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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는 난민 인정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0. 9. 16. 08:00

송혜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실)

 

작년 7월, 말레이시아의 유엔난민고등판문관사무소(UNHCR) 아시아 지역사무소에서 실행하는 난민지위 인정 절차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3박 5일간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연수를 받게 되었지요. 그때 만났던 난민 사무소 직원들의 환한 웃음은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난민을 위해 노력하는 ‘UNHCR 말레이시아 사무소

 

우리나라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난민 협약 가입국이 아닙니다. 그래서 난민 신청자의 접수, 면담 조사, 심사 결정 등의 모든 과정을 UNHCR 말레이시아 사무소가 대신하고 있지요.(우리나라는 출입국 · 외국인정책본부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UNHCR은 난민신청자가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을 막고, 신청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UNHCR 말레이시아 사무소의 하루 일과는 매일 수백 명의 대기 신청자 접수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하루 약 300~400명의 신청자가 사무소 문 앞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들은 등록, 면담조사, 고충상담 등 각자의 볼 일에 따라 약속 일자를 사전에 받고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어도 몰려드는 사람이 무척 많더군요.

그리고 난민신청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난민지위 인정(RSD:Refugee Status Determination)을 위한 면담일 텐데요. 이 면담에 앞서 접수 담당자는 인적사항, 가족 및 학력사항, 본국을 떠난 경위 등 기초 면담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을 맡아 하고 있는 인원은 약 15명 정도였지요. 기초 면담을 마치면 실제로 면담 조사(RSD)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것을 진행하는 심사관은 20명 정도가 됩니다.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업무를 보는 직원이 약 100여명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1년 동안 1만 3,500명의 신청자를 등록하고, 이 중 약 7,600명의 심사결정을 마무리 지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정말 놀랍더군요. 이곳은 접수에서부터 면담 조사, 국가 정황 조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철저히 분업화하고 있는데요. 이 점은 많은 나라가 본받아야 할 점인 것 같았습니다. 또 신청인의 8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미얀마 소수 민족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미얀마 소수 민족에 대한 보고서를 간소화하여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잘 갖추어져 있는 ‘통역 시스템

 

UNHCR 말레이시아 사무소에서 부러웠던 점 중에 한 가지는 총 50~60명의 언어별 통역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중 30~40명이 매주 월~금 오전 8시~오후 4시까지 대기하고 있는데요. 통역인의 도움으로 다양한 국적의 신청인들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 없이 난민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스리랑카어 및 다양한 아프리카어를 구사하는 통역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곳은 사정이 다르더군요. 또 면담 조사를 진행하는 심사관들에 대한 건강과 교육 관리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의 심사관들은 대부분 법학 전문가 혹은 변호사 출신들이었는데요. 주된 업무가 난민 신청자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관한 진술을 지속적으로 듣는 업무라서, 스트레스가 무척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UNHCR 말레이시아 사무소에서는 심사관들끼리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는데요.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교육 과정을 별도로 마련해 심사관들의 건강을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난민법, 난민지위 결정 및 국제적 보호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난민 심사관의 전문성을 높이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인정을 받고 생활하기는 녹녹치 않아 보였습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말레이시아는 난민 협약 가입국이 아니고, 또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혐오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나라인데요. 난민 신청자와 불법이주노동자를 구분하지 않고 단속을 하고 있어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보호가 더욱 각별했습니다. UNHCR은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에게 이를 증명하는 신분증(카드)을 발급해 주고 있는데 이 카드를 갖고 있어도 이민국 직원 및 경찰에게 단속될 경우 체포, 기소, 구금, 강제퇴거 조치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UNHCR 말레이시아 사무소는 난민신청자나 인정자가 구금됐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전 8시 ~ 오후 11시까지 항상 긴급전화 (Hot Line)를 열어놓고 있는데요.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로 통화할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하면 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해당 보호소 또는 경찰서에 가서 면담을 한다고 합니다.

 

 

 

 

 

 

미취학 난민 아동을 위한 난민학교

 

연수의 마지막 일정은 미국대사관 및 불교 단체의 후원으로 설립된 난민학교를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취학 아동 난민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난민학교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지역에만 5개가 운영되고 있는데요. 운동장도 없고, 교실도 하나뿐이라서 학년 별로 나누어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공간에 어울려 있는 여러 국적의 어린이들을 보고 있으니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인 등 다민족 국가 말레이시아의 작은 부분을 보는 듯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이 무척 안타까웠지요.

 

그렇게 3박 5일간의 짧은 연수가 끝났습니다. 저는 이번 연수를 마치며 확실하게 느낀 점이 한 가지 있는데요. 바로 정부기관과 UN 난민기구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난민지위인정 제도의 내용이나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목적만은 동일하다는 것이었지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연수 기회가 많다면 우리나라 난민정책도 선진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처럼 각국의 난민지위 인정절차에 대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UNHCR의 활동

 

- 법적 보호 난민이 박해 당할 위험이 있는 국적국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국제적 보호를 제공한다.

 

- 긴급구호 전쟁과 폭력사태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의 난민들을 위해 이들을 받아들일 정부와 협력하여, 안전한 장소에 난민촌을 설치하고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을 제공한다. UNHCR은 긴급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긴급구호팀을 급파하여 구호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 교육·스포츠 난민촌에 학교를 세워 어린이 난민들에게 필요한 기초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스포츠에 대한 지원사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900만 어린이 난민 돕기인 ‘나인밀리언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 의료 의료지원 시설과 인력을 제공한다. 취약한 환경으로 인해 콜레라, 설사병과 같은 질병으로 고통 받는 난민들에게 의료적 지원을 제공하며, 특히 여성과 어린이 난민들의 건강에 더욱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다.

 

- 물·위생 긴급위기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깨끗한 물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우물을 파거나 가까운 호수에서 물을 수송한다. 또한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위한 오물처리 시설도 설치한다. 

 

이 글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출간하는 잡지인

‘공존’[13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일러스트 : 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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