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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퇴근 후에 연락 오면 받아야 할까요?

법무부 블로그 2025. 10. 24. 14:00

 

 

 

퇴근길에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 상사의 전화일 때,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무시해도 괜찮을까요?

 

특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일수록 이런 전화를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괜히 거절하면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받을까?”, “조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찍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계속 받자니 끝없는 야근으로 이어지곤 하지요. 그러나 이렇게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과연 법적으로 정당할까요?

 

 

어디까지가 ‘근무’일까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18시간, 140시간을 원칙으로 규정하며(50), 당사자 합의가 있더라도 112시간 이상 연장근로는 불가하다고 명시합니다(53).

 

근로기준법
50(근로시간)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3(연장 근로의 제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퇴근 후 상사의 연락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느냐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 즉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 구속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지휘·감독은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을 포함합니다.

, 근로자가 비록 회사 건물 밖에 있다 하더라도, 상사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수정하거나,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대응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받지 않으면 불이익? 거절할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는 사용자가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업무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상사가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지시한다면, 근로자는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74254)근로자가 업무 수행을 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 이는 자발적 근로로 볼 수 없다고 하여, 근로자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일을 해왔다면 이는 연장근로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퇴근 후 잠깐 일한 거니까 수당은 지급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습니다.

 

 

 

‘자발적 야근’의 법적 함정

클립아트코리아

 

많은 직장인들이 자발적 야근이라는 표현에 익숙합니다. “보고서를 다 완성하지 못해서 그냥 남았다”, “상사가 뭐라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남아서 일했다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 또한 법적으로는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분위기, 상사의 눈치, 평가에 대한 부담이 사실상 강제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법원 판례(서울중앙지법 2013가소 5258885)에서는, 연장근로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연장근로한 시간에 대하여는 그에 상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 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자발적으로 남은 거니까 수당을 줄 수 없다는 말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퇴근 후 업무 연락과 직장 내 괴롭힘

201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퇴근 후 반복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고,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근로자의 사적 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고용노동부의 매뉴얼에서도 퇴근 후 지속적인 업무 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퇴근했더라도 연락하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식의 압박을 가한다면, 이는 단순한 근로시간 문제를 넘어 괴롭힘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연락 차단권’을 보장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과 이메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즉시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근로자의 휴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흐름입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는 퇴근 후 연결 차단권(Disconnect Right)’을 법제화하거나 제도적으로 보장해오고 있습니다.

 

1) 프랑스

프랑스는 2017년 근로법을 개정하면서, 50인 이상 기업의 경우 근로자에게 퇴근 후 연결 차단권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는 퇴근 이후에는 이메일이나 전화 등 업무 관련 연락을 원칙적으로 차단하여 근로자가 자유롭게 개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조치입니다.

 

2) 독일

독일 역시 유사한 흐름 속에서 일부 대기업이 선도적으로 제도를 도입했는데,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회사 이메일 서버가 자동으로 차단되어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3) EU

EU 차원에서는 2021년부터 디지털 시대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유럽 전역에서 제도적 기준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 2021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아직은 법률로 확정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근로자의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휴식권

헌법
32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32조 제3항에 따르면, 근로시간 제한과 휴식권은 단순히 회사 규정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입니다. 따라서 퇴근 후 업무 지시 문제는 단순히 상사와 직원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1) 근로계약서 확인하기

소정근로시간과 업무 범위를 확인해두시면, 퇴근 후 업무 지시가 정당한지 판단할 근거가 됩니다.

 

2) 업무 기록 남기기

퇴근 후 받은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을 캡처하거나 메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후 연장근로 수당 청구 시 근거 자료가 됩니다.

 

3) 회사 내 절차 활용하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나 인사팀 상담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노동청 진정

회사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워라밸은 선택이 아닌 권리입니다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지시는 이제 단순히 조직 문화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연장근로, 직장 내 괴롭힘, 헌법적 휴식권 침해와 연결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퇴근 후 업무 지시는 원칙적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이를 수행했다면 연장근로로 인정되어 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반복적·지속적 연락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직장 문화는 근로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워라밸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근로자도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17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남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