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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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외계인?

법무부 블로그 2012. 7. 9. 17:00

 

 

 

이제는 대한민국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당당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

중학교 학생의 눈에 비친 다문화인들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보실까요?

 

* * *

 

나는 ‘다문화’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먼 곳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렸다.

어쩌다가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갔을 때 보게 되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다문화인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도 다문화 친구가 있었다.

 

 

두 명의 다문화 친구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민정이와 진주라는 아이였다.

민정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한 번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고 의심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범하게 생겼다.

중학생이 된 후에야 민정이가 일본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엔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지만 크게 실감이 나지는 않아서

편견 없이 그 후로도 잘 지내왔다.

 

내가 ‘다문화인’라는 사실에 편견을 가진 아이는 진주였다.

일반적인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일본계 한국인인 민정이와는 달리,

진주는 한눈에 혼혈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필리핀인과 한국인의 얼굴을 반반씩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나 이질감이 아닌 ‘신기함’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듯,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주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책상만 내려다보던 진주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민정이는 아이들과 점점 친해지고 장난도 치고 했지만

진주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아이들은 모두 진주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누구도 친해지려 하지는 않았다.

그런 진주가 불쌍하기도 하고 동정이 가기도 했으나

나 역시 선뜻 다가가지는 못했다.

 

진주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이동수업시간에 복도를 다니고, 혼자 놀았다.

매일 우울한 표정을 지었고 말없이 지냈다.

나는 여전히 연민의 마음은 있었으나

친해지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고 관심을 보인 것도 잠시 뿐,

점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진주의 웃는 모습을 본 것은 2학기쯤이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사이 진주는 몇몇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진주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것도 몰랐던 것을 보면 내가 참 무관심했구나 싶기도 하고

그 전까지 그 애가 힘들어했을 걸 어렴풋이 알기에 다행스럽기도 했다.

또 왜 진작 내가 저렇게 놀아주지 못했을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도 진주와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난 후에 안 사실인데,

진주는 피부색과 생김새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6년 세월 동안 욕을 많이 듣고 왕따도 당했다고 한다.

어디 놀러 가면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 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진주는 한국에서는 이렇게 힘든 생활을 했지만,

그 전에 필리핀에서 살 때는 TV에 출연하는 모델 활동도 했다고 고백했다.

매달 우리 돈으로 300만원씩 받았다고 했던가?

그 말을 듣자 진주가 갑자기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고,

혹시 그 모든 것을 그만두고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Kate Irish Mae라는 이름으로 7살 때까지 필리핀에서 생활했다고 하는 진주는

어쨌거나 지금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다.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들이 있고, 다문화를 인정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

 

10대들의 은어는 한국인인 나보다 더 잘 쓰는 수준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비슷한 프로그램인 <카카오스토리> 활동도

내 친구들 중에서 제일 열심히 하고.

이젠 다문화인임을 떳떳하게 인정하는 듯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봐도 그러려니 한다.

 

 

 

말하자면 진주는 ‘강심장’을 얻은 것이다.

1학년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진주의 강한 모습에 나도 기뻤다. 진심으로.

 

이래저래 트러블이 많았던 진주와 달리

민정이는 다문화인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은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겉모습이 이국적이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다문화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민정이가 혼혈아라는 사실을 만일 모든 아이들이 알게 되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민정이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아이라면, 혹은 강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진 아이라면

민정이를 특이한 아이로 취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문화인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없던 차별대우라는 이름의 꼬리표를 붙일 듯했다.

민정이와 진주는 둘 다 다문화인이지만,

둘 다 그 점만 빼면 보통 친구들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 점을 숨기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한 명은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한 명은 따돌림을 당했다.

‘다문화’의 어떤 것이 우리 눈에 색안경을 씌워 놓는 것일까.

 

 

 

우리 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문화인을 대하는 시선을 보면

무슨 외계인을 만난 듯한 눈빛이다.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같은 지구촌 사람들이다.

물론 나 또한 다문화 친구 민정이와 진주를

우리와 완전히 같은 아이라고 생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다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다면,

최소한 다문화인들이 차별 받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진주가 소외당할 이유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민정이는 자신이 다문화인임을 더 이상 숨기고 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영화 <의형제>와 <완득이>에 출연한, 진주와 같은 필리핀계 한국인 이자스민 씨는

“이물질을 보듬은 굴이 진주를 만드는 것처럼 배려와 존중이 있는 다문화가

대한민국의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향해 나아간다면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으로의 이주민 수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그 수는 1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다문화에 대한 인정과 인식 개선은

이제 우리가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민정이와 진주, 그리고 120만 명의 사람들이

더는 불편한 시선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여 한 층 밝아진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 이글은 2012년 다문화 글짓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대구 성화중학교 남명현 학생의 <내 친구는 외계인>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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