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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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에 간 아들녀석, 남탕에 간 딸아이

법무부 블로그 2011. 6. 29. 17:00

 

 

 

애순씨는 여섯 살 된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수영장이 있는 찜질방으로 오랜 만에 나들이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남편은 직장 상사의 호출에 등산가방을 꾸려야 했으므로, 애순씨는 어쩔 수 없이 아들과 둘이서 찜질방으로 향했습니다.

 

 

 

 

 

여탕 출입이 금지된 여섯 살, 아들

 

여느 때처럼 찜질방 입구 카운터 앞에서 선 애순씨.

“어른 한 명, 아이 한 명이요.”

카운터 여직원은 계산을 해주는 대신 애순씨와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잘라 말합니다.

“얘는 여탕에는 못 들어가요!”

“네? 두어 달 전에도 제가 데리고 와서 씻겼는데요?”

“안 됩니다.”

“왜요?”

“항의가 너무 많아요. 남자 아이들 여탕으로 들어오면 기겁을 하시거든요.”

“얘는 겨우 여섯 살인데요?”

“그래도 안 됩니다. 어쨌든 안 되요. 죄송합니다. 목욕탕에는 안 들어가고, 찜질이나 물놀이만 할 거면 들어가시고, 아님 못 들어갑니다. 다음 손님!”

 

다음 손님은 한 백인 남성과 그의 딸이었습니다. 그 딸애는 키가 애순씨의 아들보다 한 뼘은 더 컸습니다. 애순씨는 그 가족을 지켜봅니다.

 

남탕 출입이 허용된 또래 딸아이

 

헐~ 이럴 수가! 외국인 남자와 그의 딸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옷장 열쇠를 받아듭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애순씨, 카운터 여직원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봐요, 아가씨! 아니 저기는 왜 입장이 되나요? 쟨 키도 우리애보다 훨씬 크구만?”

“남탕은 문제없어요, 손님.”

“왜 우리 애는 안 되고 쟤는 되는 건데요? 혹시 외국인이라고 봐주시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손님?"

"왜요? 키면 키, 나이면 나이 뭔가 기준이 명확해야 거부당하는 쪽도 납득이 될 게 아닙니까?”

애순씨의 지적은 날카로웠지만, 카운터 여직원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게요, 손님! 남탕에서는 불평이 없는데, 여탕에는 아주 난리가 나서 그래요. 양해해주세요!”

애순씨는 황당했지만 카운터 여직원도 꽤나 난처해하는 지라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니 일단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MBC 무한도전 목욕탕 특집 화면캡처

 

 

하지만 애순씨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여탕 출입이 금지되는 남자아이의 기준은 키인가요, 몸무게인가요? 나이인가요? 남자아이의 여탕출입은 안되고, 같은 또래 여자아이의 남탕 출입은 괜찮다니, 이중잣대 아닌가요?”

 

 

***

 

여탕 출입 금지되는 남자아이 기준은?

 

해답이 궁금한 애순씨에게 목욕탕 관련 법률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공중위생관리법』인데요, 이 법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 목욕탕, 찜질방, 미용실, 세탁소 등에 대한 위생준수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한 번 찾아볼까요?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공중위생영업자의 위생관리의무등)

② 목욕장업을 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이 경우 세부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1. 제2조제1항제3호 가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 목욕장의 수질기준 및 수질검사방법 등 수질 관리에 관한 사항

2. 제2조제1항제3호 나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 위생기준 등에 관한 사항

⑦ 제1항 내지 제6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중위생영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위생관리기준 기타 위생관리서비스의 제공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그 각항에 규정된 사항외의 사항 및 감염병환자 기타 함께 출입시켜서는 아니되는 자의 범위와 목욕장내에 둘 수 있는 종사자의 범위등 건전한 영업질서유지를 위하여 영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목욕장업을 하는 사람의 의무에 대해서 언급이 되어 있긴 하지만, 애순씨가 궁금증을 풀어주진 못합니다. 하지만 ‘제4조 7항’을 눈여겨보세요. “건전한 영업질서유지를 위하여 영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는 규정, 그건 시행규칙을 찾아봐야 한다는 이야긴데요, 시행규칙으로 가볼까요?

 

거기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공중위생관리법』시행규칙

제7조(공중위생영업자가 준수하여야 하는 위생관리기준 등)

제4조제7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중위생영업자가 건전한 영업질서유지를 위하여 준수하여야 하는 위생관리기준 등은 별표 4와 같다.

 

 

 

만5세 이상 남녀 동반 입장금지

 

어라? 눈치 채셨겠지만 이제 ‘별표 4’로 갈 차례입니다.

 

 

 

『공중위생관리법』시행규칙 [별표 4]

공중위생영업자가 준수하여야 하는 위생관리기준 등(제7조 관련)

2. 목욕장업자

라. 그 밖의 준수사항

(2) 목욕실 및 탈의실은 만 5세 이상의 남녀를 함께 입장시켜서는 아니 된다.

 

 

 

그렇습니다. 애순씨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기준은 여기에 있습니다. 여탕 출입이 금지되는 남자아이의 기준은 키도, 몸무게도 아니고, 바로 ‘만 나이’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규정을 위반한다면 ,『공중위생관리법』제22조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내야합니다.

 

 

 

『공중위생관리법』제22조(과태료)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3. 제4조제7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목욕장업소의 시설 및 설비를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지 아니한 자

 

 

 

***

 

이 사실을 알게 된 애순씨는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애순씨 역시 어린 시절 초등학교 같은 반 남자아이를 목욕탕에서 만나 식겁한 일이 있는 데다, 다 큰 남자아이가 엄마손 잡고 여탕에 들어오는 걸 누구보다도 싫어했던 아가씨 시절이 있었기에 손님들이 불만을 호소한다는 카운터 직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애순씨의 아들은 12월생이라 아직 만4세 밖에 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엄마 따라 여탕 가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았던 거였다니!

 

만약 애순씨가 이 규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4에 의하면 만5세 이상의 남녀를 함께 입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는데, 왜 만 4세인 우리 아들은 여탕 입욕이 안 되고, 만 5세는 거뜬히 넘고도 남을 여자아이는 남탕 입욕을 허용하나요?”하고 따져볼 수 있었을 텐데…….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다 큰 아들․딸을 여탕․남탕으로 끌고 다녀서는 안 되겠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엄마를 따라 온)남자아이를 안 된다고 거절한 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법했던 (아빠를 따라 온)여자아이는 입욕을 허용한 그 카운터 직원도 이 규정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겠군요. 잘못했다간 과태료를 물어야할 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글 : 법무부

이미지 : Alt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