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단횡단 사고가 나면 항상 운전자가 잘못한 걸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나요? 뉴스에서 무단횡단 사고 소식을 접하면 대부분 운전자가 ‘가해자’로 불리지만, 실제 법적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운전자는 도로 위에서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보행자도 ‘교통법규를 지킬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단횡단 사고가 나면 누가 100% 잘못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 책임이 나뉘게 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무단횡단 사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하는 기준부터 보행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각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무단횡단 사고 시 가해자·피해자 구별 기준
도로교통법상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이는 운전자가 언제나 도로 위 약자인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제13조의2제6항에 따라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
하지만 무단횡단의 경우, 사정은 달라집니다.
보행자가 신호를 위반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갑자기 도로를 건넜다면, 그 역시 법적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이러한 사고에서 민법상 과실상계 원칙을 적용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책임을 비율로 나누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
예를 들어 어두운 밤, 횡단보도가 아닌 구간에서 무단횡단하던 보행자가 차량에 치였다면, 법원은 보행자에게 30~40%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했거나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운전자의 과실이 70~80%로 높게 산정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무에서는 운전자의 과실이 약 60~80%, 보행자의 과실이 20~40%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갖지만, 무단횡단과 같은 명백한 규칙 위반이 있다면 보행자 역시 사고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2. 보행자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보행자는 언제나 보호받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도로교통법은 보행자에게도 분명한 준수 의무를 부여합니다.
| 도로교통법 제10조(도로의 횡단) ② 보행자는 제1항에 따른 횡단보도, 지하도, 육교나 그 밖의 도로 횡단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도로에서는 그 곳으로 횡단하여야 한다. 다만, 지하도나 육교 등의 도로 횡단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도로 횡단시설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도로를 횡단할 수 있다. |
도로교통법 제10조에 따르면, 보행자는 반드시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며 신호를 따라야 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 도로교통법 제157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1. 제5조, 제8조제1항, 제10조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보행자(실외이동로봇이 위반한 경우에는 실외이동로봇 운용자를 포함한다) |
물론 보행자에게 형사처벌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과태료나 범칙금 중심의 행정 처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보행자의 무단횡단으로 인해 운전자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 보행자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가해자’로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무단횡단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을 때 법원은 보행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즉, ‘보행자=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은 반드시 옳지 않습니다. 무단횡단을 한 보행자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가해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3. 사고 발생 시 운전자와 보행자의 대처법
무단횡단 사고가 발생했다면, 무엇보다 즉각적이고 침착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운전자는 즉시 차량을 정차하고, 부상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부상이 심한 경우 119에 즉시 신고하여 응급조치를 취하고, 이후 경찰에 사고를 신고해야 합니다. 동시에 보험사에도 사고 사실을 알리고, 현장 사진이나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뺑소니(도주 차량)’로 간주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행자 역시 마찬가지로 신속히 대응해야 합니다. 가벼운 부상이라도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단서를 발급받고, 사고 당시의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의 블랙박스 영상, CCTV, 목격자 진술 등은 추후 법적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와 신고의 신속성입니다. 법적 분쟁은 결국 ‘누가 얼마나 주의의무를 다했는가’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4.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법 개정 사항 및 정책
정부는 무단횡단 사고를 줄이기 위해 보행자 보호 중심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습니다.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는 ‘보행자 우선 정지 의무’를 명문화했습니다.
|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제13조의2제6항에 따라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
예전에는 보행자가 실제로 건너고 있을 때만 정지해야 했지만, 이제는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차량은 반드시 정지해야 합니다.
또한 스쿨존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단속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제한속도 위반뿐 아니라, 일시 정지를 하지 않거나 보행자를 위협하는 운전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과태료와 벌점이 부과됩니다.
무단횡단을 예방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도로 중앙분리대, 가드레일 설치는 물론, 보행자 움직임을 감지해 신호를 자동 조정하는 ‘스마트 신호등’도 곳곳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법의 강화에 그치지 않고, 교통 문화 전반을 보행자 안전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합니다. 도로 위의 모든 이용자가 ‘보행자가 먼저’라는 원칙을 공유할 때, 교통사고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준법의식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무단횡단 사고는 단순히 운전자의 부주의나 보행자의 불법행동 중 하나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보행자는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준법 의식과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고의 진짜 가해자와 피해자는 법정에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예방 의식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하루, 도로를 건너기 전 신호를 한 번 더 확인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춰 서 보세요. 그 짧은 순간의 주의가 나와 타인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글 = 제17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남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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