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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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햇살 속에 어머니는 마치 구세주 같았습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9. 17. 11:46

가족 만남의 집’을 다녀와서

 

 

한00|안동교도소

 

 

 

교도소에 있다 보면 제일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가족입니다. 이곳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들이나 이곳을 나가 멋지게 사회에 복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가족의 사랑 때문에 힘을 얻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정말 가족의 사랑만큼 큰 힘은 없습니다.

 

그런데 교도소 담 바로 밖에는 가족들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지낼 수 있는 ‘가족 만남의 집’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1박 2일 동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가족들과 같이 밥 먹고 잠잘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바로 그곳에, 그 꿈만 같은 장소에 제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족 만남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지낼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그것은 생애 몇 번 안 되는 행운 중에 하나였습니다. 사실 그 동안 면회실에서 가족들을 만나며 안타깝고 아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쇠창살과 두꺼운 플라스틱으로 가로막혀 그 손을 잡을 수가 없었고, 스피커가 꺼지면 대화를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쫓겨 할 말도 다 하지 못 하고 뒤돌아설 때의 아쉬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니..... 가족 만남의 집에 갈 수 있다니...... 저는 기대와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습니다. 새벽녘에 일어나 모든 준비를 끝내고 육중한 철문이 열렸습니다. 아 그 때의 기분이란..... 저는 왈칵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을 수 있다니!’ 담 하나를 넘어서기 위해 매일매일 회개하고 반성하며 기도했던 3년 6개월의 고통이 걸음을 뗄 때 마다 묵직하게 느껴져 왔습니다.

 

철문이 열리고 어둠이 걷힌 곳에 어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어머니 어깨에 햇살이 내리쬐어 빛이 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암흑 속에서 죄인을 건져 올리는 구세주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보시자마자 한 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제 얼굴을 만지시며 이리저리 확인하시는데, 그 손길에 어머니의 주름진 세상 풍파가 모두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이토록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감동적인 사랑을 왜 교도소 밖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을까요. 후회에 눈물이 났습니다.

 

만남의 집으로 옮겨 큰절을 올리니 어머니께서 눈물을 닦으시며 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애써 미소를 짓고 계셨는데, 그걸 보는 순간 다시금 목이 메였습니다. ‘자식은 전생에 원수였다는 말이 맞는가? 이 불효의 끝은 어디인가?’ 제가 저지른 잘못으로 저 혼자만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불효의 아픔과 고통이 온몸을 파고들었습니다.

“엄마 왜 이렇게 늙으셨어?” 제 물음에 어머니께서는 “너를 보니 오히려 10년은 젊어졌어. 내가 우리 아들 보려고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는데......” 하셨습니다. 또 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어머니는 싸가지고 오신 음식을 하나, 둘 펼치셨습니다. 새벽부터 손수 장만하셨을 그 음식들을 보니, 세상에 이보다 더 화려한 진수성찬이 또 있을까요? 젓가락을 집어 들고 먹으려하니, 어느새 어머니께서 맛있는 음식을 하나 골라 제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하나라도 더 먹여주시려고, 어머니 당신은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셨습니다. 어미 새가 물어온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저는 날름, 날름 잘도 받아먹었다. ‘세상의 가장 맛있는 음식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 수와 같다.’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녁을 마치고 누님들과 그 동안 못 다한 얘기를 나누며, 어머니께서 그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겼습니다.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어느 새 하루가 다 지나고 말았습니다. 잠자리를 깔고 어머니 곁에 누웠는데, 어머니께서 꼭 안아주시더군요.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가만히 어머니를 올려다봤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한없이 깊은 눈빛으로 못난 아들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 품에서, 어머니의 냄새를 맡으며 세상에서 가장 깊은 단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헤어짐의 시간은 예정대로 찾아오고 말았지요. 어머니는 떠나는 그 순간까지 제 손을 잡고 놓아 줄 생각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들이 도망갈까, 사라질까 염려하시는지 잡으신 손에 더 힘을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초조하고 불안에 흔들리시는 눈빛을 보니 제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두꺼운 철문이 열렸습니다. 어머니는 제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어머니 손을 때려고 하니 아이처럼 더 꼭 제 손을 잡으셨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헤어져 뒤돌아갈 때, 저 혼자서는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회한이 몰려왔습니다. 처음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그 기분처럼, 두려움, 외로움, 절망 등 격한 감정들이 올라왔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어머니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으리라!’ 하늘에 맹세하며 뼈에 새기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어리석은 저는 사회에 있을 때 이런 값진 깨달음을 얻지 못 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 가족의 소중함......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깨닫지 못 하고 그저 원망과 불만만 가득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들어오기 꺼려하는 교도소지만, 저는 이곳에서 세상의 값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며 삶이 가르쳐 주는 인생의 열쇠를 찾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너무나 쉽게 얻으려 했습니다. 그 후회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저는 생애 가장 큰 깨달음을 어머니를 통해 느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의 단 한 사람, 내 어머니! 어머니를 생각하며 남은 수감 생활 모두 잘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담 넘어 새로운 세상에,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재소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새길(통권 410호)’에 실린 글입니다.

죄목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죄목을 밝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여기서 잠깐!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 중에 약 1/4은 3년 내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수용자 수가 4만 8천여명에 달합니다. 이 중 1만 500여명(22.7%)이 3년 내에 재복역하는 인원입니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그래도 아직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방지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사업’보다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취업 알선·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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