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정신질환범죄자 관리하는 국립법무병원에서 생긴 일

법무부 블로그 2016. 2. 29. 11:00



최근 정신질환과 관련한 흉악범죄가 각종 매체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교도소에 수감되는데, 정신질환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디로 수감될까요? 범법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제2의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할 방법은 있는 걸까요?

 

 

국립법무병원의 가을 전경을 담은 사진 작품

 

범법 정신질환자는 어디로 갈까?

법무부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고, 재활을 통해 사회로 바르게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을 산하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블로그기자이면서, 그 병원에서 근무하고있는 직원이기도 합니다.

 

법무병원의 기능은 크게 치료감호와 정신감정으로 나뉘는데요. 범법 정신질환자의 양형이 정해지기 전에 정신감정의 절차를 먼저 거칩니다. 그 이유는 해당 사건의 범행이 정말로 정신적 결함(심신미약의 상태)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서인데요. 감정기간은 1~2개월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조사를 위한 면담실. 내부에는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다

 

범법 정신질환자들과의 첫 만남은 팽팽한 기싸움으로 시작합니.

피감정자(=범법 정신질환자)는 경찰관들의 계호를 받으며 수의 차림과 고무신을 신고 결박된 채로 입소합니다. 국립법무병원에서 근무하는 저는,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이 익은 감정자도 있습니다. 알고보면 살인, 성폭력, 강도, 방화 등의 흉악범죄를 일으키고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렸던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종종 정신과 증상으로 인해 결박을 풀자마자 치료진에게 무자비한 폭언과 폭력을 퍼붓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치료진은 살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해야 합니다. 첫 대면은 그렇듯 긴장감 속에 팽팽한 기싸움으로 시작합니다.

 

피감정자가 입소를 하면 우선 기본적인 정보조사를 위해 면담을 합니다. 그들은 치료진의 질문에 매번 그들만의 언어로 대답을 합니다.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재간이 없습니다. 그때부터는 육감적으로 정보를 캐내야합니다. 그들의 언어를 파악하고, 그들의 수준에서 질문을 구사해야만 이야기가 단절되는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면담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그들이 사는 세상은 몹시 기괴하고 묘한 광경입니다.

  


피감정자들의 인권을 수렴하는 인권함이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잡혀 온 그들이지만,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심리검사를 위해 배부된 검사지를 작성하는 일 말고는 병동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합니다. TV시청, 장기 두기, 탁구 치기, 편지 쓰기, 목욕, 빨래, 사식신청 등 그들의 자유가 보장되며 그 일상 안에서 정신과 증상을 찾아 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 인격장애가 있거나 치료진에게 망상이나 악의를 보이는 몇몇 부류들은 자신들이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는데 있어 사뭇 당당합니다. 어떤 감정자 한명은 종일 인권면전신청서와 철회서를 번갈아가며 작성하면서 치료진을 힘들게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한 선의의 정책이지만 병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권리를 행사하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할 때면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피감정자의 자해 및 타해의 위험성이 있을 시 보호실에 격리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바로 투약하지 않습니다.

법무병원의 응급상황은 다른 정신병동의 응급상황과는 조금 다릅니다. 법무병원에서는 피감정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정신과 약을 쓰지 않습니다. 약을 쓰기 전까지 명확한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병동이 잠잠할 리가 만무합니다.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병실로 달려갑니다. 주먹이 오가는 큰 싸움이 났습니다.

 

“TV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뉴스 아나운서가 저 자식이 우리 가족을 욕했다고 일러줬어요. 하나님께 기도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사실이래요. 그래서 저 자식에게 달려가 때렸습니다.”

 

망상과 환청이 뒤섞인 정신과적 증상에 기인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폭행사건은 망상과 환각에 사로잡한 감정병동에서는 부지기수로 발생합니다. 담당의사는 증상을 보고, 약을 처방 합니다. 드라마틱하게도 투약은 단기간에 활개 치는 증상을 잠재웁니다.

 

범법 정신질환자의 특성이 그렇듯 위험한 상황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발생합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병동의 모든 구역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모니터를 관찰하던 중에 한 피감정자가 병실침상에서 튕기듯 발작을 하고 있어 급히 달려가 봅니다. 의식은 없고 동공은 위로 올라가 흰자만 보인 채로 입에 거품을 물면서 온몸을 떨고 있습니다. 증상을 보니 간질입니다. 간질은 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증상이 오래 지속될 시에 호흡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취침시간에는 안전을 위해 CCTV 모니터링 및 각 병실을 폐방한다.

 

일단 경련을 하는 동안 주변에 위험한 물건을 치워줍니다. 경련이 멈추게 되면 몸을 옆으로 뉘어 이물질이 기도를 막지 못하게 합니다. 처치 후 십여 분이 지나니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일분이 일년처럼 느껴졌지만, 다행히 피감정자가 무사해서 한숨 돌렸습니다.

 

정말 정신질환자인지, 그런 척 하는 건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정신감정을 위해 인성, 지각, 지능, 인지기능, 뇌파검사와 꾀병검사 등을 실시한다.

 

가끔은 범죄를 저질러놓고 감형받기 위한 수단으로 정신질환자인 척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기에 속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가 정말 정신질환자인지, 아니면 꾀병을 부리는 건지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검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립법무병원은 정신감정을 악용하는 파렴치범을 선별해내기위해서 인성, 지각, 지능, 인지기능, 뇌파검사와 꾀병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 1급 임상심리사와 정신과 간호사가 든든히 지켜 서있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정신질환을 연기하는 범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퇴소하는 피감정자들은 멀어져가는 병원의 입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저는 여러 날 이곳에 몸담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정신감정병동의 주마등같은 하루에 식사는 사치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슬프지만,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거죠.

 

하지만 치료진이 공복(空腹)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공복(公僕)을 입고 있기 때문이고, 그 공복(公僕) 속에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심이 깃들어 있음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사명감과 자부심이 치료진을 존재하게 합니다.

 

병은 미워하되 환자는 미워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마음가짐이지만 공정하고 올바른 정신감정을 위해 치료진은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범법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처벌이나 단죄만이 아닌 그들이 겪는 마음의 병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국립법무병원의 속내를 소개함으로써 법무부와 국립법무병원 식구들의 노고를 격려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웅철(일반부/국립법무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