 ‘검사님’은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존재해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던 그에게 꿈에 그리던 주민등록이 생겼으니까요. 지난 53년간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이씨가 이제 제2의 밝은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