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실제 국민참여재판을 했던 사건을 모아봤어요.

법무부 블로그 2010. 9. 17. 20:00

여러분들이 판사라면, 다음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실 건가요?

 

<사건 1>

 

 

 

 

A씨는 지난 겨울 B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통장을 훔쳤습니다. B씨는 통장이 없어진 걸 알고 경찰에 신고를 했지요. 그리고 평소 도벽이 심했던 A씨를 의심해 A씨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통장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A씨는 훔치지 않았다며 발뺌을 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A씨 삼촌이 A씨의 장롱을 뒤져봤는데 그 안에 B씨의 통장이 있었습니다. A씨의 삼촌은 A씨와 함께 B씨의 집에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사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재판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A씨의 변호인: A씨가 물건을 훔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A씨는 약 10년 전에 폭력배에게 구타를 당해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후 사리분별이 불가능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습니다. 또 B씨를 찾아가 잘못을 사과한 것은 자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주십시오.

 

검사 : A씨는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일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진술 내용과 태도로 보아 뇌수술로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또 자수는 수사기관에 해야 하는데, B씨 당사자에게 사과한 것을 자수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거기다 A씨는 절도와 관련한 두 번의 전과기록이 있고, 이번 사건도 죄를 지으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는 누범기간 중에 저질렀습니다.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의해 상습범으로 가중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A씨의 변호인 : A씨는 출소 후 10개월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습니다. 이 사건도 우발적으로 한차례 저지른 것에 불과하므로 절도의 습벽에 의한 범행이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절도)죄에 정해진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감경을 하더라도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7명의 배심원은 각각 징역 3년형징역 1년 6월형의 의견을 냈습니다. 과연 판사는 A씨에게 몇 년의 징역형을 내렸을까요? 여러분이 판사라면 얼마만큼의 형량으로 선고하실 건가요?

 

 

<사건 2>

 

 

 

 

 

C씨(남자)와 D씨(여자)는 연인사이로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거의 매일같이 싸움을 합니다. 그 와중에 욕을 하기도 하고, 발길질도 하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D씨가 자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술에 취한 D씨가 C씨에게 담배를 사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C씨는 화를 냈고, D씨가 욕을 했습니다. C씨는 D씨의 뺨을 때렸고, D씨는 C씨의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거친 몸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밤새도록 싸움을 한 두 사람. 그런데 C씨의 발길질에 결국 D씨가 죽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7명의 배심원은 징역 5년, 징역 4년 6월, 징역 4년, 징역 1년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실 건가요? 그리고 해당 사건의 판사는 C씨에게 몇 년 형을 선고했을까요?

 

 

위에 두 사건은 지난 8월, 대구지방법원과 제주지방법원에서 각각 판결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만20세 이상의 우리나라 국민 7명이 국민참여재판 제도에 의해 각각 배심원으로 참여한 사건이었지요.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배심원으로 직접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2008년 1월 1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참여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판절차의 특례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국민 참여재판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국민참여재판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의외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주변만 봐도 “법원? 재판? 나 같은 일반인은 관계없는 일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더군요. 하지만 생각처럼 정말 ‘상관없는 일’일까요?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당 지방법원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됩니다. 선정되면 일정한 사유가 없는 한 배심원으로 법원에 출석하여야 합니다. 출석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출석하시면, 법률에서 정해진 여비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은 모든 국민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재판 방청은 누구나 가능하므로 한 번쯤은 꼭 방청해보는 것도 뜻 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국민참여재판 참관은 지방법원 사이트에서 공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정에서 배심원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외국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변호사들이 배심원 앞에서 사건을 진술하고, 자신의 의뢰인을 변호하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그만큼 배심원의 역할이 중요할까요? 사실 배심원의 의견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으며, 판결은 판사가 독립적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배심원의 의견과 판사의 판결이 상이한 사건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민참여재판 판결들을 보면, 배심원의 의견이 판사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판결의 큰 맥락이 배심원의 의견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의 법의식 수준이 높아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밝힌 두 개의 사건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생각과 실제 판결 내용이 얼마나 같은지, 혹은 다른지 맞춰보세요.

 

<사건 1>은 “피고인(A씨)을 징역 3년에 처한다”고 판결 내렸고, <사건 2>는 “피고인(C씨)을 징역 5년에 처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사건 1>의 경우 7명의 배심원 모두가 유죄 의견을 제시했고, 과반수인 4명이 징역 3년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판결문에서 판사는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및 배심원의 과반수인 4명이 징역 3년의 의견을 제시한 점을 함께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건 2>의 경우 7명의 배심원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갈렸습니다. 가장 많은 의견은 징역 4년형이었고, 배심원 3명이 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다음은 징역 5년으로 배심원 2인이 의견을 제시했고, 징역 4년 6월과 징역 1년을 각각 한 명씩 제시했습니다. 판사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참고해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9월 1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과실치사 또는 살인미수 등이 아닌 피고인이 고의로 살인한 사건의 재판은 자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국민참여재판은 살인·강도·강간 등 범죄의 피고인이 재판부에 신청하면 재판부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고인이 거부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하지 않는 한, 살인 사건에 한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자동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이렇게 제도적으로는 국민참여재판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지금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신청하는 비율이 적어, 실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사건 수가 많지 않습니다. 또 비용 문제, 판·검사들의 업무량 문제도 무시할 수 없지요. 거기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법 권익을 실현하는’ 제도입니다. 그 참뜻이 빛을 잃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권리인 국민참여재판!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수 있겠지요? ^.^ 

 

글 = 허재호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