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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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는 상품이 아닙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5. 1. 20. 09:00

 

 

지난 1월 1일, 새해 첫 날 농구를 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보지 않으셨더라도 여러 언론사에서 제법 다뤘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한 여성팬이 KCC의 하승진 선수에게 야유를 보낸 사건입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지난 1월 1일 잠실 실내 경기장에서

전주 KCC 이지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중 KCC의 하승진 선수가

삼성의 리오 라이온즈 선수의 팔꿈치에 코를 맞아 코뼈가 부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응급 치료를 받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려던 하승진 선수에게 한 여성팬이 하승진 선수에게

“다리라도 부러진 줄 알았네. 엄살 피우지 마라!” 라며 야유를 보냈습니다

 

이에 하승진 선수가 분노해 관중석으로 돌진하려다가 안전요원의 저지를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하승진 선수나 팬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1월 1일 경기 중 코뼈를 다친 하승진 선수 (출처: 스포츠동아 1월 6일자 기사.)

 

첫 번째로 적용이 될 여지가 있는 죄목은 명예훼손죄과 모욕죄입니다.

이에 대한 형법의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311조(모욕죄)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조항 중 ‘공연히’란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사건의 경우 팬이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소리쳤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하승진’이라는 특정 인물을 지적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법 제 312조에 의하여, 피해자(이번 사건에서는 하승진 선수)가 원치 않을 경우

그 여성팬을 형사처벌 할 수 없습니다. (아래 형법 참조)

    

§형법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②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런 사례는 다른 스포츠에서도 있었습니다.

조금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1999년 프로야구 2위와 3위를 가르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롯데의 외국인 선수였던 펠릭스 호세가

관중석에서 날아온 오물에 급소를 맞고 흥분해 관중석으로 배트를 던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경우 호세는 해당 경기에서 퇴장당하고 10경기 출장 정지와 300만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7년 프로축구 플레이오프에서는 대전과 울산의 경기에서 대전이 2:0으로 패배했는데,

경기 중 대전의 서포터즈들이 깃발과 물병을 투척해 울산의 골키퍼였던 김영광이 이를 받아 되던졌다가 퇴장당하고

역시 해당 경기 퇴장에 6경기 출전 금지에 벌금 600만원을 물었습니다.

 

 

▲펠릭스 호세  (출처: 스포츠한국 2013년 6월 20일자)

 

▲김영광  (출처: 스포츠동아 2014년 2월 14일자)

    

이에 반해 오물과 물병을 던졌던 팬들은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었으나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제 2장 3조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13. (의식방해) 공공기관이나 그 밖의 단체 또는 개인이 하는 행사나 의식을 못된 장난 등으로 방해하거나 행사나 의식을 하는 자 또는 그 밖에 관계 있는 사람이 말려도 듣지 아니하고 행사나 의식을 방해할 우려가 뚜렷한 물건을 가지고 행사장 등에 들어간 사람.

 

하지만 외국의 사례는 조금 다릅니다.

지난 2014년 4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FC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CF의 경기에서

비야레알의 한 팬이 바르셀로나의 수비수인 다니 알베스에게 인종차별을 뜻하는 바나나를 던졌습니다.

알베스는 스페인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떨어진 바나나를 주워 먹고 경기를 재개했고,

바나나를 던진 팬은 비야레알 홈경기 영구 출입 금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다니 알베스 (출처: 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하승진 선수 사건에서 KBL측에서는 하승진 선수에게는 견책(잘못을 꾸짖고 타일러 뉘우치게 하는 징계의 한 종류)을

내렸지만 정작 팬에게는 아무런 제제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는 팬과 구단과 선수가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이 구단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구단의 입장에서는 팬들이 중요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팬들은 자신이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선수들 이 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선수들을 상품처럼 대하기 일쑤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노예를 ‘말하는 물건’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한 농구인는 ‘스포츠 선수도 감정 노동자다’고 했지만

이와 같이 선수에게만 징계하고 팬들에게는 적당한 제제조차도 가하지 않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감정 노동자’가 아닌

‘노예’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구단 측에서 팬들이 잘못한 점에는 팬에게도 적당한 제제를 가하고 팬들 측에서도 선수를 배려하는 행동을 하여

더 성숙한 관람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