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풍등 날리면 벌금이 200만원?!

법무부 블로그 2018. 10. 17. 14:30





 

지난 107일 오전 11시경, 고양시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기름 탱크에 발생한 화재였는데요. 불은 16시간이 지난 뒤에야 잡혔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탱크에 있던 휘발유 440L 260만 리터가 불에 탔고 약 43억의 재산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10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서도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불이 컸던 탓에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관심이 컸습니다. 고양경찰서는 스리랑카 국적의 A씨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A씨가 기름 탱크 근처 공사장에서 날린 풍등(風燈)이 기름 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면서 불이 붙었다는 것인데요. 검찰이 풍등과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A씨는 48시간 만에 풀려났습니다.

 

과연 A씨가 날린 풍등이 불법이었는지,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 논란이 뜨거운데요. 혹시 우리가 축제 때 날린 풍등도 불법이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양경찰서에서 기름탱크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보여주며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풍등, 항상 불법은 아니지만 이럴 땐 불법

 

소방기본법

12(화재의 예방조치 등)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은 화재의 예방상 위험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소화(消火) 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물건의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에게 다음 각 호의 명령을 할 수 있다.

1. 불장난, 모닥불, 흡연, 화기(火氣) 취급,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 그 밖에 화재예방상 위험하다고 인정되는 행위의 금지 또는 제한

 

53(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정당한 사유 없이 제12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른 명령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이를 방해한 자


 

풍등을 날리면 200만원 벌금을 내야한다는 이야기는 소방기본법에서 나왔는데요. 그러나 무조건 풍등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방기본법 제12조에 따라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은 화재의 위험이 있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습니다. 모닥불과 흡연, 풍등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만약 금지를 했는데도 풍등을 날리거나 흡연을 했다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그러나 금지하지 않았다면 풍등을 날려도 되고, 모닥불을 피우거나 흡연을 해도 되는 것이죠.

 

객석이 500석을 넘거나 객석의 바닥이 500이상인 곳에서 풍등을 날리면 관할 소방서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그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었던 탓에 송유관공사 측에선 초등학교의 풍등 날리기 행사를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A씨가 날린 풍등은 전날 인근 초등학교가 풍등 날리기 행사에 썼던 것이라고 합니다. A씨는 공사장에 떨어진 풍등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불을 붙였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보면, A씨가 소방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데요. 그런데도 A씨를 긴급체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수로 불내도 처벌 받는다실화와 중실화의 차이는?

 

형법

170(실화)

과실로 인하여 제164조 또는 제165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한 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과실로 인하여 자기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 또는 제167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171(업무상실화, 중실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제170조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135 판결

형법 제171조 가 정하는 중실화는 행위자가 극히 작은 주의를 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로 이를 예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경찰은 A씨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형법 제171조에서 중실화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업무상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불을 내서 건조물, 자동차, 기차 등에 피해를 입힌 경우를 말합니다. 170조 실화죄와 중실화 모두 실수로 불을 냈다는 점에선 같은데요. 중실화는 실화죄보다 화재의 정도가 더 큰 경우 해당됩니다.

 

실화죄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중실화는 3년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더 무겁습니다. 중실화와 실화죄는 충분히 화재를 예상하고 예방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나뉘는데요. A씨가 풍등을 날리면서 화재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집니다.

 

경찰은 A씨를 출국정지 시키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송유관공사가 관리를 소홀히 하진 않았는지 안전관리 실태도 들여다보기로 했는데요. 송유관공사는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관리 자문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재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번 사건은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무방비 상태였으면 풍등 하나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부디 억울한 사람 없이 사건 조사가 마무리 되고, 이번 화재를 계기로 안전 관리가 더 꼼꼼하게 이뤄져서 다시는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이밝음(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