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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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삼킨 그 겨울 바다로 이제 곧 갑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1. 1. 2. 19:00

 

산다는 것이 참 그런 것 같습니다. 견딜만하다가 힘든 마음이 찾아오고, 힘들고 무거운 것 같다가도 어느새 마음을 곧추 세우고....... 제 마음인데 제가 그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눈이 옵니다. 어지럽기만 하던 제 마음에도 눈이 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면 아련한 옛 기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바로 유년의 기억이지요. 제 고향집은 바다의 끄트머리에 있습니다. 해변에 줄지어 있던 갈매기들은 분탕질하듯 부산을 떨다 이내 하늘로 날아가 버리곤 했습니다. 바다 내음 가득한 고향집을 떠올리면 암울하고 어두운 유년 시절의 기억도 함께 떠오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저의 고통도 살아나는 걸 보면 제게 있어 아버지는 가슴 속에 자리한 커다란 슬픔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버지는 제 가슴에 상처를 남긴 채 끝없는 기다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그리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을까요?

 

아버지의 사연이야 어린 제가 소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계시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아버지는 서늘한 바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금기가 가득하고 바다의 습한 기운이 배어있는 쓸쓸하고 끈끈한 바람이 되어 어디론가 가버리실 것만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 기억 때문인지 저는 광활한 바다 한복판에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언젠가는 아버지가 다시 나타날 것 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밤 같은 꿈을 꾸며 매일 같은 염원으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파도는 울음이 잦아 구태여 서러운 저의 울음소리를 보탤 필요는 없었으나, 매일 밤 베개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버진 무형의 바람이 되어 언제나 저를 아버지의 삶속으로 끌어만 가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무슨 미련이 그토록 많아서일까요? 철썩~ 철썩~ 한 순간 바위 등짝을 훑고 지나가버리는 파도처럼 제 마음 속에서도 그렇게 하얗게 부서져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지금도 제 고향집에는 통통거리는 통발선을 타고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는 저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매일 밤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기러기들이 삼켜버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어머니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던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종종 걸음으로 논과 밭을 오가며 새벽부터 밤중까지 바닷가 일과 텃밭 일을 하셨던 어머니. 아버지를 대신해 온갖 막노동을 하시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어 기다림을 선택하셨던 어머니. 사는 게 힘들수록 기다림은 줄어들고 원망과 미움만 커갔겠죠.

 

 

이제 저는 수평선 너머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대신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고향집을 버리지 않고 기다려온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저였다는 것을요. 이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저는 아버지를 삼켜버린 그 바닷가로, 아니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그 바닷가로 돌아갑니다. 어머니 부디 그때까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장00∥ 청주여자교도소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재소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새길(통권 408호)’에 실린 글입니다.
 죄목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죄목을 밝히지 않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잠깐!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 중에 약 1/4은 3년 내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수용자 수가 4만 8천여명에 달합니다. 이 중 1만 500여명(22.7%)이 3년 내에 재복역하는 인원입니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그래도 아직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방지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사업’보다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취업 알선·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글 = 법무부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