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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에 일어난 재산범죄, 처벌할 수 있나요?

법무부 블로그 2025. 5. 13. 09:00

 

 

 

 

만약 나의 가족 중 한 명이 내 돈을 훔쳐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아무리 가족일지라도 내 돈을 허락 없이 훔쳐갔다면 이건 절도죄가 되는 걸가요?

 

보통의 경우 자신이 것이 아닌 타인의 재물을 훔치게 되면 이는 형법 제329조(절도)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도죄가 됩니다. 그런데 가족 간에 행해진 범죄에도 이와 똑같은 논리가 취해져 왔을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예컨대 동생이 형의 돈을 훔친 경우나 딸이 부모님의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친 경우 모두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성을 인정하여 우리 형법은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왔습니다. 이에 적용되는 논리가 바로 ‘친족상도례’입니다.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절도와 사기 등과 같은 일부 범죄에도 준용하고 있어 특정 범위 내의 가족 간에서 일어나는 일부 범죄는 국가형벌권이 개입하지 않도록, 형을 면제시키고 있었습니다.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제1항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③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44조(친족간의 범행) 제328조의 규정은 제329조 내지 제332조의 죄 또는 미수범에 준용한다.
 

 

물론 살인죄와 같은 범죄에 있어서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당연히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인죄의 경우에는 존속살해죄를 두어 더 강하게 처벌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법에서는 사회적인 상황이나 현상을 고려하여 법 규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족상도례, 왜 필요한 걸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지갑에서 돈을 훔친 경우와 내 가족이 몰래 돈을 훔쳐간 경우 모두에 국가가 개입하여 동일한 처벌을 내리게 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문화적 특성이나 가치관을 고려하였을 때에도 가족 간의 화합이나 평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친족상도례의 논리는 그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친족상도례는 이처럼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친족상도례, 문제점은 없을까?

 

그러나 본래 입법 취지와는 달리, 형 면제에 있어 그 논리가 일률적으로 적용되었기에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형을 면제‘할 수 있다’가 아닌 형을 ‘면제한다’라고 되어있기에 형사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가 존재하여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처벌을 모두 면제해버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친족상도례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 가족의 범위로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이며, 이 규정은 절도죄(제329조), 야간주거침입절도죄(제330조), 사기죄 (형법 제347조) 등 대다수의 재산범죄에 준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률적인 형면제는 형사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친족상도례는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경미한 정도의 범죄는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가족 관계의 평온을 위한다고 표현해왔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데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들 간의 관계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해온 경우도 존재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의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경우에도 이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친족 내의 취약 지위에 대한 보호가 불가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죄에서는 그 요건을 만족하면 법관이 일관되게 ‘형면제 판결 선고’를 내리도록 규정함으로써 형사 피해자는 재판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규정에 의해 재판 기소 또한 거의 불가하였으며 예외적으로 기소가 되어도 형의 면제를 규정하고 있는 법이 존재하여 피해자는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유들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했고, 이는 헌법 제27조 제5항에 규정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게 되었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기까지 여러 사건이 존재하였습니다. 그중 A씨의 사례를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A씨는 지적장애 3급을 가지고 있었고, 특정후견인으로 변호사 B씨를 선임한 상태였습니다. A씨는 자신의 삼촌 등을 준사기와 횡령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A씨의 삼촌은 A재씨의 동거하는 친가족이며 이로 인해 친족상도례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아 형면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공소권이 없다는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2020헌마468].

 

또 다른 사건으로, 갑은 갑의 친동생 을과 을의 배우자가 갑과 을의 어머니인 망인의 예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망인의 직계비속이었던 을과 그 배우자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에 의해 처벌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2024헌마146]. 이외에도 가족 내의 특수한 관계를 인정하여 일괄적으로 그 처벌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사안이 다수 발생하였고, 이에 헌법 소원 심판 청구가 제기되어, 위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게 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자세히 알아봅시다

△클립아트코리아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의 규정이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와 관련하여 형사처벌 특례를 인정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일률적인 형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헌법 제27조 제5항에 명시된 재판절차진술권을 구체화하는 것은 입법자에게 자유가 부여되지만 그것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친족상도례와 같은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하지만, 일률적인 형 면제는 형사 피해자의 일방적 희생을 발생시켜 본래 제도적 취지에 어긋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헌법 불합치라는 결론을 짓게 되었습니다.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게 되면, 위헌의 경우 그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러나 헌법불합치는 위헌결정과 다르게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의 개정 전까지 그 법의 적용을 중지시키는 것입니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의 경우에는 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지만, 친족상도례의 경우에는 그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재산범죄 불법성 경중과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에 있으므로 해당 법률에 대해 여러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자 스스로 새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결정에 의해 재산범죄에 친족상도례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규정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할 의무를 지게 되었으며, 만약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26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가족 내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일부 사건에는 국가형벌권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만들어진 친족상도례! 다만 그 적용을 일률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법률은 사회의 요구에 따라 그 타당성을 심판받기도 하며 변화해나갑니다. 앞으로 변화될 친족상도례 규정, 함께 관심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 제17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이호정(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