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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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로 본 대한민국 풍속의 역사

법무부 블로그 2011. 5. 2. 08:00

 

일반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법률은?

 

법률 가운데서도 일반 서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법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혹자는 ‘헌법’이라고 답할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민법’이라고 답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속과 관련해서라면 단연 ‘경범죄처벌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친구사이에서도 “고성방가”, “노상방뇨”를 두고, ‘경범죄’라며 혀를 끌끌 차보신 경험들 있으실 겁니다. 경범죄(輕犯罪, misdemeanor)란 말 그대로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말합니다. 중범죄(felony)와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한번쯤 저지르고 있기도 하지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법을 위반한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을 받게 되어있습니다만, 단속에 걸리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오늘은 법 이야기 중에서도 이 경범죄를 통해 우리나라 풍속의 역사를 한 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함께 가보실래요?

 

 

 

일정한 주거 없이 제방에 배회하는 것도 경범죄였던 1950년대

 

 

 

1950년대 한국(출처 :네이버까페(김종현의포토에세이)

주소 : http://cafe.naver.com/jejuessay/108

 

 

‘경범죄처벌법’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54년에 제정됐습니다.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모두 11번의 개정을 거쳤지요. 일상생활의 소소하고, 경미한 범죄행위들을 나열해두고 있는데, 제정 당시 경범죄에 속했던 항목은 모두 45가지였고, 2011년 현재는 54가지로 늘었습니다. 물론 제정 당시의 항목들은 11차례의 개정을 통해 삭제되기도 하고, 시대의 정서에 맞게 변경되어왔습니다.

   

제정 당시였던 1950년대 풍경을 엿볼 수 있는 단서들을 경범죄 목록에서 찾아볼까요?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런 것까지 경범죄였다고?’하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도 있고, ‘이 정도를 경범죄라고 하기에는 죄가 너무 중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는 조항들도 있습니다.

 

 

 1954년 제정 당시의 『경범죄처벌법]에서 발췌

 

제1조 (경범죄의 종류)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3. 일정한 주거를 가지지 않고 제방에 배회하는 자

15. 판매하는 음용물에 부정물을 혼합하여 부당한 이익을 도모한 자

16. 폐사한 금수의 육류, 부패한 음식물 또는 건강을 해할 만한 것을 음식료로 하여 영리를 도모한 자

17. 포자, 세척, 박피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식용에 공하는 식품에 복개를 설치 아니하고 점두에 진열하거나 행상한 자

24. 함부로 타인의 우마 기타 금수 또는 주벌을 풀어놓은 자

36. 축견 기타의 동물을 사주하여 인축에 달려들게 하거나 또는 우마를 놀래켜 도주케 한 자

42. 밀항하였거나 또는 밀항에 착수한 자

44. 야간점등하지 아니하고 차마를 운전한 자

45. 정당한 이유없이 경제관 또는 검제관의 지문채취에 응하지 아니한 자

 

식품위생과 밀항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1950년대

 

‘일정한 주거를 가지지 않고 제방에 배회하는 자’가 많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정한 주거를 가지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지금의 ‘노숙자’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경범죄처벌법』에서는 이 조항은 삭제되고 없답니다.

 

 

1950년대 양동시장 (출처 : 양동시장 소식통)

http://blog.naver.com/ydsijang100/30089411704

 

 

