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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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과 러블리 본즈

법무부 블로그 2010. 3. 16. 07:48

부산 여중생과 러블리 본즈, 많이 닮아 더 안타까워

 

▲ 사진출처 : 러블리 본즈 홈페이지(www.lovelybones.com)

 

지난 2월24일 저녁 7시경, 올해 14세가 된 부산의 한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다. 다음 날인 2월25일, 14세 소녀가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러블리 본즈’라는 영화가 개봉된다. 그로부터 열흘 후, 제발 영화와 상관없기를 모두들 간절히 바랬지만, 부산 소녀 이 모양은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고 만다. 영화와 똑같이 살해된 채 말이다.

영화 ‘러블리 본즈’와 ‘김길태 사건’은 더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평소 안면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범인이 ‘동네 사람’ 이었다는 점과 이전에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가 밝은 성격의 평범한 소녀였다는 점 등이다. 일부러 연관시키고 싶지 않음에도 묘하게 닮아있어 더욱 안타깝다.

 

영화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수지 샐먼은 평범한 14세 소녀. 부유하지는 않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맏딸이다. 그런데 평소 짝사랑하던 남자 친구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고 날아갈 듯 기쁘던 날, 수지는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옆집 아저씨에게 살해되고 만다. 이제나 저제나 수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가족에게 수지는 결국 ‘죽었다’라는 물증으로 밖에 돌아올 수 없었고 가족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안. 세월이 흘러도 범인은 잡히지 않고 범인을 찾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어버린 수지의 아빠와, 남은 가족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수지를 잊고 살아가려는 엄마 사이에는 잦은 의견충돌이 생긴다. 결국 엄마는 가족을 떠나 한 시골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통해 몸을 힘들게 만들어서라도 정신적인 고통을 잊으려고 애쓴다. 아빠도 깨진 가정을 빨리 예전의 모습대로 되돌리고 싶지만, 한시도 잊을 수 없는 딸 수지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범인이라 생각되는 이웃집 남자를 잡으러 갔다가 오해를 사 동네 청년으로부터 폭행까지 당하게 된다. 아직은 ‘한이 많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자신의 가족을 지켜보던 수지는 자신으로 인해 집안이 산산조각 나는 형국이 되자 결국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끝까지 살인자를 밝혀 처벌받게 하려던 생각을 버리고 가족이 다시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저승으로 떠나려는 것. 수지는 자신의 꿈을 무참하게 짓밟은 범인, 그 범인 때문에 너무도 억울하고 아프지만 남은 가족이 자신을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란 것이다.

 

가족을 어루만져줄 단어 ‘러블리 본즈’

 

부산 여중생의 가족들의 상황도 수지의 가족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분명 얼마 전까지 함께 밥을 먹고, 얘기하고, 웃고 떠들던 딸이, 또 여동생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그것도 억울하게 갔으니 아무렇지도 않다면 더 이상할 터. 머리에는 하루에도 수천 번, 수만 번씩 ‘문단속을 조금 더 철저히 할 걸, 좀 더 잘 해줄 걸’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힐 것이다.

 

http://news.donga.com/3/all/20100311/26764073/1

 

9일 영결식에서 딸을 보내지 못하고 목 놓아 딸의 이름을 외쳐 주변의 눈물을 자아냈던 이 양의 어머니 홍모 씨(38)는 충격 때문에 이날 또 다시 실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11일자 동아일보 장관석 기자의 기사 인용)

 

피의자 김길태가 체포된 지난 11일자 기사에 나타난 한 문장의 글만으로도 이 양 어머니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제 이 양의 가족들에게는 평생 안고 가야하는 ‘아픔’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버린 것이다.

 

이 양 가족들이 영화 속 가족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태를 가급적 빨리 벗어나 조속히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 이 양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부산범죄자피해 지원센터 ‘햇살’ 측이 피해자 이모양 가족에게 지원금과 심리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영화의 제목인 ‘러블리 본즈(lovely bones)’는 원작 소설의 저자인 앨리스 세볼드가 만든 말로써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점점 더 넓어져가는 유대관계’를 뜻한다고 한다. 작가는 ‘러블리 본즈’라는 단어로 수지의 가족들이 상처와 아픔을 잊고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지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이생에서 못다 이룬 꿈이 많을 이 양도 수지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편안한 곳으로 가기를, 또 이 양의 가족들도 영화 속 수지 가족들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아픈 상처를 치유받기를 기원한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3486467&cp=nv

 

이 양의 아버지(40)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딸은 꿋꿋하고 밝게 컷다.”며 “법과 제도가 정비돼 다시는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3월9일자 국민일보 윤봉학 기자의 기사 인용)

 

뒤늦게나마 ‘전자팔찌법 소급 적용’ 조치를 적극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 양 아버지의 소망처럼 법적인 조치가 더욱 강화되어 앞으로 다시는 이 양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