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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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병원 사람들이 불우 치료감호자를 돕는 방법

법무부 블로그 2016. 11. 22. 17:00



사랑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범죄자와 그들을 관리하는 치료진의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개입할 수 있을까요? 과연 치료진은 범죄로 수용된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바로 국립법무병원에 있습니다.

  

국립법무병원의 피치료감호자 돕기 바자회 및 화합 한마당’()과 손님 맞는 간호과 직원들()입니다.

 

국립법무병원은 201611310시에 개청 29주년을 맞아 피치료감호자 돕기 바자회 및 화합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병원 내에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법무병원 직원들은 쓸만한 물건을 사고 파는 바자회, 직원 가족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 판매장, 요리솜씨를 뽐내는 먹거리 장터 등을 운영했는데요. 행사의 진행배경은 부서원들간 친화력을 증진시키고, 행복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지만, 사실은 영세한 피치료감호자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하기 위한 뜻 깊은 목적을 가지고 있답니다.

 

대부분의 피치료감호자는 열악한 가정환경 혹은 연락할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병원 안에서 빈부의 격차는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일례로, 사식을 시키는 날이면 영치금이 없는 수용자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피하기 위해 보호실(독방)을 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실은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위급한 상황에 격리하는 일종의 구금이자 보호조치로, 누구든 입실을 꺼려하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보호실을 택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 사식을 못시키킬 바에야, 보호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낫다고 판단을 한다는 것이죠.

 

법무병원 직원들은 이렇듯 영치금이 없는 수용자들에게 돈이 없어도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나아가, 조건 없이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게 하고, 따듯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피치료감호자를 돕습니다.


바자회 부스는 의류, 도서, 신발, 가방, 장난감, 가전제품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 같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손님들은 장난감 진열장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물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가 하면, 좋은 일에 쓰이는 일이면서도 값싸고 질 좋은 물품을 판매한다며 양손 가득 사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바자회 판매 담당 직원과 인터뷰를 해보니, 몇 달 전부터 지인들에게 사방으로 연락해 잘 매매될 만한 물건들을 모았다고 해요. 물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부자들은 처음엔 아끼는 소장품들이라고 선뜻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는데요. 피치료감호자들을 돕는 수익금 마련 행사라고 설명하니 다들 흔쾌히 기부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목적 만큼이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미소를 띈 모습이, 참 특별해보였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 및 가공한 식품을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수하고 달달한 냄새를 따라 가보니, 농산물 매장이 보였습니다. 햅쌀, 들기름, 딸기잼, 표고버섯, 청국장, 멸치, 젓갈 등 웬만한 장터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이곳 매장엔 여느 곳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는데요. 판매하는 모든 농산물을 법무병원 가족들이 직접 재배, 가공한 식품이라는 점입니다.

 

이곳 베스트셀러인 낙지젓갈은 먼 해안가에 거주하시는 직원 어머니가 직접 뻘에서 낙지를 잡아 정성으로 담가서, 싱싱할뿐더러 고향의 맛이 베어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히트품인 요플레는 본 기관의 이경희 과장이 날을 지새우며 발효시킨 식품인데요. 행사가 무르익기도 전에 품절되었다죠. 요즘 세간에 원산지가 불분명한 식품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 장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시켜버립니다. 이곳 판매자들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던 농산물로 얻은 수익금이 의미 있고 값지게 쓰여서 기쁘다고 말 할 정도로 착한 목표를 가지고 개장한 장터이기 때문이죠.

 

맛과 청결로 무장한 법무병원 직원들의 요리솜씨는 손님들에게 즐거움과 포만감을 선사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슬슬 시장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날선 겨울바람을 가르는 따끈한 어묵 국물의 온기와 매콤한 떡볶이가 즐비한 이곳은 다름 아닌 먹거리 장터입니다. 이 외에도 비빔밥, 잔치국수, 김밥, 부침개, 순대 등 인기있는 메뉴가 집약되어 있었는데요. 깔끔한 차림의 요식업자로 변신한 직원들이 개점하고 있었습니다. 손님의 발길을 잡는 맛과 호객능력을 갖춘 이곳 장터 판매자들에게 장사 비책을 물었는데요. “장사가 안될까봐 초조해하면서 한달 전 부터 호객 멘트를 준비했구요.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려고, 요리학원에서 조리비법까지 전수받고 왔습니다. 오늘 비장한 마음으로 장사에 임할 생각입니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답해주셨습니다.

