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 가리기, 유죄일까 무죄일까?

 

■ 연예인들이 슈퍼카를 탔대! 근데 그게 왜?

 

 

 

 

사건은 한 케이블 방송에서 일어났습니다.

화제를 모으며 첫 방송을 한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에서

4명의 유명 연예인이 직접 수입차를 운전하며 레이스를 펼쳤는데요.

문제가 된 건, 이들이 탄 수입차가 모두 동일한 번호판을 부착한 채 공공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는 점이죠.

 

 

 

▲ 모두 같은 번호판을 장착한 채 주행중인 슈퍼카들

 

 

 

연예인들이 직접 운전한 수입차는

아우디 R8과 포르쉐 카이맨S, 폭스바겐 골프 블루모션 등이었는데요.

특히 아우디 R8의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10Km가량을 주행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답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해당 화면을 캡처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는데요~

방송 이후, 이 번호판은 <2009년식 BMW 120d> 차량에 등록된 번호로 밝혀졌고,

이들 차량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차량 소유주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기존 번호판 위에 임시로 준비한 번호판을 부착했다며,

촬영 과정에서 교통법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생긴 일임을 인정했습니다.

 

 

■ 자동차 번호판 가리면 왜 안 돼?

 

 

그런데, 자동차 번호판을 바꿔단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요?

현재 국내 교통법상 등록차량의 번호판을 임의로 제거하거나 가리는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자동차등록번호판) ⑤ 누구든지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도 아니 된다.   §자동차관리법 제82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0조 제5항을 위반하여 고의로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한 자

 

 

 

한 마디로, 아래 사진과 같이

과속 단속과 신호위반 단속, 주차위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는 얌체족들은,

모두 처벌대상에 해당돼 벌금이 부가될 수 있다는 거죠.

 

 

 

 

 

▲단속을 피해 자동차번호판을 가린 거리의 얌체족들

 

 

 

■ 자동차 번호판 가리기, 모두 위법행위?

 

 

자, 그럼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는 모든 행위는 위법행위가 될까요?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흔히 호텔이나 모텔에서는 투숙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가려주고 있는데요.

최근 모텔과 호텔의 자동차 번호판 가리기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호텔종업원 A씨는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손님 자동차의 번호판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린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무죄판결을 받았던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벌금 5만원의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최근 대법원은 다시 1심 판결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행위가 이뤄진 의도, 목적, 내용 및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자동차 안전 확보, 교통 범죄 단속과는 무관하게 사적인 장소에서 행해진 경우에는 처벌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즉, A씨의 행위가 아무리 의도적이었어도,

손님들의 사생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 범죄 단속과 관련이 없어

자동차관리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법이라는 것은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점,

꼭! 참고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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