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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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겠다 고백한 날, 밤새 아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8. 6. 08:00

 

 

아내의 감춰둔 사랑과 눈물

고00 | 영등포교도소

 

 

1월 30일 오후 9시 30분경 휴대전화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

“여보 당신이 나중에 돌아와도 모든 것이 그대로 있을 테니 아무걱정 말고 건강하게 다녀와. 잘 다녀와서 우리가족 지켜줘.” 그리고 마지막 말...... “당신 정말 사랑해.”

 

자수를 위하여 검찰직원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1월 30일. 버스 안에서 울린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는 아내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답장조차 하지도 못 하고 창밖을 보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평소 제 아내는 조금은 무뚝뚝한 편이었습니다. 말투도 퉁명스러웠고, 사랑한다는 말이나 애정표현은 오히려 제가 더 많이 하는 편이었지요. 하지만 제 아내는 현명하고 슬기로우며 가족을 정말 사랑할 줄 아는 가슴이 따뜻한 여자였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죄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 잘못된 행동과 그릇된 사고로 제 아내와 아이들, 나머지 가족들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니 걱정과 슬픔만이 제 가슴속에 가득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저희 부부와 세 아이, 처남부부의 이혼으로 맡게 된 조카 두 명, 그리고 장모님까지 모두 여덟 식구입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왔던 저는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살며 화목하고 행복하게 사는 걸 늘 동경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의 과오로 행복한 우리 가정이 슬픔에 빠졌습니다. 앞으로 제가 가족들 곁을 떠나있어야 할 시간은 8개월. 8개월 동안 제가 비워둔 자리를 가족들이 잘 버텨줄 수 있을지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자수를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아내가 놀라지 않게 먼저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직감이란 무서운 것인지, 제 얼굴을 보기만 하면 ‘당신 요즘 무슨 일 있느냐’ 고 묻던 아내가 제 얘기를 모두 듣고 오히려 덤덤하게 “당신은 군대도 면제 받았으니 남들보다 늦게 짧은 군대 다녀온다고 생각하지 뭐”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마음 고생은 몰라주고 너무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내가 잠시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 뿐, 그날 밤 안방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부는 10개월 된 막내아들 때문에 아내는 안방에서 아기를 데리고 자고, 저는 거실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서는 덤덤하기만 하던 아내가 안방에서 장모님을 붙잡고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큰딸, 중학교에 입학하는 작은딸 그리고 아직 모유수유 중인 젖먹이 막내아들에 두 조카까지, 거기다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아내는 막막한 심정을 장모님께 매달려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게 제 탓이었습니다. 저 역시 숨을 죽여 눈물을 흘리며 그날 밤을 하얗게 새었습니다.

 

자수하기 전 저희 가족은 마지막 설 명절을 함께 보냈습니다. 며칠 후면 제가 떠나야 하지만 친지들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바쁘게 명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막내아들을 가운데 두고 아내와 저, 이렇게 셋이 나란히 방에 누웠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감춰왔던 속마음을 제게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살아야 우리가족이 살아. 거기 가서도 슬퍼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꿋꿋하게 지내. 나도 당신이 없는 동안 무턱대고 기다리며 놀 수 없으니 생활비라도 조금 벌게”라며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수하기 전 날, 아내는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그 곳은 춥다며 속옷, 양말, 내의 등을 정성껏 챙겨주고 돈이 없으면 기운도 없다고 영치금까지 챙겨주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저는 정말 제 아내와 저희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 뿐 다른 어떠한 생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은 어느 덧 5시 30분, 아내는 저를 위해 조금 이른 듯 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아내와 장모님, 큰딸은 이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둘째딸과 막내아들 그리고 조카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제가 회사일 때문에 몇 달 동안 멀리 출장 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지요. 식사를 마치고 저는 막내아들을 안고 작은 방으로 왔습니다.

 

 “아빠 금방 돌아올게. 한번뿐인 돌상도 못 차려주고, 아빠가 너무 미안하다” 이런 말을 하는 저를 젖먹이 아들은 그저 멀뚱멀뚱한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어느새 방으로 들어온 아내가 저와 아들을 꼬옥 안으며 “여보 모든 것 걱정하지 말고 건강히 무사히 다녀와” 하더군요. 그 한마디를 들으며 저는 짐을 챙겨 도망치듯 뛰쳐나왔습니다.

 

아이들과 장모님께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 했습니다. 왠지 절이라도 하면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는 미련한 생각이 들어, 저는 그저 잘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등을 돌리고 서있었던 장모님의 마음 또한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는 사람 힘들지 않도록 끝내 눈물을 보이시지 않으려고 하셨던 거겠죠. 현관을 나설 때 아내가 따라 나왔습니다. 저는 현관문을 꼭 잡고 아내에게 따라 나오지 말라고 하고 그대로 뒤돌아 뛰듯이 나갔습니다.

 

제 마음을 알았는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뛰어가다 먼발치에서 뒤돌아 바라본 집 입구에는 어둠속에 희미하게 저를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아내가 서 있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줄 아는 아내.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배려하는 아내. 못난 남편만나 여유로운 생활한번 못하고, 작고 소박한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했던 아내. 저는 오늘도 애들 학비며 생활비 걱정을 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며, 어서 빨리 죄값을 치르고 가족 곁으로 돌아갈 꿈을 꿉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당신이 못난 남편 만나 고생하는 거 다 알아. 당신 말처럼 이곳에서 성실히 노력하며 생활한 후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우리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책임질게. 당신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일 없도록 할게. 나 역시 당신 정말 많이 사랑해. 고마워.”

 

오늘도 저는 하늘과 약속합니다. 아내와 아이들 곁을 비워뒀던 이 시간만큼 더 열심히 우리 가족들을 지켜주겠다고, 그러기 위해 이곳에서의 생활도 성실히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재소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새길(통권 406호)’에 실린 글입니다.

자신의 죄목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존중해

해당 재소자의 죄목을 밝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여기서 잠깐!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 중에 약 1/4은 3년 내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수용자 수가 4만 8천여명에 달합니다. 이 중 1만 500여명(22.7%)이 3년 내에 재복역한 인원입니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그래도 아직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방지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사업’보다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취업 알선·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모든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