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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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인 이야기

법무부 블로그 2014. 8. 21. 17:00

 

 

노숙인 H여인은 어릴 적 어머니가 가출하고 이후에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노숙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으로 남동생이 한 명 있었으나 수년째 연락이 닿지 않아 공원 벤치와 병원 로비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는데요.

이렇게 노숙자 생활을 하던 중 지난 4월 오전 1시 무렵 배가 고파서 음식과 돈을 훔치려고

모 대학 연구실에 몰래 들어갔다가 경비원에게 발각돼 붙잡히게 되었어요.

      

노숙자 H씨는 어떤 법을 어긴 것일까요?

범죄를 저지른 시간이 야간 시간이며 절도를 목적으로 했으나 미수에 그쳐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죄’가 됩니다.

형법에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무조건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미수범 일지라도 절도에 해당하는 미수범은 처벌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형법 제38장 절도와 강도의 죄]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야간에 사람의 주거, 간수하는 저택, 건조물이나 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342조(미수범) 제329조 내지 제341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그러나 H씨의 딱한 사정을 접한 법원과 검찰은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대신 그의 자활을 돕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애초 야간주거침입혐으로 기소했지만, 절도미수 건조물 침입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는데요.

재활을 돕고자 징역형을 면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절도 미수와 건조물 침입죄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도 H씨에게 실형이 아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해

그녀가 사회의 품으로 돌아올 기회를 다시 한 번 줬습니다.

그런데 노숙자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 큰돈 1천만을 낼 수 있었을까요?

환형유치 환산금제도가 있어서 가능했는데요. 어떤 것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형법 제69조 벌금과 과료]

① 벌금과 과료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내에 납입하여야 한다. 단,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②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

 

H씨는 99일간 수감되어 있었고, 유치 환산액은 법관이 정하는데

H씨의 유치 환산액이 하루 10만원으로 계산돼 실질적으로 남은 벌금은 10만원에 불과하게 되었답니다.

 

더 나아가 담당 검사는 치아 4개가 빠져 있던 H씨의 치과 치료에도 나섰으며,

추후 머물 수 있는 쉼터를 물색해주는 등 재활을 위해 힘써줬습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H씨가 재활하려면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따뜻한 지원이 필요했지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국가의 책임을 외면하고 H씨에만 책임을 물어 엄벌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는 양형이유를 밝혔습니다.

    

 

H씨의 재범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고 보았으며, H씨 역시 재활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도 참작했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본인의 재활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우리 주변에는 H씨와 같은 많은 노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렇게 재활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회’로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법은 딱딱하고 냉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따뜻하기도 한 것이구나 하는 훈훈한 마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H여인이 재활에 성공하여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