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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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서 한 키스는 무효라는데... 정말일까?

법무부 블로그 2012. 10. 22. 17:00

 

 

 

 

“영애씨, 기억나죠?? 우리 어제한….”

“잠깐, 술 취해서 한 키스는 무효인 거 몰라요?"

 

TV드라마를 보다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듣게 된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 남녀의 핑크빛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인데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받으며 잠시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에서 주로 오글오글 거리는 대사가 나오곤 합니다. 술김에 한 키스는 무효라! 정말 ‘무효’가 맞을까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 말을 취소하라는 둥, 이건 무효라는 둥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무효’와 ‘취소’가 비슷하면서도 헷갈리는데요. 과연, 무효와 취소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남자 주인공과 영애씨가 술김에 한 키스는 ‘무효’일까요, ‘취소’일까요?

 

 

[취소 vs 무효, 그 뜻을 알아보자!]

먼저 취소와 무효의 본 뜻을 알아볼까요? 먼저,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온 무효와 취소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효]

사법상(私法上) 무효는 당사자가 의욕한 법률행위의 효력이 처음부터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특정인의 주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도 효력에 변동이 없다.

 

[취소]

원칙적으로 무능력 또는 의사표시가 사기·강박·착오로 행하여진 것을 이유로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후에 행위시에 소급하여 소멸케 하는 특정인(취소권자)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취소할 수 있는 행위는 취소가 있을 때까지는 모든 자가 그 행위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다루며 취소권자가 취소권을 포기하거나 또는 취소권이 소멸하면 그 행위는 효력을 잃지 않는 것으로서 확정된다.

 

어려워서 딱 와 닿지 않는다고요?

쉽게 설명해 볼게요. 무효와 취소 모두 법률에 정하는 요건을 만족할 때 법률적 행위의 효력을 발생시키지 않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무효와 취소의 가장 큰 차이는 법률행위의 소멸 시점입니다. 만약 무효가 무효로 해당되는 법률 행위 자체를 없던 걸로 하는 거라면, 취소는 해당하는 법률 행위를 “취소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중단하기 전까지는 그 효력이 유지된다는 거죠.

 

또한 무효는 언제든지 법적 행위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에 반해 취소는 일정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해야만 한답니다. 다시 말해, ‘무효’는 법률행위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고 ‘취소’는 법률행위가 없어지도록 하는 취소권자의 의사표시를 통해 무효화 되는 것입니다.

 

 

 

 

아래 사례를 함께 볼까요?

 

 

- 생활법여자고등학교의 2학년(18세) 김무자 양이 엄마의 동의 없이 엄마의 카드로 산 어학기! 한 달 후, 카드고지서를 본 엄마는 무자가 허락 없이 산 어학기를 반품하겠다고 합니다. 과연 한 달이나 쓴 어학기를 반품 할 수 있을까요?

 

- 20 년 동안 다니시던 직장에서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게 된 무자의 아버지. 새로운 회사에서 2년 째 재계약을 할 때,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본인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타 직원들보다 20퍼센트 정도 높은 연봉을 수령하며, 만일 노동조합을 가입할 시에는 추가 연봉 반환 및 강제 퇴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새로운 계약 조건을 보게 되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는 했지만, 과연 이 계약은 정당하게 성립된 것일까요?

 

위 두 가지 사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효'와 '취소'를 생활 속에서 찾아본 것입니다.

먼저 무자가 사서 한 달이나 사용한 어학기의 반품 여부를 살펴볼까요? 어학기를 구매하여 이미 한 달이나 사용하긴 했지만 구매한 사람이 민법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어학기를 반품 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민법

제5조 (미성년자의 능력) ①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바로 ‘취소권’입니다. 법에서는 미성년자가 법적대리인의 동의 없이 계약을 할 경우 '취소권'을 행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는, 법적 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한 행동을 없던 것으로 한다는 의미에서의 ‘취소’를 말합니다. 따라서 ‘취소권’을 행사함으로써 그 행위는 ‘무효’가 되는 것이지요.

 

 

 

 

이번엔 무자 아버지가 계약서를 쓴 사례를 볼까요? 일단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동조합에서 탈퇴할 것을 고용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근로 계약은 ‘황견계약’으로 불공정한 계약입니다. 따라서 이 계약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부분이므로, 법률행위의 효력이 시작되지 않는 ‘무효’가 되는 것이며 계약 전체가 아닌 황견계약 부분만이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그밖에 무효의 사례로는 의사무능력자(만취자/유아/정신질환자 등) , 실현불가능한 법률행위, 불공장한 법률행위,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허위로 표시한 경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게요.

드라마에서 영애씨와 남자 주인공의 대사를 다시 들어볼까요?

 

“영애씨, 기억나죠?? 우리 어제한….”

“잠깐, 술 취해서 한 키스는 무효인 거 몰라요?"

 

영애씨는 술김에 키스를 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아예 지워버리겠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므로, ‘무효’라는 표현이 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셨더니, 영애씨를 배우 김태희로 착각했어요. 미안해요. 어제 키스는 취소할게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착오로 인한 잘못된 행동을 거둬들이고 싶어 하는 거라면, ‘취소’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여기에서의 ‘취소’는 착오나 사기에 의한 그릇된 판단으로 했던 행동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이며, 정확한 판단에 의해 이미 제출하였던 것이나 주장하였던 것을 다시 회수한다는 의미의 ‘철회’와는 또 다른 뜻이라는 점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무효와 취소의 차이점을 알겠나요? ‘무효’와 ‘취소’는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각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제부터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도록 하자고요!

 

 

글 = 김무진 기자

사진 = 알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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