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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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민족사관학교에서 배운 것은 공부 뿐만이 아니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7. 28. 11:00

 

▲민족사관고등학교 인문사회관

 

‘강원도 산골의 공부벌레들’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입니다. 안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민사고. 그런데 그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민사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높다더라’, ‘학생 수가 150명도 안 된다더라’는 등 막연한 환상 속의 학교가 민사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민사고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무런 테마도 없이 떠나는 여행은 남는 게 없다고 했던가요? 주제도 없이 떠나는 여행은 막연한 내용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만 살펴보기 십상이지요. 그래서 민사고로 떠나보는 이 여행에는 ‘법무’라는 테마를 잡아보았습니다. ‘산골동네의 공부벌레들’이 사는 학교는 어떤 형식으로 법무를 실천 할까요?

 

 

판사와 검사 중 ‘법무부’와 관련된 사람은 누구일까?

민사고의 법무를 살펴보기 전에, 여러분들 ‘법무’라는 단어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법무라는 테마를 잡고 민사고로의 여행을 떠나보자고 제안했지만, 실제로 어떠한 내용을 담을지 고민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법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무는 행정활동으로 입법부에서 만든 법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것, 즉 다수의 위력이나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불법집단행동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함으로써 공공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활동이 주된 업무입니다. 흔히 법무부를 사법부 산하 부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무부는 엄연히 행정부의 한 부서랍니다.

 

법무부는 행정영역 가운데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형벌권을 행사(사법행정)하고 범죄인을 교화시키는 일(교도행정)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무부는 행정부 소속이며, 판사와 검사 중에서는 검사가 법무부에 속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판사는 어디에 속할까요? 판사는 사법부 산하의 법원 소속입니다.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민사고에도 있다!

중학교 사회시간에 한번쯤은 다들 들어보았을 법한 이름, 몽테스키외. 사실 그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험에는 그분의 이름이 자주 나오곤 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것인데도 말이지요. 아무튼 그가 삼권분립이라는 것을 주장했던 이유는 ‘권력의 균등한 분배와 분립된 체제의 상호 견제를 통한 권력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잡는 것을 막고자 제안한 것이지요.  

 

▲회의중인 민족사관고등학교 법무부 학생들

 

민사고의 체제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눠진 민사고의 자치위원회는 각 부에 동등한 권력을 배분하고, 각기 다른 업무를 나누어 담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사고의 행정부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법무’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학생자치의 과정에서 규율과 관련하여 어떻게 업무가 행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부에서는 각각 어떠한 일을 맡을까?

입법위원회에서는 새로운 교칙의 제정, 개정 및 폐지에 관한 일을 총괄하고, 학생들의 건의사항이나 학생토론주제 제의를 수용하여 선생님께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행정부에서는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애국조회의 진행을 비롯하여 각종 학교 주요 행사의 총괄 및 주요 일정에 대한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지요. 사법부의 경우에는 입법위원회를 거쳐 제/개정된 교칙을 학생들이 잘 지키는지의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벌점/상점의 관리 및 법정을 담당합니다.   

 

Ⓒ 아이클릭아트

 

언뜻 보기에는 여타 학교에서 시행되는 상점/벌점 제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민사고의 제도는 철저하게 ‘자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토의에 참여하여 제정하는 교칙이기에 언제나 건의를 통해 교칙을 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지요. 한 학기 동안 사용될 자치회비 역시 학생 전체가 예산안을 심의하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세세하게 확인한 뒤 결정하는 등 자치활동에 있어 학생 자주권이 잘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법부에서는 이렇게 제정된 교칙이 잘 준수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흔히 말하는 ‘법정’에서도 학생자주권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선출한 사법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의 판결 아래 정당한 벌점을 받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받는 벌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경우 최후변론을 통해 적정한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선생님께 적발되자마자 벌점을 받게 됨으로써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최대한 그러한 경우를 배제하고자 ‘최후변론’이라는 제도를 마련한 것입니다. 행정부의 경우에는 타 학교의 ‘전교 회장단’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여도 무방할 것입니다.

 

 

민사고 학생들의 법의식은 어떨까?

민사고 학생들끼리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중요한 공지사항까지 여러 이야기들을 다루는 곳입니다. 민사고 학생들의 자체 법무 시스템에 대한 인식과 법의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설문을 부탁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원래 자유로운 토론분위기가 형성되어있는 공간이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시험기간에 약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한 설문에 39명의 학생들이 답해주었습니다. ‘민사고의 법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평균 정도는 알고 있다는 답변이 18명(46.15%)으로 가장 많았고, 확실히 알고 있다는 학생도 8명(20.5%)이나 되어 상당히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실제 법무를 경험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민사고의 법무에 대한 인식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민사고 법무에 대한 자신감을 갖춘 학생들’은 민사고의 법무를 무엇이라 표현했을까요? 가장 많이 꼽아 준 것은 ‘학생자치’라는 특징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명목에 불과한 학생자치’라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는데요. 법정에 선생님이 개입하고, 최후변론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데에 선생님의 반응도 반영된다는 점 등 몇 가지 지적도 눈에 띄었습니다.

 

재미있는 답변으로는 ‘성헌제 선생님(학생부 선생님)이 애국조회 때 못 다하신 말씀을 하는 장소로써의 법정’이 있었습니다.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사법위원회가 벌점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나면, 꼭 성헌제 선생님께서 법정에 오셔서 여러 훈화말씀을 해주시는데, 이 역시 ‘전적으로 학생자치일 수는 없는’ 민사고 법무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민사고의 법무와 국가의 법무에 대한 비교평가를 부탁한 질문에서는 몇 가지로 답변이 갈렸습니다. ‘민사고의 법무는 훨씬 간소화 되어 있다’는 답변도 있었고, ‘단순하고 작은 규모이기에 여타 기관으로부터 받는 영향도 적고, 진정한 법무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국가의 법무는 피고의 권력유무에 따른 결과의 가변성을 지닌다’는 다소 국가 법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학생도 있었고, ‘국가의 법무부는 행정부 소속이지만 민사고의 법무부는 사법부 소속이다’라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개념을 짚어낸 학생도 있었습니다.

 

 

민사고, 정해진 공간 안에서 규율이 필요한 이유 

민사고 학생들이 ‘횡성의 공부벌레들’이라고 해서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만 하고, 선생님께 꾸중들을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 모범생들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의 학생들도 평범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며, 게임을 즐기고, 야식을 원하며, 수다를 떨고 장난도 칩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서로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규율을 만듭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법률.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이 다른 친구들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우리들끼리 합의해서 규정을 고치기도 하고,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벌점을 주시려고 할 경우, 학생자치의 의의를 살려 진정한 ‘벌점 부과의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최후변론 등의 제도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완전히 ‘자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러한 현실적 여건 속에서 최대한 자치의 의미를 살려 학생들끼리 서로를 규제하는 민사고의 법무는, 학생들에게 법무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고등학교의 ‘법무 학생자치’,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클릭아트

 

민사고 사진 = 서준호,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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