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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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로또'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1. 4. 28. 17:00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무대 한켠에서 흘러나오는 라이브 연주와 함께 불이 켜지면, 고뇌하는 검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독백.

 

“사람들은 말합니다, ‘오! 우리의 검사 나리.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등불. 사회 정의의 상징,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무언가 심각하게 고뇌하는 모습의 검사이긴 하지만, 어딘가 과장되고 코믹해 보이는데요. 바로 연극 ‘굿 프로시큐터스(Good Prosecutors)’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4월 24일, 오랜만의 연극 공연을 기대하며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의 화이트홀을 찾았습니다. 포근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들어간 공연장은 이미 검찰청 직원들과 가족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요. 공연장에 유독 법무·검찰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많았던 이유는, 연극을 꾸려나갈 배우들이 바로 검사와 검찰청 직원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법 집행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반성과 이해 도모’ 라는 목표를 안고 시작한 공연 ‘굿 프로시큐터스(Good Prosecutors)’는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콩트를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이 극화해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시킨 희극 <굿 닥터(Good Doctor)>를 한국 검찰 이야기로 각색한 것이었습니다.

 

 

▲‘굿 프로시큐터스(Good Prosecutors)’ 공연 한 장면 ⓒ대검찰청

 

공연의 주인공은 매일같이 책상에 앉아 ‘기소냐, 불기소냐, 아니면 고소를 취하하게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경력 10년차 검사였는데요. 직업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새로운 사건과 마주할 때마다 아이러니한 힘이 생긴다는 그가 검사로 머무르는 동안 바꾸고 싶은 것들을 7개의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옴니버스 식으로 전개가 되었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서민들의 애환과 그들이 느끼는 ‘법’에 대한 감정과 오해를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특히, 검사에게 재채기를 한 것 때문에 기소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소심한 서민의 모습을 통해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가진 국민들의 편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난하고 힘없는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벌금형을 구형하기는 했지만 재판이 끝난 후 동료들과 노점상으로 달려가서 떡볶이와 튀김을 잔뜩 팔아주는 검사의 모습을 보면서 검사가 무조건 무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벌금형이선고되는 장면 ⓒ대검찰청

 

 

 

 

▲재판 후 동료들과 노점상으로 달려가서 떡볶이와 튀김을 잔뜩 팔아주는 장면 ⓒ대검찰청

 

또한,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 마다 극을 꾸려나갔던 인물들의 고민과 애환이 해결되면서 “이 사람은 로또에 당첨되었습니다.”라는 해설자의 설명이 흘러나오는데요. 마음의 짐을 덜고 작지만 큰 행복을 얻은 사람들의 기분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인 것 같았습니다.

 

공연은 24일과 25일, 이틀간 진행되었는데요. 현직 검사와 수사관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이라는 점에서 신선했고, 프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도 정말 훌륭한 무대였다고 느껴졌습니다. 검사들이 하는 연기가 이렇게 진짜 같을 수 있다는 사실, 한없이 경직되어 있을 것 같은 검찰청 사람들이 이렇게 남을 ‘울리고’, ‘웃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동시에, 극을 통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피해를 받는 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느낄 삶의 애환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마추어의 실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극 무대에서 특히 많은 찬사를 받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우정미 실무관과 대검찰청 미래기획단 구태연 검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두 분께 연기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interview | 우정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실무관)

 

Q. 연기를 배운 적이 있으셨나요? 아주 생동감 있는 연기였어요!

A. 처음 해보는 거였어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웃음) 저는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관이다보니, 제가 맡았던 역할과 비슷한 힘없는 서민들의 모습을 항상 지켜봐 왔거든요. 15년 동안 계속해서 마주쳤던 그분들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대하는 제가 좀 더 변해야겠구나, 앞으로 더욱 달라져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Q.연습은 얼마나 하셨어요? 꽤 오래 연습하신 것 같던데요?

A. 2개월 간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업무 끝나고 시간 내서 매일 열심히 연습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또 집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를 기다리는 쌍둥이들이 보고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배운 것도 많아서 후회는 없어요.

 

interview | 구태연 (대검찰청·검사 / '이착한‘역)

 

Q. 오늘 눈물 연기 정말 인상 깊었어요,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연극이 끝나갈 무렵, 관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게 검사님의 연기 덕분이었거든요. 눈물 연기는 어떻게 연습하셨나요?

A. 눈동자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지만, 그것을 진짜 눈물로 뚝뚝 떨어뜨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감독님의 요구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바쁜 일상 때문에 잘 챙겨주지 못했던 딸아이를 생각하며 연기를 했는데, 점점 극에 몰입하다보니 '이착한'이라는 여자에게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더라고요. 남편 없이 4년 동안 혼자 아이들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떡볶이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착한의 힘든 삶에 대해서요. 

 

공연 뒤풀이에서 ‘굿 프로시큐터스’를 지도해 준 연극 관계자의 말 한마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Legal Mind와 Artistic Mind가 완전히 구분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는 예술가니까 감성을 전달해야 하고, 검사와 같은 이성적인 사람들과는 반대여야 한다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고, 결국 함께 갈 수, 아니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공연을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 검사와 검찰 직원들의 열정이 예술가들의 열정 못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연극을 관람한 한 검사는 “오늘 공연을 본 저희 검사들은 특히나 느낀 것이 많을 것 같아요. 오늘 연극에서 깨달은 내용을 바로 당장, 내일부터 업무에 적용하는 검사가 되겠습니다.” 라고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극으로 인해 마음이 따뜻해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배우들 못지않게 극을 지켜 본 관람객들도 모두 함께 ‘로또’를 맞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굿 프로시큐터스’ 배우들  ⓒ김연수 기자

 

국민의 입장에서 검사는 “이해” 할 수 있지만 “공감” 할 수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무대 위에 선 배우로서의 검사들은 서민들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마음을 연극에서 표현해 냈다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가끔은 무섭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 속마음만큼은 언제나 따뜻하다는 ‘숨겨진 진실’을 국민 모두가 깨달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굿 프로시큐터스(Good Prosecutors)’ 배우들 ⓒ대검찰청

 

마지막으로, 공연에 등장했던 모든 사람들이 ‘로또 당첨’을 꿈꿔왔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만의 ‘로또’에 당첨되기를, 그리고 세상 모든 검사들이 이 공연의 제목처럼 ‘Good Prosecutor’가 되길 기대합니다!

 

 

 

글.사진 = 김연수 기자

사진 = 대검찰청 제공

 

 

 

 

 

 

 

 

 

 

 

 

다음 블로그 이슈에 소개되었습니다. 관심과 사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