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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처방, 바르게 알고 제대로 이용하기

법무부 블로그 2015. 5. 28. 17:00

 

 

아들을 통해 대리처방 받은 김씨, 법적 문제없을까?

강원도 속초에 사는 김태희(.68) 씨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신속한 응급처치와 성공적인 수술로 목숨은 구하지만 후유증으로 양 쪽 두 다리에 마비가 오고, 2급 장애 판정을 받습니다. 이후 김 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 밖을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 종종 아들 정(48)씨를 통해 주치의 A씨로부터 고혈압 약을 처방받게 됩니다. 이처럼 약 처방을 본인(김태희)이 아닌 다른 사람(아들 정씨)이 대신해서 받아주는 것을 '대리처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처방전을 받아주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걸까요?

 

§의료법

17(진단서 등)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

66(자격정지 등)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3.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내줄 때

6.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89(벌칙) 17조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행법에서는 환자가 의사로부터 직접 진료와 처방을 받는 직접대면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환자가 아닌 제3자가 환자 대신 처방전을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보건복지부는 고시(2013-192)를 통해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여 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몇 가지 경우를 염두 해 두고 대리처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몇 가지 경우를 한 번 살펴볼까요?

 

환자가 같은 질병에 대해 재진 및 처방을 받는 경우여야 합니다.

김 씨의 경우 고혈압과 뇌졸증

환자는 오랜 기간 동안 처방을 받아왔어야 합니다.

수술 후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주치의 A씨로부터 처방을 받아왔음

환자가 주치의를 직접 만나기 힘들 만큼 거동이 불편해야 합니다.

뇌졸증 수슬 이후 김 씨는 하반신 마비로 2급 장애 판정

주치의가 대리처방을 해도 된다고 안전성을 인정한 경우여야 합니다.

김 씨는 주치의 A씨가 인정하여 대리처방을 받고 있음

 

위 경우를 앞서 예로 든 김태희씨의 경우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우선 김씨는 고혈압과 뇌졸중으로 병원에 가서 주치의와 상담을 한 적이 있고, 같은 병에 대한 약을 처방받는 것이기에 번 항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년 동안 처방을 받아왔으며, 하반신 마비로 2급 장애 판정을 받았기에 번 과 번 항목도 만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치의가 대리처방을 해도 된다고 인정한 경우여야 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의사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며 김태희씨의 주치의는 괜찮다고 판단했으니 대리처방을 해 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리처방 받으려면 갖춰야 할 요건은?

 

대리처방은 환자가 귀찮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또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리처방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여기서 대리처방 가능 한 가족이란 배우자, 직계혈족(자기의 부모, 조부모나 자기보다 후대인 자녀, 손자녀)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를 말합니다. 가족 이외 제3(간병인 등)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대리처방을 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제시한 동일한 질병 재진의 경우 환자의 거동이 불편 주치의의 판단 그리고 친 가족의 대리 상담 이외에도 법원은 처방하더라도 의학적으로 생명·신체·건강에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대리처방을 허용한 판례가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 대리처방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리처방을 받은 사람이나 해 준 사람 모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리처방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관련 법규범의 모호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의료법(17조 제1)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를 하고 있지만, 하위 규범인 복지부 고시(2013-192)에 의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법과 고시가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시는 고시일 뿐,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고시가 아닌 현행법에 의한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위의 김태희씨가 고혈압 약을 계속해서 대리처방 받아오다, 나중에 건강에 변화가 생기고 대리처방 받은 고혈압 약으로 합병증이 발생하면, 단순히 고시나 해석에 의해 대리처방을 인정해줬다 해서 대리처방으로 인한 의사의 과실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결국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을 통해 판사가 최종 판단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대리처방은 몸이 불편하고, 시간이나 금전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에게 편의와 기회를 보장해 주는 좋은 제도지만, 이를 악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대리처방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서 정말 필요한 국민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 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박현익(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