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5 안내센터 25시- 뺑소니범 잡은 불법체류자

 

 

여기는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

이곳에서는 사람냄새 나는 이야깃거리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 * *

 

외국에서 오래 체류하다 보면,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는 일은 쉽고 많지만,

반대로 현지인을 돕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나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괜히 나서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불법체류자 신분인 상태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1345 안내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그런 어려운 처지에도 남을 돕는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느날 한 외국인을 찾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고객 : 제가 지금 병원인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뺑소니 차량 목격자로 경찰서에서 진술을 해주셨는데, 외국인이고 네팔 사람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체류 신분이시더군요.

그래서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사람도 목격자로 나서길 꺼려하는데, 그 사람 때문에 뺑소니 범인도 잡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시 어디에 계시는지 찾을 수 있을까요? 꼭 찾아주세요.”

 

대략적인 지역과 이름만 알고 있어 소재를 파악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청주보호소에 문의해보니, 다행히도 네팔인이 한 명 뿐이라서 쉽게 소재가 확인되었다.

통화 내내 당시의 상황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대부분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길에서 경찰만 봐도 피해간다고 한다.

그때 사고조사를 위해 경찰이 왔을 테고 그 외국인도 분명 경찰을 보았을 텐데,

보통의 경우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용기를 내어 뺑소니 피해자를 위해 경찰조사에 응했고,

경찰의 신분조회로 불법체류가 드러나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된 것이었다.

민원인을 청주보호소로 이관해준 후 통화를 끝내자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져왔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법체류 외국인은 주로 비전문취업자로 와서 체류기간을 넘겨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라면 강제출국되었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창밖은 어느새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았다.

그 외국인도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느끼고 갔을까?

 

 

상담원 노성철

* 이글은 2011 외국인종합안내센터 1345 상담사례집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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