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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가게 따라서 나도 원조! 괜찮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8. 8. 29. 09:00



남산돈까스, 의정부부대찌개, 종로김밥, 신당동떡볶이, 왕십리곱창, 전주비빔밥, 나주곰탕, 남원추어탕...

 

오늘날, 우리는 원조를 찾아 맛집 탐방에 나섭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줄지어 늘어선 00골목 거리를 가면 어김없이 '원조 전쟁'이 펼쳐집니다. 식당들이 하나같이 '원조' 간판을 달고 있어 소비자들은 진짜 원조집을 찾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식당 이름과 관련된 흥미로운 법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상표권입니다. 상표법2조에 따르면, ‘상표란 자기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타인의 것과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상표를 써왔을지라도 특허청에 '먼저' 상표를 등록해야 상표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원조오뎅식당과 관련된 재미있는 판결이 있습니다.

 

A씨는 19685월에 영업허가를 받아 오뎅식당이라는 상호로 미군부대에서 얻은 햄과 고기 등을 넣은 부대찌개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뎅식당‘A 할머니 원조 오뎅식당으로 이름을 일부 변경하였고, 점점 부대찌개를 잘하는 집으로 인지도를 갖게 되자, 그 골목에 다른 부대찌개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까운 거리에 상표권을 등록한 ‘000 원조오뎅 의정부 부대찌개가 생기자, ‘A 할머니 원조 오뎅식당상호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고, ‘000 원조오뎅 의정부 부대찌개서비스표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습니다.결국, 의정부지방법원은 ‘A 할머니 원조 오뎅식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지역 이름이 들어있는 상호, 상표권 인정될까?

그렇다면 의정부부대찌개, 종로김밥, 남원추어탕 같이 지명과 일반명사를 결합한 상표는 상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상표법

33(상표등록의 요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표를 제외하고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4.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略語)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


 

그렇지 않습니다. ‘현저한 지명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는 상표법 조항 때문입니다. 오로지 지명과 일반명사만으로 이루어진 상호까지 상표권으로 등록해준다면, 동일한 상표를 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사리원이라는 지명과 관련된 판결이 있습니다.

  


사리원면옥음식점은 1951년 대전에서 시작되어, 1996사리원면옥이라는 명칭을 특허권에 등록해 독점사용해온 냉면 식당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서울에서 비슷한 업종의 사리원이라는 식당이 상표권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이 벌어졌습니다.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사리원면옥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사리원면옥의 상표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 ‘사리원면옥음식점이 사리원이라는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사리원은 북한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이자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사용이 허용되며, 특정인에게 독점 사용권을 줄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널리 알려진 지명으로 된 상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인 것이죠.

 

위와 비슷하게, 참치전문체인점이었던 독도 참치도 처음에는 독점 상표권을 인정받았다가 같은 이유로 무효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역 명칭은 사람들에게 상호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공익상 적합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역 대표 먹거리가 인기를 끌면서 경쟁하다보면 원조 논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러한 다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증거겠죠. 하지만, 지나친 원조 논쟁은 음식 문화와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원조라는 호칭에 걸맞게 맛있는 음식, 정직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겠지요?

 

=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권민성(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