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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식물인간, 4년후의 회복··· 배상은??

법무부 블로그 2010. 8. 19. 17:00

A씨는 ‘무사고 보험회사’에 자동차종합보험을 든 상태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건너던 20세의 B씨를 치는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B씨가 그만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B씨의 가족들이 ‘무사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법원에서는 B씨에 대한 신체감정을 하였는데요. B씨의 남은 수명이 5년 정도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에서도 B씨의 남은 수명을 5년 정도로 계산하여 손해배상금을 2억원 가량으로 정하여 판결하였고, B씨의 가족들은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고 배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로부터 4년 후, B씨가 기적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남은 수명도 5년이 아닌 43년 가량 된다는 또 다른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B씨의 가족들은 너무나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문제가 하나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B씨의 남은 수명이 당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늘어나게 되고, 의식을 회복하게 됨에 따라 치료비와 외출시 돌봐줄 비용 등이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지요.

 

이미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고 배상금까지 모두 받아간 B씨의 가족들은 무사고 보험회사에 다시 한 번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손해배상청구권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나?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사건에서도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이미 지난 4년째에야 비로소 안구라씨가 의식을 회복했으므로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난 것이지요.

 

위 조항에 비추어 보면 안구라씨 가족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법 조항을 이렇게 해석하고 대입하는 것이 맞을까요?

 

문제는 합의 당시 B씨 가족들은 안씨의 남은 수명이 43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인데요. 즉, B씨의 가족들이 안 손해는 B씨의 남은 수명이 5년이므로 그동안에 발생할 손해만을 알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법원에서도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 하였다가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미 4년 전에 청구권 포기를 했는데도 가능할까?

 

문제는 또 하나 있는데요. B씨의 가족들이 보험금을 받을 당시 이미 무사고 보험회사와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입니다. 즉, B씨의 남은 수명이 5년이 아닌 43년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더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이제는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가 합의에 위반되어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합의문의 문구를 보더라도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였으므로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가능한데요.

이에 대해 법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안구라씨의 가족들로서는 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안씨나 안씨의 가족으로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법원에서도 ‘(위와 같은)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 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 통념상 그 합의 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법은 상식규범으로 만든 것

 

위 사례에서 법률 규정에 대한 형식적인 해석에 머물러 B씨 가족에게 후발적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사자로서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펄쩍 뛸 것이며,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무슨 법이 그래’라고 한마디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은 상식을 규범으로 만든 것입니다. 일반인의 생각을 벗어난 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 다툼이 생겨 법률적인 해결을 구할 생각이라면 먼저 상식에 비추어 판단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상식은 주관적인 것이 아닌 객관적인 것이어야 겠지요.^^

 

위 사례는 대법원 2001.9.14.선고 99다42797 판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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