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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한센병) 수형자가 살던 교도소를 아시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0. 8. 24. 08:00

37500원으로 탄생한 한센병 전문 형무소

전국의 한센병(나병) 수형자들을 수용하던 교도소가 있었습니다. 1935년,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이 13,000여명에 달하던 시절에는 한센병을 앓는 수형자도 급증했는데요.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한센병 수형자를 일반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센병환자 수용 특수형무소를 설치했는데요. 조선나예방협회로부터 신축비 37,500원을 지원받아 사무실, 거실, 조사실, 진료실, 취사장, 욕실, 창고 등을 지어 한센병을 앓는 수형자들을 따로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센병 수형자 전문 교도소인 ‘소록도 지소’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지요.

 

한센병 환자의 감소로 1998년부터는 운영이 중지된 이곳이 지난 6월 1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 등록문화재 등록예고 대상으로 지정되었는데요. 등록문화재란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시기에 형성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형태의 문화재 중에서 보존가치가 큰 것을 말합니다. 과거 한센병 수형자가 기거하던 소록도지소가 등록문화재가 된 배경을 살펴볼까요?^^

 

 

 

한센병 수형자의 교화와 치료를 동시에

소록도지소가 역사적 의의와 가치가 있는 이유는 한센병환자를 수용한 특수 목적의 교도소로서 단순한 격리 시설이 아니라 전문 병원과 교화프로그램이 연계되어 운영된, 국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근대적 시스템을 갖춘 교도소였다는 것입니다.

 

 

▲소록도지소 여사동 거실

 

또한, 이곳은 해방 전 건축물이 대체로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 특히 여사동의 경우 개청 시 모습이 변형되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쓰인 재료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 보존된 행형시설 사동 및 거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대문 형무소 사동 거실의 경우 개청 당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아니라 거듭 개보수된 것이므로 소록도지소 여사동과 그 거실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의료 처우에 있어서도 국립소록도병원의 한센병 환자 전문 인력이 지소를 방문하거나 내원 진료하여 한센병환자 수형자에게 가장 적절한 진료를 시행했습니다. 교화부분에 있어서도 규모가 작은 섬 안에 기독교와 천주교, 원불교 교회당이 있어 수형자 종교처우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으며 많은 자선 사업가들과 봉사자들이 소록도지소를 방문하여 교화처우를 시행했답니다.

 

 

 

소록도지소와 6·25 전쟁

1935년 7월 23일, 조선총독부령 제92호로 광주형무소 소록도지소 설치에 대한 부령을 공포하고 9월 15일에 개청한 후 11월 19일부터 전국의 한센병 수형자를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1937년에는 한센병 수형자 43명(여자2명 포함)을 수용했습니다.

 

1950년 6·25 동란시 인민군이 소록도 섬 전체를 접수하자 당시 수용자 46명을 일시 석방시키고, 직원 24명은 10월에 인민군이 후퇴할 때까지 3개월 동안 산에서 숨어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 이후 1969년, 소록도지소는 광주형무소 소속이 아닌 순천교도소 소속으로 바뀌었으며 70년대 초 전국 교도소에서 유일하게 선박(법무호)이 배정되어 약 10년간 요긴하게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소록도지소에 목욕탕이 생겼어요

1978년에는 오스트리아 수녀 간호사인 마가레트, 마리안느가 수용자 목욕탕을 기부했는데요. 이로써 수용자 위생관리에 도움이 되었으며 이들의 헌신적 치료와 교화는 수형자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했답니다.

 

 

▲80년대 이전 소록도지소 전경

 

63년간 한국의 역사와 함께 했던 소록도지소는 수용인원 감소 등으로 1998년 6월 23일 운영이 중단되었지만, 그 역사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문화재로서의 보존 가치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와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폐쇄된 교도소 중 의의가 있는 시설을 활용해 박물관, 교정홍보관, 법교육 시설로 활용하여 주목받는 사례가 많고 또한 폐쇄되지 않았더라도 교정시설 민원실이나 인근 도로변에 별도의 소형 역사박물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도 이런 역사적 의의가 깊은 소록도지소를 외롭게 홀로 둘 것이 아니라 법무부가 국민에게 직접 교정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소록도지소 등록문화재 지정을 자축하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소록도지소처럼 역사 깊은 등록문화재가 더욱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월간 교정 Vol.411호]에 실린

‘소록도지소 등록문화재 지정의 의의와 교정시설 역사박물관 건립 필요성’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소록도지소 거실 및 전경 사진 = 법무부, 월간교정 Vol.411

글 = 김영식 (법무부 직업훈련과 교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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