반면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중범죄에 해당하는 것을 경범죄로 두었다 싶은 것도 있습니다. ‘먹는 음식’에 대한 범죄를 경범죄 항목에 넣어둔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하겠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던 그 당시로서 ‘위생’은 사치의 문제였는지도 모릅니다. 음용물에 부정물을 혼합하고, 부패하거나 건강에 해할 만한 음식료로 영리를 도모한 자를 ‘경범죄’로 처벌했다니 지금의 시각으로서는 이해가 어렵죠? 2011년 현재, 음식으로 ‘장난’치는 ‘나쁜’ 사람들은 『식품위생법』등에 의해 처벌이 매우 무겁답니다. 이처럼 현재는 꽤 무거운 죄에 속하는데 당시에는 경범죄로 처벌된 사례로 또 하나를 꼽으라면 ‘법적인 정식 절차를 밟지 않거나 운임을 내지 않고 배나 비행기로 몰래 외국을 드나드는 밀항’을 들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밀항으로 적발될 경우, 『경범죄처벌법』이 아니라『밀항단속법』, 『출입국관리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인권의식은 어떨까요? “정당한 이유 없이 경제관, 검제관의 지문채취에 응하지 아니한 자”가 경범죄 대상이 되었던 것을 보면,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바빴던 당시에는 기본적 ‘인권’문제는 중시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네. 짐작하셨듯이 변했습니다. 어떻게 변했을까요? 현행 『경범죄처벌법』에서는 “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에 대하여 경찰공무원이나 검사가 지문조사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지문을 채취하려고 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사람”으로 변경되어 범위를 한정해두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1963년, 첫 개정이 이루어집니다. 이 개정에서는 미신에 대한 항목이 추가됩니다. “비방을 표방하여 방역 또는 진료행위를 하거나 기타 미신료법을 행하여 민심을 현혹 또는 건전한 질서를 해한 자”도 경범죄 대상 리스트에 포함되었습니다.

 

 

1970년대, 경직된 사회 분위기 따라 늘어난 경범죄

 

1973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에서는 “과도한 노출”이 경범죄에 추가됩니다. 더불어 장발 금지가 명시되지요.

 

 

출처 : 중앙일보-[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6회 장발 단속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107183

 

 

은밀한 장소에서 춤을 가르친 사람들도 경범죄대상자로 추가되었군요. 춤바람이 꽤 거셌나봅니다. ^^

 

 

 

소설가 정비석의 작품을 원작으로 춤바람만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그렸던 영화 『자유부인』포스터 (1956년)

 

 

그럼 1973년도에 늘어난 경범죄 항목을 들여다볼까요?

 

 

 

 1973년 개정 당시의 『경범죄처벌법]에서 발췌

 

44. 공중의 눈에 뜨이는 장소에서 신체를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안까지 투시되는 옷을 착용하거나 또는 치부를 노출하여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게 한 자

48. 공공의 안녕질서를 저해하거나 사회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왜곡·날조하여 유포한 자

49.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장발을 한 남자,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저속한 옷차림을 하거나 장식물을 달고 다니는 자

50. 은밀한 장소에서 일정한 대가를 받고 타인에게 무도교습행위를 한 자 또는 그 장소를 제공한 자

51. 흥행장·경기장·역 또는 정류장 기타 일정한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시키는 장소에서 입장료 또는 승차료를 초과한 가격으로 입장권 또는 승차권을 전매한 자

52. 역·정류장·도선장·경기장 또는 흥행장등 공중이 집합하는 장소에서 공중이 승차·승선 또는 입장하기 위하여 열을 짓고 있는 경우에 새치기하거나 떠밀거나 하여 그 열의 질서를 문란시킨 자

53. 정당한 이유없이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나 시설 또는 장소에 들어간 자

54. 공중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고 총포 또는 화약류 기타 폭발의 우려가 있는 물건을 조작하거나 또는 장난한 자

 

 

 

이 가운데 노출과 관련된 조항은 2011년 현재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 다 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 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문구가 조금 수정된 채 시행되고 있고, 장발이나 무도교습행위 조항은 삭제되었습니다.

 

 

1980년대, 세 번에 걸친 개정

 

이제 1980년대입니다. 80년대엔 세 번에 걸쳐 법개정이 이루어집니다. 먼저 1980년 개정법률에서는 “무전취식” 등의 새로운 행위가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질서를 다잡기 위해 경범의 유형 중 정형적이고 경미한 사범에 대하여 통고처분제도를 도입하게 되지요. 1980년대 새롭게 추가된 경범죄 조항입니다. 금연구역의 흡연행위에 대한 경범죄 적용이 처음으로 도입된 해이기도 합니다.