 

그 자신감만큼 매출도 대단했습니다. 판매량이 예상치를 웃돌아 준비해 온 재료가 일찍 소진되어서, 급히 재료를 공수해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요리과정을 손님들에게 공개하면서, 위생과 신뢰감을 줄 수 있었는데요. 한 손님은 행사의 목적도 목적이지만, 맛도 양도 기대 이상이라 지출을 안 할 수 가 없네요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사진전시회에 대한 두 직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법무병원이 수용자 관리와 지역사회 건강에 이바지하는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한켠의 사진 전시관에서는 수용자들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각 위원회의 활동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사진 속에는 홍보부, 문화예술부, 감염관리부, 병원질관리부 등 많은 위원회들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각 위원회의 명칭과 역할은 다르지만, 피치료감호자의 질적 관리 및 지역사회의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병원은 인근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중점적인 봉사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는데요. 전시된 사진을 통해 그간 실천해 온 사회봉사활동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었어요. 수용자 관리만 하는 줄 알았던 법무병원이 지역사회 건강과 봉사활동에 힘쓰는 등 귀감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겠죠? 그렇기 때문에 혐오시설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이제는 인근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되었다고 하네요.

 

 

소장, 국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화합 한마당 한자리에 모여 무한한 끼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흥겨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자리를 옮겨봤습니다. 직원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장기자랑 무대였는데요. 수용자와 치료자 관계만큼이나 중요한 치료자간의 화합을 도모하고자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소장님을 비롯해, 국장님과 과장님들 까지 함께 여흥을 즐기고 계셨는데요. 직원들이 준비한 익살스런 장기자랑에 관객 모두가 자지러졌습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 누구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점잔만 뺄 수 없는 분위기였었죠.

 

누군가에게는 이번 행사가 단순히 웃고 떠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무대를 통해 피치료감호자들의 정신건강 뿐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직원들의 정신건강도 회복하는 기회가 있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치료진이지만, 치료진을 돌보는 사람은 치료진 그 자신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화합 한마당은 치유의 장이기도 하지요.

 

 

행사를 주관한 최종혁 소장, 송정희 사무관, 이경희 과장, 이명자 사무관(좌측에서부터)이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이번 바자회 및 화합한마당을 통해서 우리 국립법무병원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즐기는 만큼 병원은 더욱 발전합니다. 남은 시간도 여러분 자신과 병원을 위해 마음 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최종혁 소장

 

각자 정해진 파트에서만 근무를 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직원 간에 소통의 벽이 생겼는데요. 이번 행사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정도 돈독해지고, 친분이 쌓이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참 좋습니다. 행사 준비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땀흘리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이경희 간호과장

 

우리 직원들이 개인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봉사와 헌신의 마음으로 현재 돌보고 있는 피치료감호자들을 위해 행사를 준비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분명 우리 수용자들도 직원들의 따듯한 마음에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극단적인 언행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는 치료적 효과가 있을 겁니다.” /송정희 사무관

 

영치금이 없어 마음대로 사식을 시켜먹지 못하는 수용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는데, 이번 수익금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정말 기쁩니다. 우리 피치료감호자들이 치료를 받는 기간동안 치료진의 사랑을 느끼고 퇴원 후에는 도리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명자 사무관

 

행사장을 모두 둘러보고 나서, 법무병원의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요. 행사를 통한 기대효과 및 법무병원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소장님, 과장님과 사무관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더불어, 바자회 행사를 통해 모은 수익금 전부가 피치료감호자에게 전달된다는 소식을 접한, 한 수용자에게 소감을 물었는데요. 그는 수줍은 듯한 표정과 어눌한 말투로 답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진심이 묻어났습니다.

 

저희에게 이렇게 사랑을 베풀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행사를 진행해서 얻은 수익금을 전달해주신 병원 선생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가족이 없는데, 가족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약도 잘 먹고 말썽도 부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밤낮으로 저희 보살피시느라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취재하고 나니, 세상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한다!"라는 말 뿐이 아닌, 묵묵히 수용자의 아픈 곳을 보듬는 법무병원 직원들만의 사랑 표현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나 아닌 타인을 위해 노동과 시간을 지불하는 직원들의 대가 없는 베풂이야말로 참된 사랑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료라고 하면 약물과 재활프로그램을 통한 과정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용자를 대하는 법무병원의 모습은 진정한 치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데요. 더욱이 심신이 미약한 피치료감호자에게는 약물치료만큼이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면서, 더 나아가 더불어 사는 법의 표준을 보여주는 법무병원 직원들을 칭찬합니다.

 

취재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웅철(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