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의 사전적 뜻은 어떤 일을 결행하는 데 날짜난 시간을 미룬다는 뜻입니다.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 법률용어에 유독 이 ‘유예’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법률적인 뜻으로는 ‘소송 행위를 하거나 소송 행위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을 둠. 또는 그런 기간’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형의 집행을 미루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법률용어 속 ‘유예’는 그것이 어떤 유예인지에 따라 조금씩 그 뜻이 다릅니다. 다 같은 유예인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1. 기소 자체를 미루다 ‘기소유예’
기소유예는 형사소송법에 의거하여 피의자의 범죄 사실은 인정되나, 죄가 용의자를 전과자로 만들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 검사의 재량으로 용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
예를 들어, 음주운전 피의자가 있습니다. 알코올 농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측정되어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피의자가 동종전과가 없고 자신의 범행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면 검사가 기소유예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의자는 재판에 가지 않게 됩니다.
2. 형의 선고를 미루다 ‘선고유예’
선고유예는 기소되었으나 범죄의 정황이 가벼운 범죄인에 대해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소송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보통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내리게 되는데요.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면 소송 종결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선고유예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된 때는 유예가 취소된다고 보면 됩니다.
형법 제59조(선고유예의 요건) 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단,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예외로 한다. ②형을 병과할 경우에도 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제60조(선고유예의 효과)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
최근에는 부모님을 칼로 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정신지체 남성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 있었는데요. 법원은 그가 군복무 중 뇌염을 앓았고 그로 인해 정신병적 장애를 앓는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고유예의 이유를 밝힌 바 있었습니다.
3. 형의 집행을 미루다 ‘집행유예’
집행유예는 법원 판결에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기소는 되었지만 판결이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인데요. 형을 선고받았지만 그 형에 대한 집행을 미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형을 병과할 경우에는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제65조(집행유예의 효과)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
집행유예는 금고나 징역을 선고하면서 1년~5년 동안 형의 집행을 미루는 것으로, 이 기간을 아무런 문제없이 지낸다면 형을 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징역형을 집행한 지 3년 이내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나 집행유예 기간 중 다른 사건으로 집행이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효력을 잃게 됩니다.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집행유예는 모두 ‘당장 선고/집행하지 않고 미룬다’는 의미에서 그 뜻이 비슷하지만, 어느 시점에 ‘유예’하는지에 따라 그 용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정한 법의 칼날 앞에서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따뜻함을 보여주기 위한 제도가 바로 ‘유예’가 아닐까 싶네요!
글 = 제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은기(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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