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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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기념으로 얻는 폭력죄와 성폭력죄?!

법무부 블로그 2011. 2. 9. 09:23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선배의 졸업을 아쉬워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지난해 졸업식에서 일부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뒤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채 알몸 상태로 뒤풀이를 했고, 이 장면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습니다. 눈물로 이별을 달랬던 졸업식은 사라졌고, 이제는 졸업식 뒤풀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졸업식 뒤풀이에도 역사가 있다?

졸업식장에서 밀가루를 뿌리는 풍습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졸업식 풍경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졸업식 뒤풀이에도 역사가 있을까요? 사실, 밀가루 세례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밀가루 공장의 상술이라는 의견도 있고, 새하얀 것을 뒤집어씀으로써 그 동안에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길 바란다는 의미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일제강점기 때의 교복 화형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학생들은 검정색 교복이 일제의 억압을 상징하며, 백의민족인 우리민족의 기상을 억누른다고 생각하여 졸업식 날 교복에 하얀 밀가루를 뿌려서 교복 화형식을 했다고 합니다.

 

 

 

 

백프로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밀가루를 던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설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계란을 던지고, 옷을 찢고, 친구를 발가벗겨 물속에 던지는 것은 과연 어떤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뒤풀이 형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심해져서 교사 차량에 페인트로 낙서를 한다거나, 차량을 부수고 소화기와 분무기로 졸업식장에 물을 뿜어 대피소동까지 일으키는 등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요란한 뒤풀이를 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했던 행동에 대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커녕, 3년간 지냈던 친구들과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소수 학생들이 ‘그들만의 뒤풀이’를 즐기는 사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친구들과의 마지막을 보내는 의미는 좋지만, 졸업식 후에 가족들이 소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어른들의 이야기와 충고를 듣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 고교 졸업생 김○○양 학부모

 

 

저는 졸업식 때 전교생 전부 한복을 입고 다소곳이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수이긴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알몸인 채로 뒤풀이를 하다니요.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한 행동도 학생들은 웃지만 제눈에는 무섭게만 보입니다. 졸업 전에 교복을 반납해서 사복을 입히는 등 제재를 가해서 뒤풀이 문화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영어 강사 조한옥

 

 

고등학교의 뒤풀이는 친구들과 대학교에 갈 고민과 고등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는 뜻에서 즐거우면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 뒤풀이보다 대학교 생활이 더 고민이에요.

- 고교 졸업생 이하나

 

 

단지 자신들의 재미를 위해서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이 불쾌하고, 외국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창피해요.

-중학교 졸업생 정예지

 

 

 

과도한 졸업식 뒤풀이에 대해 인터뷰 해 보니, 학생들 중 몇몇은 중·고등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기회이고, 친구와 추억을 나누기위한 뒤풀이라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학부모와 선생님의 경우에는 인생에서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졸업식에서 가족과 함께 미래를 생각하고, 건전하게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졸업식! 잘못하면 범죄가 된다?!

2월. 본격적인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면서 사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졸업식을 마치고 밀가루를 뒤집어쓴 여고생들 8명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을 잡고 한꺼번에 바다에 뛰어든 일이 있었는데요. 재미로 시작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경우 심장마비에 걸릴 수 있고, 만약 누군가의 강요로 억지로 뛰어든 것이라면 가해자는 살인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자고 시작한 놀이가 범죄로 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느껴가면서 정도를 지키는 뒤풀이 문화를 정착시킬 방법은 없을까요? 정말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알몸 졸업뒤풀이 한 장면 ⓒ연합뉴스

 

 

 

졸업식 뒤풀이 경찰이 단속

올해는 졸업생들의 일탈 행동을 경찰에서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는데요. 졸업식이 몰린 2월 8일부터 17일까지 경찰병력이 무려 4만7천명이나 투입되며, 대상 학교는 무려 844개나 된다고 합니다.

 

졸업식 후 알몸을 강요하거나 알몸 상태로 나다니기, 알몸 모습을 촬영해 배포하기, 졸업식 뒤풀이 준비라며 돈 빼앗기, 단체 기합 주기, 밀가루와 달걀 던지기 등의 행동은 공동 폭행이나 상해에 해당해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알몸을 강요하거나 촬영할 경우 성폭력특례법까지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졸업식 문화를 두고 볼 수 없기에 공권력까지 투입된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기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졸업식은 아름다운 문화로 바꿔 '졸업은 배움의 끝'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의 출발'임을 다함께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법무부의 범죄예방위원들은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개선하고 졸업식 폭력 예방을 위한 출장 강연과 거리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속적인 교육 활동과 함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청소년들 스스로가 밝은 졸업식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찢고, 때리고, 던지고, 부수는 졸업식 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졸업식 문화를 스스로 찾아 정착시킬 수 있는 성숙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 김바름 기자

알몸뒤풀이사진 = 연합뉴스

그밖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