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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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 물건이라고, 안심하고 사용했다간...!!!

법무부 블로그 2011. 5. 10. 19:00

 

 

4월의 마지막 금요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지요.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내릴 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는, 열차에서 급하게 내렸습니다. 문이 닫히기 전, "저기요!"하는 소리에, 순간, 휙! 뒤돌아보았지만, '에이, 아니겠지~'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 러! 나! 열차가 떠나자마자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저기요!"가 날 향한 소리였다는 것을. 세상에, 가방 위에 살며시 올려놨던 카드지갑을.... 급하게 내리면서, 미처 챙기지 못하고 열차 바닥에 떨어뜨리고 나온 것입니다....!!! ㅜ__________ㅜ

 

물건을 ( )에 놓고 내렸어요! 어떻게 하죠?

 

 

갑자기 두려움과 화가 몰려왔습니다. 지갑 안에 있던 카드들은 그렇다 치고, 그 '카드지갑', 법무부 기자단 워크숍 기념품으로 받아 '사용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새 지갑' 이었거든요...ㅜㅜ

 

일단! 침착하게 구로역 유실물센터(02-2639-3259)와 시청역 유실물센터(02-6110-1122)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습니다. (휴대폰 지하철 노선 프로그램을 보면 다 나옵니다~) '제 카드지갑이 들어오면, 반드시 연락해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요. 또 제 지갑에 있었던 카드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분실신고도 해 놓았고요.(저는 평소에 현금 대신 카드를 쓰는 편이라, 현금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가 늘 사용하는 카드는 따로 빼서 가방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당황스러움과 화는 계속 남았지만, 일단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역에서 계속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봤자, 당장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막연히 '찾을 수 있겠지!'하는 약간의 희망은 있었습니다. 너무 꿈이 큰 거 아니냐고요? ㅜㅜ 사실, 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등굣길+출근길, 아침 시간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그 엄청난 인파에 쓸려 지갑이 없어져버렸거든요. 그 때는 정말, 착한 누군가가 제 지갑을 십 원 하나 빼가지 않고 그!대!로! 시청역 유실물 센터에 맡겨 놓았습니다. 저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막연한 희망과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일단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주운 물건 무단 사용, 범죄입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저는 황당한 문자 한 통을 카드회사로부터 받았습니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습니다. 짐작하시겠지요? 제 지갑을 주운 누군가가, 제 카드 중 하나를 사용하려고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해당 카드회사에 전화해 어디서 그 카드가 사용되었는지 문의했습니다. '강남구 역삼동 잡화점'으로 기록에 남았습니다. 그 길로 112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해당 영업점을 방문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제 카드를 사용한 사람을 당장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관할 경찰들이 영업점을 방문해보았지만, 그 가게는 행사장 식으로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본부 같은 사무소라고 하더군요.(쉽게 말씀드리면, 지하철 상가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확인할 수 없고, 당일 사용된 모든 카드전표가 카드 회사로부터 도착해야, 도난 및 분실로 승인 거절된 카드가 어느 점포에서 사용됐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더라고요. 추적 후에는, 카드 회사가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 뒤 경찰이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형법 360조에 따르면,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을, 주운 물건이라고 해서 본인이 사용하면, 범죄가 된다는 것.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 매장물을 횡령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사실 최근에 제가 겪은 것과 같은 케이스는 범인(!)을 잡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시간이 많이 걸릴수록 범인(!)과 지갑, 둘 다 찾기도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범인(!)이 잡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일부러 집 근처 파출소에 카드지갑 분실신고를 했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 저의 부주의도 일부 있었지만 주운 물건을 유실물센터나 경찰서로 갖다 주지 않고, 그것을 오히려 본인이 사용하려고 했다는 것, 그 사실이 저를 너무나 화나게 만들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법대로 하자!'는 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가 나는 상황에 처해지다 보니 정말 '법대로 해보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_-


아참, 하나 더!

 

저는 다행히도, 일찍 카드회사에 분실신고를 해 놓았기에, 재산상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지갑을 잃어버렸고, 미처 카드회사에 분실신고를 하지 못했는데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그 범인(!)의 행동은 형법 347조의 사기죄, 타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점에 대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 등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 좀 더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됩니다. (저를 도와주신 경찰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경우에는 경찰 조사를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유실물이라고, 우습게(!) 보시면 안 돼요!

주운 물건은 반드시, 유실물센터나 경찰서에 갖다 주세요!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하지 않을까요?

 

 

망연자실한 상태로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이런 게시물이 붙어있더군요.

 

 

 

 

이 게시물을 보고는 더 씁쓸해졌습니다. 이렇게라도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 편에서는 유실물이라고, 주운 물건이라고 해서 막 사용하려 했던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정말 씁쓸했습니다.

 

월요일에 프랑스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나 지갑 잃어버렸어!"라고 첫 세 마디를 내뱉으니, 제 친구가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괜찮아! 한국 사람들 착해! 한국엔 도둑 없어!"

 

이 말을 듣자마자 정말.... 제가 겪었던 그 일이 더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안전한 편이지만 정말 그대로 믿어도 될까,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을 다 못 믿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일종의 본인 확인 절차로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시스템이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

 

'나의 행동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CCTV 등)'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모두의 내면에 있는 '나의 눈'은요?

가장 중요한 건 양심, 혹은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 아닐까요?

 


 

                                                                                                     

                                                                                                                                           글, 사진 : 노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