 

 

이미지출처 : 이미지클릭*ALT IMAGE

 

 

 

 

 1980년 개정 당시의 『경범죄처벌법]에서 발췌

 

55.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이 판매하는 음식물을 먹고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영업용차를 타고 운임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

56. 공중이 통행하는 대로변이나 기타 이에 준하는 장소에서 뱀이나 끔찍한 벌레등을 팔거나 또는 팔 목적으로 늘어놓아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 자

57. 정당한 이유없이 타인에게 전화 또는 편지를 반복하여 괴롭히는 자

58.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표시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자

 

 

또한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에게 전화 또는 편지를 반복하여 괴롭히는 자가 경범죄에 추가되었는데, 이때부터 ‘장난 전화’나 ‘스토커’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 아니었나 추측됩니다.^^

 

1983년에는 전부개정이 실시되면서, 당시 58개 항목이었던 경범죄 중 식품위생법, 유선및도선업법과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의 일부 규정과 중복되는 유해음식물 제조, 유해음식물 판매, 도선등에서의 부당요금징수와 통선요구불응 및 폭발물이용 고기잡이 등 4개의 경범죄 조항은 삭제가 되어 각각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개정 조항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떠돌이’ 부분이네요. 주거의 자유가 강조되는 현대사회의 눈으로 보자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1983년 개정 당시의 『경범죄처벌법]에서 발췌

 

3. (떠돌이) 일할 능력은 있으나 다른 생계의 길도 없으면서 취업할 의사가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아니한 사람

44. (류언비어날조유포) 국가나 사회의 안녕질서를 해치거나 사회를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 퍼뜨린 사람

45. (장발 및 저속의상) 남녀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긴머리를 함으로써 좋은 풍속을 해친 남자 또는 점잖지 못한 옷차림을 하거나 장식물을 달고 다님으로서 좋은 풍속을 해친 사람

46. (비밀춤교습 및 장소제공) 공연하지 아니한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춤을 가르치거나 그 장소를 사용하도록 한 사람

52. (뱀등 진열행위)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뱀이나 끔찍한 벌레등을 팔거나 또는 팔기 위하여 늘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 사람

53. (장난전화등) 정당한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 또는 편지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여 괴롭힌 사람

 

 

 

  

1988년, 높아진 시민의식 반영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현실과 맞지 않은 몇가지 조항을 삭제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1983년에 추가된 떠돌이, 장발자 및 저속의상착용자에 대한 처벌규정의 삭제입니다. 더불어 지문채취불응죄의 대상을 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에 대하여 경찰공무원이나 검사가 지문조사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지문을 채취하려고 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사람으로 처벌대상을 축소합니다. 뿐만 아니라 남용의 여지가 있었던 유언비어날조유포 역시 언론의 신장으로 실효성도 없어 삭제되지요. 1980년대는 가장 역동적으로 경범죄처벌법이 변화무쌍한 개정을 거쳤던 때였다고 보여 집니다.

 

  

출처 : 서울신문,기억하십니까?86아시안게임의 추억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1124023002

 

 

      

경향신문 1988년 9월 18일자

“각국 언론 88 개획식 제1보”

 

 

1994년, 구류 또는 과료로 벌하던 것을 벌금(10만원)으로도 벌하게!

 

1994년에는 구류 또는 과료로 벌하던 경범죄를 벌금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고, 특이하게 “험악한 문신”에 대한 노출을 새로운 경범죄로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변천을 거듭했던 경범죄처벌법, 현재는 어떤 모습이냐구요? 

 

※ 2011년 현재 시행중인 경범죄 항목이 궁금하다면 클릭하세요

 

http://glaw.scourt.go.kr/jbsonw/jsp/jbsonl/jbsonl14.jsp

 

 

이렇게 시대와 풍속의 변화에 따라 경범죄의 항목도 변화를 거쳐 왔습니다. 지금까지 경범죄의 역사를 통해 본 풍속도였습니다. 어떠셨어요?

 

 

여러분은 혹시 삭제하고 싶거나 추가하고 싶은 경범죄가 없으신가요?

 

 

                                                                                                                               글 :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