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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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통으로 극적 구출된 '염전 노예'

법무부 블로그 2014. 2. 21. 17:00

 

 

얼마 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염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노동을 착취당한 김 모 씨가 집으로 구조 요청 편지를 보내 가까스로 구출된 사건인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요?

 

시각장애 5급인 김 모 씨는 2000년에 집을 나온 후 많은 카드빚을 지게 되어 10여 년을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7월 무료 급식소에서 직업 소개업자 이 모 씨를 만나게 됩니다. 이 씨는 김 씨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하며 김 씨를 속여 염전으로 보냈습니다.

 

김 씨와 같이 구출된 지적장애가 있는 채 모 씨도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던 도중 직업 소개업자 고 모 씨에게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2008년 신안군의 한 섬에 있는 염전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둘은 그렇게 노예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염전을 운영하는 홍 모 씨는 월급을 단 한 번도 주지 않고 벼농사, 집안 일, 공사 잡일, 염전 일을 시켰고, 하루에 5시간도 못 잘 정도로 일을 많이 시켰다고 합니다. 김 씨와 채 씨는 섬을 탈출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발각돼 매질과 폭행, 그리고 협박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김 씨와 채 씨는 구타를 당하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13일, 김 씨는 읍내에 이발을 하러 나오게 되었는데, 그 때 김 씨는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 달라"는 자신의 상황을 적은 편지를 집으로 부치는데 성공 하고, 김 씨의 어머니는 편지를 받게 됩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김 씨의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은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한 후 섬의 곳곳을 탐문 수사해 염전에서 일하던 김 씨와 채 씨를 무사히 구출하는데 성공합니다.

 

   

▲김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연합뉴스 2014년 2월 7일자)

 

채 씨는 무려 5년 2개월 만에, 김 씨는 1년 6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김 씨는 어머니와 헤어진 지 14년 만에 만나 집으로 귀가했고, 채 씨는 영등포 소재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염전 운영자 홍 모 씨와 직업 소개업자 이 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먹여주고 재워주겠다’는 말에 속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노동을 착취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관계기관에 합동 전수조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전남 목표경찰서, 목포고용노동지청, 신안군 합동 조사단이 2월 7일에서 2월 14일까지 신의도, 증도, 비금도 등을 돌며 염전 근로자 14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 임금 체불을 겪은 근로자가 총 18명이고, 이 중 2명은 장애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중에는 무려 10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도 있다고 하는데, 미지급 임금이 1억 200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염전 업주는 숙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용돈 외에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염전 일을 시켜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지자체 등 합동 조사단은 이달 21일까지 지역 내 양식장과 염전을 돌며 조사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신속한 조사로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한, 몇몇 부도덕한 염전 업주 때문에 다른 염전 업주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기서 염전 운영자 홍 씨와 직업소개업자 이 씨는 어떠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직업 소개업자 이 씨는 김 씨를 염전 운영자 홍 씨에게 100만 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이는 명백히 인신매매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 289조 2항에 위반됩니다. 또한 영리의 목적으로 김 씨를 유인했기 때문에 형법 제 288조 1항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염전 운영자 홍 씨의 경우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하였기 때문에 형법 제 289조 3항을 위반했으며, 매질과 폭행을 상습적으로 해 김 씨를 상해했기 때문에 형법 제 290조 1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장 약취(略取), 유인(誘引) 및 인신매매의 죄

제288조(추행 등 목적 약취, 유인 등)

①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89조(인신매매)

①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90조(약취, 유인, 매매, 이송 등 상해·치상)

① 제287조부터 제289조까지의 죄를 범하여 약취, 유인, 매매 또는 이송된 사람을 상해한 때에는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섬 노예 사건이 과연 이번이 처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2년 전에 신안군 장산도에 팔려간 지적장애인이 발견되어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적장애인 A씨는 11년 동안 노예 생활을 했는데요,

A씨는 민사배심 조정 끝에 1억 500만원의 임금을 받아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남 신안군은 지난 2007년, 김 양식장이나 천일염전 등 각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임금 착취와

부당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평등 삶 누리 사업’을 추진하고 ‘인권 유린 포상금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섬노예 사건이 계속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묵인, 또는 그것을 넘어선 협조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추측은 전남 신안군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한 A씨의 지인의 이야기로 인해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신안군의 한 섬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한 A씨는 지인에게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섬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A씨는 경찰 고위간부에게 그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외부에서 온 사람은 상관할 아니다" 라며 "근무하는 기간 동안 조용히 있어라" 라는 대답이었다고 합니다.

지역 내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A씨는 언론에 제보를 해도 소용이 없어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친구 중 한 명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사건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833년, 영국에서는 노예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합니다. 1862년 9월, 노예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남북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노예 해방을 선언합니다. 이처럼, 많은 나라에서 노예제 금지 법안을 제정한지 100년이 지나 이제는 20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아직도 ‘섬노예’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노예제는 많은 나라에서 금지되었지만, 아직도 세상의 곳곳에서는 그와 비슷한 이름으로 반강제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