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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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 줄 알고 계약했는데, 알고보니…

법무부 블로그 2013. 5. 6. 09:00

 

 

올해 만 17세인 나신용 군은 꿈이 연예인입니다.

가수로 진로를 정한 나신용 군은 우연히 '어서와 기획사'를 알게 되었는데요.

오디션을 본 결과 실력이 조금 부족하여 기획사 내부의 보컬아카데미를 등록하고

가수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하실까봐 몰래 아르바이트를 해서 아카데미 비용을 마련한 나신용군!

원장 김설마씨와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데 학원비를 건네려던 순간! 원장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나신용 씨, 성인이신 거 맞죠?”

 

나신용군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능숙하게 대답합니다.

 

“허, 참. 군대까지 다녀온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시다뇨.

하하. 제가 좀 어려보이긴 하지요.”

"요즘 부모님 허락 없이 덜컥 계약해놓고,

며칠 뒤에 와서 환불해달라는 학생들이 참 많아서 말입니다. 그냥 한 번 확인해 본거에요."

 

나이에 비해 성숙한 외모를 가진 나신용 군은 운 좋게 이 말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신용 군은 성공적으로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가수계약을 한 뒤

부모님 몰래 자신의 꿈을 키워가 시작합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 면 잡히는 법! 매일 자율학습을 빼먹고 아카데미에 다니던 나신용군은

부모님께 기획사와 계약했다는 사실을 걸리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부모님은 나신용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기획사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아카데미 비용도 돌려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원장 김설마 씨는 오랜만에 들어온 회원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성인이라고 속인 나신용 군과의 계약을 취소해줄 의무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자, 과연 나신용 군의 부모님은 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먼저, 나신용 군의 부모님의 취소에 대한 근거를 알아봅시다.

참고로 2011년 3월 7일자 법 개정에 의해 미성년자, 한정치산자, 금치산자를 지칭하는 ‘무능력자’라는 용어가

‘제한능력자’로 바뀌고, ‘사술’이 ‘속임수’로 바뀌었다는 걸 알아두세요!

 

§민법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①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제140조(법률행위의 취소권자)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제한능력자,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이 취소할 수 있다.

 

만 17세인 나신용 군이 가수 계약 및 아카데미 등록 등 법률행위를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인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야 했습니다.

이 경우에 아카데미 수업을 받을 권리와 돈을 내야 한다는 의무 둘 다 갖게 되므로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행위인 김설마 씨와의 계약은 나신용 군의 부모님이 취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분명히 미성년자인 나신용 군이

‘나는 군대까지 다녀온 성인이랍니다.’라며

김설마 씨를 속인 것입니다.

성인은 자신이 맺은 계약에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부모님의 의사를 물어볼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김설마 씨는 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관련된 법 조항을 살펴봅시다.

 

 

 

§민법

제17조(제한능력자의 속임수)

① 제한능력자가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

② 미성년자나 피한정후견인이 속임수로써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 경우에도 제1항과 같다.

 

1항을 보니 제한능력자인 나신용군이 속임수를 써서 자신을 성인으로 믿게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여기서의 ‘속임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다음 판례를 살펴봅시다.

 

【판시사항】

미성년자가 사술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년자로 믿게 하고 한 의사표시는 이를 취소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유】

…… 원고와 위 소외인들은 원고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피고가 알면 피고는 원고와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을 거부할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로 하여금 원고를 성년자로 믿게하기 위하여 미리 관계동사무소 직원과 통정하여 원고의 생년월일을 1948.2.17.로 기재한 인감증명을 교부받아 이를 피고에게 제시 행사하여 피고로 하여금 원고를 성년자로 오신케 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로 하여금 원고를 성년자로 오신케 한 것은 원고와 위 소외인들이라 할 것이고 소론과 같이 원고는 피고를 위와 같이 기망하는 데 가담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아니니 원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여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71.6.22. 선고 71다940 판결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 中—

 

위 사건은 미성년자인 원고가 피고를 위조한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성년자로 믿게 한 경우로,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위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이번엔 반대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판시사항】

가. 미성년자와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미성년자의 취소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민법 제17조 소정의 미성년자가 사술을 썼다고 주장하는 때에는 그 주장자인 상대방측에 그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

나. 민법 제17조에 이른바 "무능력자가 사술로써 능력자로 믿게 한 때"에 있어서의 사술을 쓴 것이라 함은 적극적으로 사기수단을 쓴 것을 말하는 것이고 단순히 자기가 능력자라 사언함은 사술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유】

…… 본건에 있어서 미성년자인 원고가 본건 매매계약당시 원고 본인이 스스로 사장이라고 말하였다거나 또는 동석한 소외인이 상대방인 피고에 대하여 원고를 중앙전선 주식회사의 사장이라고 호칭한 사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것 만으로서는 이른바 사술을 쓴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견해의 취지에서 판단한 원판결은 정당하고, 원판결에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릇한 위법은 없다 할 것이므로 논지들은 받아드릴 수 없다.

—대법원 1971.12.14. 선고 71다204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中—

 

위 판결에서 단순히 말이나 옷차림으로만 속인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사기 수단을 쓴’ 속임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취소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제 답이 나왔습니다!

김설마 씨를 자신이 군대를 갔다 왔다는 말로만 속인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안타깝지만 김설마 씨는 오랜만에 얻은 신인을 보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안전한 계약을 맺으려면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거나 나신용 군의 부모님의 동의를 받았어야 하는 것이죠.

 

 

 

                                        렇다면 만약 현재 성인인 사람이

   미성년자였을 때 맺은 계약이 실수였다고 생각해서

    취소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민법

제146조(취소권의 소멸)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여기서 '추인'이란 무효이거나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유효로 인정한다는 의사표시를 말하는데요,

그렇다면 '추인할 수 있는 날'이라는 건 쉽게 설명해서 성년이 된 날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에 성인이 되는 갑돌이가 2002년에 계약을 성사하고 나서

나중에 취소를 하려면 늦어도 2012년에는 취소를 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2005년에 성인이 되는 경우라면 2008년까지 취소를 해야 한답니다.

올해 7월부터 성인 연령이 만 20세에서 만19세로 낮춰진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1994년생이신 분들은 7월 이전에 생일이 지났다면 7월 1일부터 성인으로 간주됩니다.

성인이 되신 분들은 이제 자신의 거래에 책임을 질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앞으로 성인이 되실 분들은 정당한 거래를 위해 신분증, 보호자 동의를 꼭 갖추어야겠죠?

계약이 정당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당사자 간에 속임수는 금물,

서로를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