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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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만든 격구, 땅탁구를 아시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0. 7. 19. 11:00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수용거실 안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에게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두말 할 것 없이 운동시간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운동에 집착하는 일부 수용자들은 비가 와도 운동을 해야겠다며 생떼를 쓰기도 합니다.

 

보통 수용자들에게는 하루(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날은 제외) 1시간 이내의 운동 시간이 주어지는데, 운동에 필요한 도구나 방식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수용자들이 즐겨 하는 운동은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하는 운동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운동 잘하는 사람이 인기 있듯이 교도소에서도 타고난 운동감각을 지닌 친구들이 인기가 있지요. 반대로 운동을 못하면 소위 말하는 ‘왕따’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교도소 킹카(?)는 운동장에서 정해지는 것 같네요.^^;; 

 

 

럭비야 핸드볼이야? 돌연변이 ‘격구’

교도소에서 젊은 층 수용자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종목이 바로 ‘격구’입니다. 격구라는 명칭은 본래 고려와 조선시대 무인들이 무예를 익히기 위해 하던 놀이에서 유래되었는데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격구와 같을지 몰라도, 교도소에서의 격구는 그 경기방식이 전혀 다르니, 과거 역사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격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먼저, 운동장에 지름 약 2~4미터(원의 크기는 경기 참여 인원과 교도소 운동장의 크기에 따라 탄력적입니다.) 정도의 큰 원을 두 개 그립니다. 그리고 가운데 물을 가득채운 플라스틱 물병을 세웁니다. 자, 경기장은 완성 되었고요.

경기 룰은 이렇습니다. 격구는 축구공이나 족구공, 농구공을 사용하는데요. 공을 가진 선수가 공을 땅에 1회 튀긴 후 공을 들고 상대편 물병을 향해 달립니다. 공격수가 달리던 도중에 수비하는 선수에게 신체를 터치 당하면 공격수는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같은 편 다른 공격수에게 패스를 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패스와 드리블을 반복하며 상대방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하다가 결국 상대방의 골대로 사용되는 물병을 쓰러뜨리면 득점을 하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보면 럭비나 핸드볼과 비슷한데요. 두 가지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섞어 놓은 운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격구에 이용되는 음료수병(물병)과 공

 

격구의 경기 룰은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 공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역마다 경기 방식이 약간 다른데요. 골대에 물병대신 의자 두 개를 놓고 그 사이로 공을 통과시켜 점수를 얻는 방식도 있고, 또 공을 바닥에 튀기는 행위를 금지하는 룰을 적용하는 지역도 있다고 합니다.

 

 

유남규나 현정화도 울고 가는 ‘땅탁구’

교도소에서 격구와 함께 인기 있는 경기 종목 중 하나는 바로 ‘땅탁구’입니다. 내내 공을 들고 달려야 하는 격구와는 달리 라켓 하나만 가지고 탁구와 비슷한 룰로 진행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적어서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입니다.

 

▲땅탁구에 이용되는 라켓과 공

 

경기는 수용자들이 속된 말로 ‘찐볼’이라고 부르는 정구공(또는 테니스공을 사용)을 네트를 넘기며 공을 주고받아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보통 21점 3세트제나 15점 3세트제 경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에 사용되는 라켓은 각 교도소내 목공작업장에서 제작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교정협회(KPI)에서 제작한 라켓을 일부 기관에서 구입하여 운동 시에 대여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단순히 놀자고 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죄를 짓고 벌을 받으러 들어온 사람들에게 왜 ‘노는 시간’을 주냐고 항의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텐데요. 운동 시간은 절대 ‘노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던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경기를 진행하면서 ‘우리’라는 것에 대해 느끼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됩니다. 사회에서 철저히 혼자라고 느끼고, 자기 이외에 누구도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사회가 적이 되고 이웃이 원수가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 비록 교도소 내의 단순한 경기지만, 그들은 그 경기 안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나를 희생하고 내 팀을 돕는 사회성을 배우게 됩니다.

 

교도소나 구치소의 수용자들이 운동 시간을 통해 교정시설 안에서 자신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나아가 사회에 복귀 했을 때 성공적으로 재기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경기를 통해 교화 효과가 괜찮다면, 조만간 교도소 올림픽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우후죽순인 경기 룰을 통일하는 작업도 필요하겠네요!^^ 

 

글·사진 = 원용문 (법무부 대변인실·교위)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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