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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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 이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대학 교수

법무부 블로그 2011. 3. 20. 19:00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골라 두 대의 자동차를 일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한 대는 자동차 보닛 (차량 앞쪽의 엔진룸.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덮개)을 열어놓았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주차해놓았다.

 

 일주일 후......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일주일이 지나도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10분 만에 자동차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다.

 

 

 

출처 :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공식 사이트 (http://www.zimbardo.com)

 

위 실험을 통해 필립 조지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 교수는 그 유명한 ‘깨진 유리창 법칙’을 만들었습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깨끗한 책상보다 한번 낙서된 책상에 낙서하기가 더 쉬워지듯 말이죠.

 

당시 실험에서 깨진 유리창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법칙 역시 ‘깨진 유리창 (broken window)’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요.

 

깨진 유리창 법칙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사례 1 : 1980년대, 뉴욕


당시 뉴욕에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지요. 미국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뉴욕 지하철의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해 짐바르도 교수의 ‘깨진 유리창 법칙’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겔링 교수는 지하철 내의 낙서를 철저하게 지울 것을 제안했습니다. 낙서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 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교통국 직원들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지운다는 말에 심하게 반발했습니다.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하지만 교통국 데빗 간 국장은 겔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하철 내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도록 했습니다. 그 후...!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놀랍게도 75%나 급감했습니다.

 

뉴욕의 지하철 사례는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에게도 영향을 주었는데요. 줄리아니 시장은 뉴욕 경찰에게 보행자의 신호 무시, 무단 쓰레기 투하 등 경범죄를 철저하게 단속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사례 2 : 2008년, 네덜란드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 연구팀은 쓰레기통이 설치되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 손잡이에 광고 전단지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 관찰을 했는데요. 골목길 벽이 단일 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공간에서는 33%의 사람들이 전단지를 바닥에 버렸고, 벽에 낙서가 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69%의 사람들이 전단지를 바닥에 버렸다고 합니다.

 

이 실험은 깨진 유리창 효과를 다시 한 번 입증한 결과를 보여줬는데요. 해당 논문은 주간 과학 학술지 ‘시이언스’에 실리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위의 예들로 볼 수 있듯이 ‘깨진 유리창 법칙’ 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제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작년 연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수능이 끝나면 고3 언니들은 보통 사물함 단속을 잘 하지 않는데요. 3학년 언니들 말에 의하면 사물함 문이 조금 열려있거나, 그 주변에 책이 한 두권 떨어져 있으면 고3 언니들의 문제집이나 노트 등이 반드시 없어진다고 합니다. 후배들의 소행이라 추측은 하지만, 말하지 않고 남의 책을 마음대로 가져가 버리면 기분이 나쁜 것은 당연하겠지요? 사물함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고3 언니들도 문제지만 열려진 사물함을 보고 충동적으로 책과 문제집을 가져가는 후배들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 저희 집 주변에서도 ‘깨진 유리창 법칙’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분명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쓰레기 몇 개가 버려지자 큼지막한 다른 쓰레기들이 연이어 버려졌습니다. 쓰레기 더미 뒤에 있는 푯말이 보이시나요?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면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되어 있지만 냄새 나는 쓰레기가 잔디밭에 가득합니다. 사람들의 양심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건 아닐까요?

 

 

 


주정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정차 금지라는 표지판이 버젓이 걸려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차가 세워져 있습니다. 제가 꾸준히 지켜본 결과 이 자리에는 늘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 사람이 세우면, 그 다음엔 아무렇지 않게 너도 나도 차를 세워두는 것 같습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100-1=99’가 아니라 ‘100-1=0’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100 중에서 1은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요. 법질서에서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 ‘나부터’라는 생각이 긍정적인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요.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우리 모두 법질서를 바르게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사진 = 김경은 기자
짐바르도 교수 사진 =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공식 사이트(http://www.zimbard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