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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겁을 먹지 않아도 협박죄?

법무부 블로그 2014. 11. 12. 09:00

 

 

따르릉~ 여러분에게 어느 날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고 생각해봅시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말이지,

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하는 형사라고, 형사.

oo가 집안 동생인데

도대체 얘한테 돈을 언제까지 해줄 거야, 엉?

형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모양인데...

빨리 안 해주면 위에다 확 보고해버리겠어!”

 

경찰서 정보과? 형사? 보고?

사람을 잡아 가두는 형사라니...

별 의미없는 장난전화로 웃어넘기기엔

내용이 심각합니다.

대부분의 마음 약한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겁을 먹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실제로 위와 같은 전화를 받은 A는 전~~~혀 겁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A에게 협박죄가 성립할까요? 먼저 형법 조문과 함께 협박죄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해요.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1995.12.29.>  

 

협박죄는 다른 사람을 협박함으로써 마음 속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를 말해요.

여기서의 ‘협박’은 ‘해악(害惡)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랍니다.

즉, 누군가가 ‘자신이 직접 너에게 해가되는 나쁜 일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면 협박죄가 성립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단순히 “앞으로 지구가 멸망할거야!”라고 재앙을 경고하거나,

점술행위를 통해 “쯧쯧... 자네 앞에 액이 단단히 꼈어, 운수가 대단히 안 좋아.”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경고일 뿐 협박죄의 협박이 아니에요.

재앙이나 운수는 말하는 사람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맨 처음의 전화메시지는 자신이 ‘형사’로서

상대방에게 직접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당연히 협박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86조(미수범) 전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형법은 제286조를 통해 협박죄의 미수(未遂) 역시 처벌하고 있어요.

여기서 ‘미수’는 범죄의 결과가 발생한 ‘기수(旣遂)’와는 달리,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그 행위를 끝내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말하지요. 다시 말해, 협박자가 해악을 말하긴 했는데,

그로 인해 별다른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수는 기수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이때 죄를 짓는 사람 입장에선 좀 더 약한 처벌을 받는 것이 좋으니 기수와 미수의 구분이 중요해지겠지요.

 

잉? 그렇다면 협박죄의 기수와 미수를 구분하는 기준,

즉 협박의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꼈는지의 여부일까요?

     

땡! 아닙니다.

 

2007년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상대방이 해악의 의미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그로 인해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해악을 고지한 것 자체로 협박죄의 기수가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9.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 ).”

    

구분

경우

기수·미수

다수의견

소수의견

1

해악의 고지가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은 경우

미수

미수

2

도달은 하였으나 전혀 지각하지 못한 경우

미수

미수

3

고지된 해악의 의미를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한 경우

미수

미수

4

인식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은 경우

기수

미수

5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

기수

기수

 

위 표에서 1, 2, 3에 해당하는 경우는 확실히 협박죄의 미수에 해당합니다.

즉, “너를 죽일 거야!”라는 말을 했는데 전화가 꺼져있었거나,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 말이 전달되지 않거나,

혹은 상대방이 외국인이어서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을 경우엔

미수가 됩니다. 그냥 딱 봐도 굉장히 싱거워지는 상황들이긴 하죠? ^^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사람이 들었다면 무서워했겠지만,

유독 범인이 택한 상대방이 대단한 강심장의 소유자라서 “저게 뭔 소리야? 웃기고 있네!”하고 겁을 먹지 않는 경우엔...?

그때에도 협박죄의 기수가 된다는 사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아요.

형사를 자처한 전화메시지의 범인은 너무나 멘탈이 튼튼하여 도무지 공포심따위 느끼지 않는 A를 만났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협박죄의 기수범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아니, 나는 겁먹게 하는 걸 성공하지 못했는데도 미수보다 무겁게 처벌받다니...”

 

뒤늦게 억울해 해도 소용없어요. 다른 평범한 사람이 그 전화를 받았다면

공포심을 느꼈을 테니 애초에 협박을 한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아야겠지요?

 

그러니 남을 협박하려는 분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아예 죄를 짓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의 의사를 결정하는 자유는 소중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