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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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김길태, 이름만 들어도 어두워지는 엄마 얼굴

법무부 블로그 2010. 3. 16. 17:32

엄마는 오늘도 내 아이가 안전하기만을 기도합니다.

 

 

지난 금요일, 다섯 살 조카의 어린이집 입학식이 있다기에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렀다. 입학식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미래의 주역’들이 저마다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 있는 부모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입학식 중간 중간 들리는 대화의 주제는 바로, 요즘 현안이 되고 있는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살해범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것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운 듯 부모들은 자녀들의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보름여 간의 도주 끝에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지만, 여전히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산 여중생 사건의 범인 김길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심한 분노를 느꼈다. 자녀가 없는 필자도 이러할진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죽할까. 억울하고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부산 여중생이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지고, 그 아이가 겪었을 고통에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조두순 사건 때 시행하기로 한 법안, 제대로 시행되고 있나?

 

그러고 보니 이처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큰 이슈가 됐던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전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던 아동 대상 성범죄가 있었다. 일명 조두순 사건이 그것인데, 조두순은 8살짜리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내장기관의 80% 이상을 손상시키는 큰 상처를 입혔다. 이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아동 성범죄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고, 전자발찌 제도 확산과 아동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화두로 떠올랐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지금, 부산 여중생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그 때 시행하기로 했던 법안들이며 제도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았고, 여기저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자발찌 관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지난해 6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개하기로 한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명세는 현재 대상자가 없다는 이유로 한 명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법 개정안이 2010년 1월 1일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다면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등록되지 않는다)

 

 

아동들은 법으로 지켜줘야 하는 ‘약자’

 

상황이 이러하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은 절대로 따라가지 말아라’ ‘학교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라’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지 마라’ 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 씩 타일러 본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른들이라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보호라도 해 보겠는데, 정신적·신체적으로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은 성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동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가 잘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아무런 대안 없이 제2, 제3의 피해 아동이 늘어나고 나서, 그제서야 아동들이 법의 울타리 안에서 지켜주어야 할 ‘약자’임을 깨닫는다면 그동안 흘려야 할 눈물이 너무 많을 것이다.

 

연도별 성범죄 아동 피해자 발생건수와 발생률(0-12세)

 

전체

여자

남자

발생건수

인구

10만명 당

발생건수

인구

10만명 당

발생건수

인구

10만명 당

2008

1122

15.81

1051

30.89

71

1.92

2007

1036

14.12

948

27.02

88

2.30

2006

946

12.51

901

25.01

45

1.14

2005

715

9.13

678

18.23

37

.90

※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를 재분석한 자료임                                                         출처 : 여성부

 

실제로 지난해 11월 여성부에서 발표한 ‘여성·아동 안전지표체계 구축 및 개발 자료’에 따르면 아동 인구 10만 명당 성폭력 범죄 피해자 발생건수는 지난 2005년 9.13명이었던 것이 2008년에는 15.81명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내 아이만 피해가기를’ 이라는 간절한 기도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불안한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한 여성으로서, 간절하게 나의 안녕을 기원했던 우리 엄마의 딸로서,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내 아이의 엄마로서, 부로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만큼 법의 울타리가 아이들을 지켜주는 그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